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미국의 신행정부가 정식 출범했고, 그즈음 중국에서는 2024년 4분기 및 연간 경제성장률 실적이 발표됐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를 기점으로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시작돼 글로벌경제, 특히 아시아경제에 무역, 환율, GDP 등의 부문에서 큰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글에서는 주요 지표를 통해 지난해 중국경제 성장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미중 관계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성장률 4분기 실적 개선으로 5% 목표 달성…
생산 양호한 모습 보였으나 투자·소비 회복세 불충분
지난 1월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5.4% 성장했고, 2024년 연간 GDP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134조9,084억 위안(약 18조4,300억 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초 제시한 연간 성장률 목표치(5.0% 내외)에 정확히 부합한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4.7%)와 3분기(4.6%)에 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 나오며 중국경제는 이제 ‘연간 5%대 성장률 유지(保五, 바오우)’가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해 9월 24일 발표한 실물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정책(통화정책 완화, 부동산시장 안정화 조치, 주가부양 조치 등) 및 이후 발표한 소비 진작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연중 가장 높은 1.6%를 기록하며 연간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1~3분기는 각 1.5%, 0.9%, 1.3%를 기록했다.
이번 2024년 4분기 GDP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일부에서는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크다는 평가도 있으나, 사실 지난해 4분기를 전후로 이 같은 통계 발표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3일 시진핑 주석은 간쑤성 란저우시 지방 시찰 및 현지 간담회에서 “모든 지역의 당과 지방정부 관계자는 경제사업과 주요 정책 목표치를 성실히 관철해 나가야 하며, 3~4분기 경제사업 수행에 매진해 2024년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공개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12월 10일에는 IMF, 세계은행, WTO 등 주요 국제 경제기구의 수장들을 초청한 회의 석상에서 “중국경제는 지난 40여 년간 빠른 속도의 발전을 거쳐 이미 고도의 질적 발전 단계에 진입했고,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30%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2024년에도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해 세계경제 성장의 주요 엔진 역할을 계속 수행할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주요 거시지표별 실적을 보면 중국경제의 현 상황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투자와 소비는 상고하저 또는 월별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으로 회복강도가 충분치 않았지만, 생산은 연말로 가면서 월별 실적 그래프의 기울기가 양의 방향으로 점차 커지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그림> 참고).
현재 중국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국내수요 부족과 이로 인한 민간소비 실적 부진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부동산시장 안정화 조치, 증시 부양책 시행, 이구환신(구형 가전을 신형으로 교체 시 정부 보조금 지급) 정책 등 다양한 차원에서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소매판매 등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으로 이러한 정책 노력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중국경제는 대외 부문에서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2024년 수출입 실적은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 5.9%, 수입 증가율 1.1%를 각각 기록했는데, 수출 증가율을 상·하반기로 나눠보면 상반기 평균 3.5%, 하반기 평균 6.2%로 하반기 들어 가시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국내소비와 함수관계에 있는 수입 실적은 여전히 불균형적인 회복세를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수입 증가율은 지난 9월 0.3%로 집계된 이후 10월과 11월 모두 .3.9%, 12월은 1.0%를 기록했다.
역시 문제는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판매면적과 판매금액 실적은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음의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점진적이나마 감소 폭은 축소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자금투입 증가율과 부동산 경기지수 실적도 완만하지만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다만 부동산 개발 신규착공을 반영하는 부동산 개발투자 실적은 하반기로 갈수록 낙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며 여전히 위축된 부동산시장 수요·공급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의회 장악으로 더욱 강력해진 트럼프 2기,
가장 우려되는 관세율은 상반기 내 발표할 전망
한편 지난 1월 20일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정식 출범했다. 행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장악한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지난 1기(2017~2020년)에 비해 정책 추진 면에서 훨씬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미 의회 상·하원의 지원에 힘입어 정책 추진의 강도와 속도가 지난 1기 때와는 비교가 안 될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되돌아보면 그나마 정책 추진 과정에 일부 제약이 있었다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글로벌경제와 국제 사회는 ‘미국 우선주의’, ‘무역전쟁’ 등의 신조어 등장과 함께 이슈별·지역별로 여러 종류의 갈등과 마찰로 연일 시끌시끌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를 배출한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으로,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의회 권력을 나눠 가졌고, 행정부 내에서도 흔히 얘기하는 ‘늘공(직업 공무원)’들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 훗날의 평가다. 하지만 이번 2기 행정부에서는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과 최측근들의 ‘의지’만큼 정책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2025년 글로벌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대외정책 기조 변화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역시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관세율 상향의 폭과 속도다.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트럼프 후보 측에서는 줄곧 보편관세 10%, 대중국 관세 60% 부과를 공약했다. 1월 20일 행정부 정식 출범 뒤 상징성을 가진 날짜인 취임 100일 차, 또는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대중국 정책 기조를 포함한 대외 정책의 새로운 방향성 및 관세율 상향 폭에 대한 미국 신행정부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최근 필자가 만난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대선 캠페인 공약사항인 대중국 관세 60% 부과를 실제 정책으로 반영하면 이제야 겨우 물가상승 압력을 통제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경제에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이미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방향성과 배치되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 우려로 연결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율은 현행 평균 19.3%와 대선 캠페인 기간에 공약한 60%의 중간지점인 약 40% 수준으로, 중국 외 국가(지역)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현행 평균 3%와 공약 관세율 10%의 중간지점인 6%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멕시코 등으로 우회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물품에, 품목별로는 전기차와 같은 전략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지난 11월 5일 미국 대선 결과가 트럼프 후보의 일방적 승리로 결론 난 뒤 세계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많은 걱정을 표했다. 대체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점에 기인한 우려다. 하지만 최근 미국 행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을 기점으로 예전 같지 않은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쇠락하는 국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정권이든 공화당 정권이든 본질적인 정책 방향성에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미국 사회 기저에 깔린 이런 위기의식을 간파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노골적이면서도 직관적인 표어를 통해 블루칼라 계층을 포함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상에 초조해하는 미국,
정권 관계없이 향후 10년 이상 대중 압박 이어갈 것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자 초조함의 발로는 역시 중국의 부상이다. 유독 ‘중국 압박’이라는 명제 앞에서는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이 발발한 배경도, 미국이 화웨이라는 중국 최고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특정해 수년째 제재를 가하는 것도,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첨단 반도체를 최대한으로 제한하는 것도 모두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초기 구간에서 중국의 발전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중국 정부는 비교적 느긋한 모습이다. 중국은 2022년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이래 최근 3년 연속 인구 감소세를 경험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구가 세계 최대 수준이고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하는 젊은 이공계 대졸자를 노동시장으로 공급할 여력을 갖고 있다. 중앙집권 체제가 더욱 강화돼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산업정책은 별다른 장애 요소 없이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구 및 노동시장 조건은 AI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수집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딥러닝 발전에 최적화돼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시간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과거의 두 자릿수에서 이제 5%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 비해 연간 2~3%p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근거해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와 같은 경제학자는 2030~2035년에는 GDP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은 공화당이 집권하든 민주당이 집권하든 향후 10여 년간은 중국의 GDP와 국력이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추월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매년 새로운 차원의 대중국 압박, 제재, 견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 몇 개의 순위가 뒤바뀐다고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GDP와 같은 상징적 숫자의 순위 바꿈은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상황에서 미국과도 중국과도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두 고래의 싸움에 낀 새우가 되지 않고 ‘실사구시’의 측면에서 어떻게 국익을 확보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