OECD는 2000년부터 3년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를 시행해 참여국들이 교육 성과를 상호 비교하고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당초 2021년에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1년 연기돼 2022년에 시행된 PISA 결과가 지난해 12월 발표됐다. 참고로 OECD는 97.5% 신뢰수준에서 그 국가가 위치할 수 있는 최고~최하 등수를 추정해 구간으로 순위를 제시하는데, PISA 2022 인지영역 평가에서 한국은 전체 81개 참여국 중 수학 3~7위, 읽기 2~12위, 과학 2~9위라는 높은 성취도를 기록했다. OECD는 한국을 일본, 리투아니아, 대만과 함께 팬데믹 위기에도 2018년 평가 대비 교육 성취도와 형평성 등 어느 측면에서도 악화된 부분이 없는 회복력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평가한 바 있다.
한편 OECD는 PISA 2022에서 처음으로 창의적 사고력(Creative Thinking) 평가를 실시하고 지난 6월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64개국이 참여한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인지영역과 마찬가지로 최상위 수준의 성취도를 보였다. 이에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PISA 2022에서 처음 시행한 창의적 사고력 평가,
한국은 사회적 통념 깨고 캐나다 등과 함께 최상위권 기록
OECD는 창의적 사고력을 ‘독창적·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의 발전 및 풍부한 상상력의 표현을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성, 평가 및 개선하는 데 생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정의한다. 28개 OECD 회원국과 36개 비회원국 총 64개국의 만 15세 학생이 참여한 이번 평가는 3대 아이디어 형성 과정별로 사고의 4대 영역 맥락을 평가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직업의 미래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 2023」에서 창의적 사고를 분석적 사고에 이어 근로자들이 미래에 갖춰야 할 두 번째로 중요한 인적역량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창의성을 함양하는 데 매우 미흡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취약하다는 일반적이고 강력한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PISA 2022 창의적 사고력 평가에서 한국은 이러한 통념을 깨고 28개 OECD 회원국 중 1~3위, 전체 64개 참여국 중 2~4위를 기록했다.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과 함께 캐나다, 호주가 최상위권이었으며 전체 참여국 중에서는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학생들의 90%가 역량의 기본 수준(baseline level)인 3수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OECD 평균 78%를 크게 상회했으며, 상위 성취수준인 5수준 이상도 46%(OECD 평균 27%)에 달했다. 한국은 특히 ‘아이디어 평가 및 개선’ 과정과 ‘과학적 문제 해결’ 영역에서 참여국 중 가장 높은 평균 정답률을 보였으며, 학생들의 학교 내 성취도 차이(68%)와 학교 간 성취도 차이(17%) 모두 OECD 평균(각 74%, 26%)을 하회해 학생 간 격차가 작은 국가로 분류됐다. 한편 모든 참여국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은 성취를 보였다. 2수준 이하는 남학생이, 5수준 이상은 여학생이 많았는데, 한국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취도 격차가 3.1점으로 OECD 평균(2.7점)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한국은 경제·사회·문화 지위지표(ESCS; Index of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Status)가 창의적 사고력 성취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참여국에 비해 낮았다. ESCS 지표가 창의적 사고력 점수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분산 비율을 살펴본 결과 OECD 평균은 11.6% 였는데, 한국은 6.4%로 싱가포르(14.1%), 캐나다(6.6%), 호주(9.6%) 등 창의적 사고력 성취도 상위 20개국(6.4~17.1%)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부모의 직업과 교육 수준 및 가정의 자산보유 정도가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 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임이 확인됐다. 특히 학업적 회복력이 있는 학생들(academically resilient students), 즉 ESCS 지표 기준 하위 25%의 취약계층이면서 상위 25%의 성취도를 달성한 학생들의 비율이 한국은 16.7%로 창의적 사고력 성취도 상위 20개국 중 가장 높았다. 그 뒤는 캐나다(16.1%), 에스토니아(15.0%), 라트비아(14.6%) 순이었다.
OECD는 PISA 2022를 시행하면서 창의적 사고력 성취를 설명하는 다양한 교육맥락 변인을 탐색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병행했다. 먼저 창의적 사고 활동에 성공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도전과제들을 극복하는 학생들의 자신감을 의미하는 창의적 자아효능감(creative self-efficacy) 지수가 한국은.0.13으로 OECD 평균(0.00)보다 낮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최상위 성취도를 보인 10개국 중 캐나다와 호주를 제외한 8개국에서 학생들의 창의적 자아효능감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많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장형 사고(growth mindset)를 보이는 학생의 비율이 한국은 약 51%로 OECD 평균 47%에 비해 약간 높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평균적으로 OECD 회원국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학생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학생들에 비해 성장형 사고 비율이 3.4%p 낮은 반면,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취약계층 학생들의 성장형 사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는 것이다.
한편 학교의 환경 변인 중 디지털 기기의 사용과 창의적 사고력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학생이 학업 또는 여가 목적과 상관없이 하루 최대 1시간 내외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창의적 사고력 함양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창의적 사고 성취도 저하를 초래했다.
창의적 사고력과 수학·읽기·과학 성취도 간 상관관계 높아
취약계층의 학업적 회복력 높이는 정책적 노력 필요
종합적으로 PISA 2022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지영역 성취도 평가결과와 올해 6월 발표한 창의적 사고력 평가결과를 비교한 결과, 일반적으로 창의적 사고력의 성취도와 수학, 읽기 및 과학의 성취도 간에는 긍정적인 상관관계(0.66~0.67)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학업과 창의적 사고는 상호 보완적이고 동시에 높은 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인지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성취를 하지 않더라도 강한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학문적 탁월성이 창의적 사고 탁월성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창의적 사고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핵심 교과 영역에서 기본 수준(baseline skills)의 인적역량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한국을 비롯해 창의적 사고에서 탁월한 성과를 도출한 각국은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의 효과적인 발달을 일관성 있게 촉진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교육과정과 평가 관행의 개혁을 추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교육자, 교육과정 개발자 및 평가 설계자 간 창의적 사고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고역량을 계발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공유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학습 진도를 명시적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지원하는 교수학습 방법의 발전을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들의 창의적 사고 역량을 포함한 학업 성적 부진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는 않으므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속한 학생들의 학업적 회복력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취약계층 학생들의 성장형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 효과가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 우선 고려할 점은 첫째,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므로 문해력 함양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많은 학생의 고정관념, 즉 창의성은 타고난 재능과 유사하다는 믿음과 달리 창의적인 사고는 수학, 읽기 및 과학과 같은 교육과 연습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