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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개발재원 조성과 전략적 활용 위한 공동의 해법 필요하다
유묘진 주OECD대표부 주재관 2024년 11월호
제4차 개발재원총회 및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기여를 중심으로

2025년은 제3차 개발재원총회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총회는 개발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원 조성 방안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장이었으며 결과물로 ‘아디스아바바 행동계획(AAAA; Addis Ababa Action Agenda)’을 채택해 2015년 이후의 개발재원 동원에 대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6월 말 스페인 세비야에서 개최될 제4차 개발재원총회에서는 지난 10년간 개발재원 동원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점검하고, 현재의 재원 부족 문제 해소 및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원 동원 방안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개발재원은 공여국들의 협의체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서도 오랜 기간 논의돼 온 핵심 이슈로, 공여국은 개발재원 확대 및 전략적 활용을 통해 개발협력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제4차 개발재원총회를 앞두고 DAC에서는 개발재원 동원에 있어 공여국의 역할과 기여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성공적인 개발협력과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 확보가 필수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발재원 동원의 최근 동향과 DAC에서 그동안 이뤄진 논의 경과를 살펴봄으로써 재원 확보를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나아가 2025년 이후의 재원 동원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개발재원의 수요-공급 불일치 지속···
DAC, 민간재원 동원 활성화 위해 혼합금융 확대 기틀 마련

2015년 190여 개 이상의 유엔 회원국이 아디스아바바 행동계획을 채택해 ‘지속가능발전 이행에 필요한 모든 재원을 동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음에도 OECD에 따르면 지속가능발전에 필요한 재원 부족액은 2020년 2조5천억 달러에서 2021년 3조9천억 달러로 더욱 확대됐다. 

재원의 수요-공급 불일치로 재원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 없이는 앞으로도 재원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 자명하다. 재원 수요 측면에서는 지속가능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도적 지원 수요가 증가했다. 재원 공급 측면에서는 공여국이 최근까지 지속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현상 등으로 긴축정책을 실시하면서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축소하거나 최소한 확대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개도국의 경우 국내 재정 수입 감소와 과도한 국가부채로 자체 재정 대응 역량이 축소됐다. 재원의 수요-공급 불일치가 지속되는 현재 상황은 DAC에서 공여국들이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고, 나아가 제4차 개발재원총회에서 글로벌 개발협력 파트너들이 합심해 재원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 해소 및 획기적인 재원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DAC에서는 2015년 아디스아바바 행동계획이 채택된 이후 해당 행동계획의 7대 행동 분야 중 민간 부문(B. 국내외적 민간기업과 재원)과 ODA(C. 국제개발협력) 관련 민간재원 동원 활성화 및 ODA 규모 확대, 측정 방법 개선을 추진해 왔다. 

먼저, 민간재원 동원 활성화와 관련해 2002년 몬테레이 컨센서스와 2008년 카타르 도하 선언에서부터 추가적인 개발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민간재원 동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며, 2015년 아디스아바바 행동계획에서 민간재원의 중요성이 더욱 분명하게 명시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DAC는 ODA와 민간재원을 동시에 지원하는 ‘혼합금융’을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에 필요한 추가 재원 동원을 위한 개발금융의 전략적인 활용’이라고 정의하고, 혼합금융 확대를 위한 기틀을 다지려 노력했다. 

DAC는 2017년 효과적이고 투명한 혼합금융 실행을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OECD DAC 혼합금융원칙’을 채택했고, 2020년 혼합금융원칙 이행 지원을 위해 ‘혼합금융원칙 가이던스’를 마련했다. 2021년에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협업해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하려는 투자자를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이자 자기평가수단인 ‘임팩트 스탠더드(impact standard)’를 개발했다. 또한 DAC는 공여국, 수원국, 다자개발은행, 국제금융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이 정기적으로 모여 혼합금융 이슈를 논의할 수 있도록 2020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민간재원 조성 공동체’를 조직했다. 내년 2월에는 효과적인 혼합금융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혼합금융 컨퍼런스’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ODA 2,237억 달러 규모로 5년 연속 최고 기록 경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총공적 지원(TOSSD) 도입 추진

한편 2015년 전후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글로벌 개발목표가 재구성되고 2015년 아디스아바바 행동계획에 국제공공재원으로서 ODA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DAC는 ODA 규모 확대 및 측정 방식 현대화, 개발재원의 데이터 투명성 강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총공적 지원(TOSSD; Total Official Support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도입 등을 추진했다. 

DAC 회원국의 ODA 지원 규모는 지난해 잠정기준 2,237억 달러로 5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따라 긴축적인 예산정책을 실시하는 국가들이 ODA 예산을 축소하는 경우가 있어 앞으로 ODA 지원 규모가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ODA 측정 방식의 현대화는 공여국의 노력을 공정하게 측정하려는 일련의 노력을 의미한다. 2018년부터 양허성 차관을 증여등가(grant equivalent) 방식으로 보고하기로 한 것과, 2023년 그동안 현금흐름 방식으로 보고해 왔던 민간지원수단(PSI)에 대해 증여등가 방식의 ODA 측정 방식을 도입하고 보증·상환조건부증여 등까지로 범위를 확대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의 ODA 측정 방식에 따르면 소득 그룹별로 계산 방법을 달리해 소득이 낮은 수원국(위험도가 높은 수원국)에 대한 차관일수록 공여국의 지원 노력을 크게 인정해 공여국이 저소득국을 더 많이 지원할 유인을 제공한다. 또한 PSI에 대한 ODA 측정기준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수원국 민간 부문에 대한 공여국의 지원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공여국은 수원국 민간 부문으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협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재원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지속가능발전에도 전통적인 개발재원인 ODA 외에 다양한 공적 재원이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TOSSD 논의가 시작됐다. TOSSD는 ODA와 그 이외의 공적 지원, 남남협력·삼각협력과 같은 개도국 간의 지원, 공적 개입으로 동원된 민간재원, 글로벌 공공재에 대한 지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TOSSD 데이터 보고자 범위는 ODA와 차이가 있다. ODA 보고자가 공여국(DAC 회원국, ODA를 제공하는 DAC 비회원국)과 공여기관(세계은행, 유엔 등)이라면, TOSSD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공적 재원을 제공하는 모든 주체가 보고자가 될 수 있어 공여국·공여기관뿐 아니라 공적 재원을 제공하는 수원국까지 포함된다. 2022년 기준 TOSSD 보고자 수는 총 121개(57개 국가, 64개 기관)로, 보고자 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다만 TOSSD의 개념과 보고자 범위가 ODA보다 포괄적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TOSSD가 비교적 최근에 도입돼 데이터 수집·활용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앞으로 데이터 보고 기준을 재정비하거나 수집된 데이터의 질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DAC,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논의·조정·공조하는 플랫폼···
개발금융 데이터 수집·분석에도 강점

이처럼 DAC는 공여국이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논의·조정·공조하는 플랫폼으로서 개발재원을 확대하거나 제한된 재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개도국의 경제·사회 개발 및 빈곤퇴치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금융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데 큰 강점을 가졌다. 따라서 지금까지 DAC 내에서 진행된 개발재원 논의 결과들과 DAC가 보유한 통계 역량은 제4차 개발재원총회에서 개발재원 조성을 위한 방향성과 전략을 논의하는 데도 유의미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DAC가 지난 9월에 발간한 「다자개발금융 보고서(Multilateral Development Finance 2024)」와 향후 발간 예정인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재원 보고서(Global Outlook on Financing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 담긴 개발금융 데이터 분석 결과는 개발재원 동원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예를 들어 「다자개발금융 보고서」는 다자개발기구를 통한 또는 다자개발기구의 개발금융 지원 현황과 다자시스템 개혁 추진 경과를 증거에 기반해 분석하고 있어 한정된 재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다자시스템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에 활용 가능하다.


DAC의 개발금융 데이터가 재원 논의의 기초적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DAC가 ODA 확대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 0.7% 목표를 재확인하고, 혼합금융 활성화를 위한 혼합금융원칙 가이던스를 재정비하며, GSSS(Green, Social, Sustainability and Sustainability-linked) 채권 등 새로운 금융수단 관련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개발재원 논의 시 DAC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기한까지 5년이 남은 지금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등의 복합 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개발재원 조성에 국제적 관심과 공동의 노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될 제4차 개발재원총회는 2025년 이후의 개발재원 조성 및 활용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인 만큼 총회 논의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가올 총회에서 모두의 노력이 모여 심화되고 있는 개발재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2030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혜로운 공동의 해법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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