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에 따른 성장 둔화 및 인플레이션 상승, 통화 긴축 장기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향후 세계경제 성장의 주요 하방 리스크
OECD 「2025년 중간경제전망 보고서」를 중심으로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그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를 겪었던 세계경제는 지난해 본격적인 회복 가도에 오른 것으로 보였다.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점차 금리를 낮추면서 가계소비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AI 붐에 힘입어 미국을 중심으로 IT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세계경제는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수입관세를 높였다. 미중 갈등이 주된 이슈였던 트럼프 1기와 달리 이번에는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우방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EU와 중국 등 주요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각국의 무역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 또한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지난해 세계경제의 주된 화두였던 경기 회복은 관세전쟁과 불확실성에 자리를 내줬다.
실질임금 급증과 금리 하락에 힘입어 회복되던 세계경제,
올 들어 미국·캐나다 등 주요국 중심으로 경기둔화 신호 감지
지난 3월 OECD는 ‘불확실성 헤쳐 나가기(Steering through Uncertainty)’를 부제로 「2025년 중간경제전망 보고서(Economic Outlook, Interim Report)」를 발표했다. 부제에서 말하듯 OECD는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던 세계경제가 이제는 불확실성의 파도를 맞닥뜨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OECD 또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이번 관세전쟁의 전개 양상은 그야말로 뿌연 안개 속에 있는 상황이다. OECD는 이를 반영해 이번 전망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주요국 무역 조치 증가와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 증대를 제시했다.
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에 예상한 3.3%보다 0.2%p 낮은 3.1%로 전망했다. 지난해 2.8%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의 올해 예상치는 2.2%로 지난 전망 대비 0.2%p 낮췄으며, 유로지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지난번 예상에서 0.3%p 내렸다. 무엇보다 이번 전망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미국 수입관세 부과의 영향을 반영해 캐나다와 멕시코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캐나다는 지난 12월 전망보다 1.3%p 낮아진 0.7%로 예상했으며, 멕시코는 지난 전망치에서 무려 2.5%p 하향 조정하면서 -1.3%로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두 국가의 높은 무역 개방도와 대미 교역 의존도, 북중미지역의 긴밀한 제조업 공급망 등이 경제성장률 조정의 주원인이다. 실제로 OECD는 북미지역을 예로 들며 관세 인상 시 국경을 이동할 때마다 중간재 부품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비용 상승 영향이 증폭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최근 경기 흐름, 향후 관세 효과 등을 고려해 지난 12월 당시 전망에서 0.6%p 낮춘 1.5%로 예상했다.
OECD는 「2025년 중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까지 세계경제가 강한 실질임금 증가와 금리 하락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경제는 민간소비 증가로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유로지역경제는 독일이 부진했으나 대체로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일본경제는 통화 긴축에도 회복세를 지속했으며, 중국경제도 정부 지원 및 높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OECD는 올해 들어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경기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고빈도(high-frequency) 지표를 통해 보면 올 1분기 미국, 멕시코,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기업심리가 둔화했음을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당수 국가에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장기평균 수준을 밑돌았다. 또한 무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멕시코, 캐나다,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OECD는 높은 정책 불확실성이 앞으로 자본재, 내구재 등 장기간 사용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기업과 가계의 지출 결정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관세율 10%p 인상하면 글로벌 교역량 2% 감소···
각국은 부채 지속 가능성과 구조적 지출 증가에 대비할 필요
OECD는 향후 세계경제 성장의 주요 하방 리스크로 추가 관세 인상에 따른 성장 둔화 및 인플레이션 상승, 통화 긴축 장기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들었다. 실제로 OECD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원자재 이외 부문으로 확대돼 관세율이 전반적으로 10%p 인상되면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향후 3년간 약 0.3%p 하락하고, 글로벌 교역량은 약 2% 줄어들며 인플레이션은 3년간 연평균 약 0.4%p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특히 OECD는 향후 각국의 관세 인상 과정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함께 확대되거나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재평가가 이뤄지면 경제적 영향이 증폭되면서 경제주체의 심리 저하, 기업 및 가계의 지출 감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경제 각 부문에서 임금 인상 압력이 확대되면 긴축적 통화정책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성장 둔화 및 고물가 지속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자산 가격 하락,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번 OECD 전망이 지난 3월 중순 발표됐음을 감안하면, 이후 이뤄진 미국과 주요국의 관세 인상으로 이러한 하방 리스크가 상당 부분 실현됐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주요 경기 상방 요인으로 OECD는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 간 관세 인하 합의, 지정학적 갈등의 평화적 해결 등을 들었다. 특히 이는 경제주체의 심리 개선 및 지출·투자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EU, 독일 등이 발표한 방위 분야 및 인프라 관련 지출 확대가 유럽지역의 성장 제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OECD는 정책 제언으로 우선 통화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 대응과 재정 준칙(fiscal discipline) 확립을 권고했다. 통화정책은 최근 각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상품 가격 상승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발생하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높은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다만 향후 물가 기대가 제어되고 무역 갈등이 심화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국가에서는 정책금리 인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분야에서는 부채 지속 가능성, 기후변화 대응 등 구조적 지출 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상당수 국가에서 기존의 저금리 부채 차환 등으로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특히 상당수 유럽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비 지출 확대와 같은 긴급한 지출 압력으로 각국 정부에 재정 조정 및 지출 구성 선택 필요성이 증대됐음을 지적했다.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에 대응해
기업 진입규제 축소 등 경쟁 제고하는 규제개혁이 중요
OECD는 또한 각국의 보복적 무역장벽 완화를 위한 국제협력, 공급망 회복력 강화 및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OECD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국가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1.5%p 하향 조정되는 경우 향후 3년간 세계경제 성장률은 0.3%p 상승하고 평균 물가상승률 역시 약 0.25%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OECD는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업 진입규제 축소를 비롯해 경쟁을 제고하는 규제개혁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개방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이 AI를 도입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자체 연구 결과 미국의 경우 AI 기술이 향후 10년간 연간 생산성 증가율을 평균 0.4~0.9%p 끌어올린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에 더해 OECD는 국가 간 기술격차 축소, 효율적인 노동자 배치를 통한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소 등이 생산성 제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OECD의 전망 내용과 최근 글로벌 관세전쟁의 전개 양상을 보면 미국의 수입관세 인상 및 각국의 보복 조치,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는 단기적으로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자동차, 철강 등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 수출도 미국으로의 수출을 중심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 관세 인상은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배가될 수 있다. 또한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관세 부과의 직접적 효과에 못지않게 향후 무역 갈등 전개 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 확대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면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적지 않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글로벌 관세 인상의 경제적 영향은 OECD의 분석대로 향후 국가 간 합의 결과, 정책 불확실성 정도 등에 크게 달려 있다. 이는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차츰 이어져 온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앞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최소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