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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올해도 경제성장률 5% 내세운 중국, 내수 확대와 테크 기업 성장으로 목표 달성할 계획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5년 04월호
중국에서는 매년 3월 초 당해 연도 중앙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양회(兩)를 개최한다. 국내외 언론에서도 이를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로 묘사하는 등 이 시기 세계 많은 사람의 이목이 중국 베이징으로 집중된다. 이번 호에서는 3월 4~11일 개최된 양회의 주요 내용을 통해 올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성을 확인하고 미중 갈등의 새로운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건설투자 기반의 성장에서 
자본시장 발전 통한 내수 확대로 정책 전환 진행 중


양회는 국정 최고자문기구에 해당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두 가지 핵심 기구로 구성된다. 보통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일정이 하루 먼저 시작하며 두 회의 모두 약 일주일 정도 진행된 후 폐회하는 형식이다. 양회의 백미는 당해 연도 경제성장률 목표치 발표다.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경제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얼마로 제시하느냐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5% 내외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역대 최고치인 4%로 상향 설정했고, 통화정책 운용 주체인 중국 인민은행은 양회 개최 훨씬 이전부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통화 정책의 칼날이 가리키는 방향은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확대다. 중국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2020년 쌍순환(雙循環)이라는 전략을 제시해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 부문(수출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내수시장의 발전과 가계소비 여력 제고를 도모하고자 했다. 즉 최대한 내부 역량에 기반해 경제발전의 장기 비전을 계획하는 전략으로의 기조 전환을 이미 예고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불가피한데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인 개혁 대상이 됐다. 부동산 부문은 벌써 수년째 중국경제의 하방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건설투자 기반의 경제성장 방식에서 자본시장 발전 등을 통해 내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지역) 대비 개인투자자 참여 비중이 높은 자본시장의 효율화 조치를 통해 부의 효과(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계의 소비여력 제고와 기업의 자금조달 지원기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대외 부문의 불확실성 및 미중 경쟁의 리스크를 헤징해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꼽은 이번 양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AI로 상징되는 혁신 기술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고 1주일 뒤인 1월 27일 중국은 국산 기술력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DeepSeek) R1을 세상에 공개했고 이는 순식간에 글로벌 AI 경쟁구도의 판도를 바꿨다. 이때부터 중국의 테크 기업들이 다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지난 2월 17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 빅테크 기업 수장들과 직접 만난 좌담회가 개최된 이후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증폭되며 중국 본토 증시(상하이, 선전)는 물론 중국계 테크 기업들이 상당수 상장된 홍콩 주식시장의 개별 주가 및 전체 인덱스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시 주석과 테크 기업 수장들의 만남은 2021년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주창하며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해 시장에서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치가 떨어진 이래 중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결국 이번 양회를 통해 중국은 녹록지 않은 대외 부문 환경에도 내수 확대와 테크 기업들의 높은 성장세에 기반해 5%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전 세계에 공개한 셈이다. 
 

 
생산·투자·소비 양호, 수출입 악화, 부동산은 회복세···
글로벌 IB 등 시장 반응은 올해 성장률 5% 달성에 냉담


지난 3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1~2월 중국경제의 거시경제 지표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는 위축되는 대외 부문과 정책 효과가 조금씩 가시화되는 대내 부문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올해 생산, 투자, 소비 등 대내 부문의 주요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으로 시작하는 모습이다.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평균치 5.5%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고정자산투자(투자)와 소매판매(소비)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4.1%, 4.0%를 기록하며 각각 지난해 평균치인 3.7%, 3.3%를 상회했다. 다만 올해 중국경제의 최대 화두이자 성장의 관건이 될 ‘소비’는 내용 면에서는 불균형한 부분이 여전하다. 소매판매 중 상품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개선되는 모습이나, 춘절 특수가 포함된 올 1~2월 요식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에 그친 점은 지난해 실적(12.5%)에 비해 크게 떨어진 모습으로 상당 기간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일순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올해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이 일찌감치 예상됐던 대외 부문은 1~2월 통계에서부터 그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 올해 1~2월 수출과 수입 증가율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8.4%를 기록하며 지난해 수출·수입 평균치인 5.0%, 1.0%를 크게 하회하는 모습이다.

한편 최근 수년째 중국경제의 최대 경기 하방 요인인 부동산 부문은 가장 어려운 시기는 지나가는 모양새다. 세부 항목의 실적이 여전히 역(-)성장 구간에 있지만 그 감소세의 폭과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완만한 기울기를 보였던 부동산 경기 관련 그래프는 올해 1~2월 실적에서 그 기울기가 양(+)의 방향으로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근본적으로 2019년 이전의 호황기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으나 올해 다소간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하방의 주된 요인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양회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 전략을 적극적인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확대에 방점을 두고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의 소비심리 회복과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시장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5% 달성에 다소 냉담한 분위기다. 글로벌 IB가 내놓은 최근 전망치에 따르면 시장의 컨센서스는 4.5% 수준이며, 크레디아그리콜 등은 4% 초반으로 전망하는 등 중국 정부의 목표치와 시장의 전망치 사이에는 꽤 큰 괴리가 존재한다. 

다수의 글로벌 IB는 미국발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무역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출을 비롯한 중국의 대외 부문 환경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내수 확대와 소비 실적 개선에 의존해 5% 수준의 성장을 하려면 현재까지 중국 정부가 내놓은 재정·통화 정책의 강도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초대형 재정패키지 발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 정부가 올 1분기 GDP 실적이 발표되는 4월 17일 전후로 5% 성장률 달성에 필요한 추가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홍콩 기업의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 매각이
미중 갈등 쟁점으로 부상···유사 파열음 이어질 듯


지난해 11월 초 트럼프의 재집권이 결정된 이후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취임 전부터 ‘트럼프 2.0’ 시기의 미중 관계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난 현시점에서 관세전쟁 이외의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도 마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글로벌 비즈니스를 활발히 해온 홍콩계 기업들이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당사자가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아시아 최대 부호로 유명한 리카싱이 설립한 CK허치슨홀딩스(이하 CK허치슨)가 최근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CK허치슨은 지난 3월 4일 자회사 허치슨포트그룹이 소유한 파나마 운하 주변 지역의 두 개 항구(발보아, 크리스토발)를 포함한 23개국 43개 컨테이너 항구 운영권을 미국계 투자회사 블랙록 컨소시엄에 228억 달러(약 33조4천억 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고, 다음날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CK허치슨의 주가는 장중 25%까지 급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초 해당 매각 건의 평가액이 105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규모로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이 CK허치슨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신규로 확보한 현금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판단하며 이를 큰 호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 내 친중 성향의 한 언론 매체에서는 관련 논평을 통해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 사업권 매각 거래는 “미국이 협박, 압박, 회유 등 비정상적 수단을 통해 다른 국가의 정당한 경제적 권익을 침해한 패권적 행위”라고 비난했고, 며칠 후에는 중국 정부도 해당 매각 건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공개하는 등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사안이 불거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어 미국이 운하 통제권을 가져와야 한다”라고 공개 언급한 바 있다. 중국과 홍콩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뒤늦게 파나마 등 항만 지분 매각권에 제동을 건 것은 리카싱 집안을 통해 중국에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의 방향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CK허치슨 측은 공시를 통해 블랙록과 145일간의 독점적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협상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안은 이미 두 민간 기업 간의 사업지분 매각 거래를 넘어 미중 양국 정부가 뒤에서 훈수를 두는 형세가 된 상황이어서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익숙한 미국, 중국, 홍콩 기업들은 앞으로 사업의 수익성 외에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 일대일로 등 확장적 대외정책을 시행하는 중국 정부와 다수의 국유기업, 그리고 오랜 시간 중국과 글로벌 투자자를 연결해 오고 자체적인 글로벌 비즈니스에 익숙한 홍콩 기업인들 사이에서 앞으로 이번 사안과 유사한 충돌과 파열음은 심심치 않게 목격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0 시기의 특징이 무역전쟁과 화웨이 등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었다면, 트럼프 2.0 시기에는 전략적 가치를 보유한 중국 또는 홍콩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대응이 새로운 현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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