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세계는 지금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미국 의존도 줄이는 중국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5년 06월호
지난 4월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로 미중 무역전쟁 2.0이 본격화됐다. 미국과 중국은 잇따른 보복관세와 수출통제 조치를 통해 각각 대중 관세 145%, 대미 관세 125%를 부과하며 사실상 양자 무역이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관계가 악화됐다. 양국은 지난 5월 10~11일 스위스에서 90일간 양측 관세율을 115%p 동시 인하하는 데 합의하며 상황을 임시 봉합했는데, 시장은 이제 90일간의 추가 협상기간에 어떤 방향의 결론이 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2.0의 초기 전개 상황과 관련 통계를 살펴보고 중국의 미국 의존도 축소 전략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중국(12.4%)·홍콩(18.5%)의 3월 수출 호실적은
4월 상호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 수출 결과

미국은 「홍콩정책법(United States.Hong Kong Policy Act)」에 근거해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이후에도 홍콩에 중국 본토와는 구분되는 특별 지위를 부여하며 독립적 관세지역으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2018년 무역전쟁 1기 당시 홍콩의 정치적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홍콩산 제품에 대해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링을 의무화하는 등 사실상 중국 본토와 홍콩을 동일 관세지역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이번 초고율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도 홍콩을 포함해 중국 본토와 같은 정책집행 대상으로 규정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전후인 지난 3월과 4월 중국의 상품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 12.4%, 8.1% 늘었고 홍콩의 상품수출은 3월 18.5% 증가했다(<표> 참고). 3월 수출 호실적은 주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시행 등을 앞두고 기업들이 서둘러 ‘밀어내기’ 수출에 나선 결과다. 4월 수출 증가율이 전월 대비 다소 둔화된 것은 3월에 4월 실적을 당겨 쓴 영향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의 일시적 수요 둔화 정도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국가(지역)별 수출에서 대미 수출의 경우 1~2월은 전년 동월 대비 2.3% 늘었고 1~3월은 4.5% 증가했으나 1~4월의 경우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올 3~4월 사이 중국의 미국 수출은 미국발 고율 관세 시행을 앞두고 상당 수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중국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확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5월 19일 발표한 올 4월까지의 주요 거시경제 데이터를 보면 그 방향성에 대해 약간의 힌트는 얻을 수 있다.

올 4월까지 산업생산은 1~2월(5.9%), 3월(7.7%), 4월(6.1%) 모두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생산 부문에서 3월 실적이 소위 ‘튀는 숫자’를 보였는데, 이는 수출 증가율의 3월 호실적(12.4%)과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의 4월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 수출 관련 제조 활동이 활발해졌는데, 그 배경에는 4~5월 수출 물량을 3월에 미리 생산주문해 실제 수출로 연결한 결과라는 게 현장의 주된 목소리다. 

반면 대내 부문에 해당하는 고정자산투자(투자)와 소매판매(소비)의 경우 관세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국내 정책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올 1~4월 기간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소비의 경우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 노후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 등 소비진작 정책의 영향으로 가전(23.9%)과 가구(20.2%) 등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상당폭 증가했고, 3월 신학기 등 계절적 요인으로 문구·사무용품(24.4%) 매출도 크게 증가하는 등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관세 90일 유예한 미중 무역합의는
일시적 봉합일 뿐 경우의 수만 많아져

관건은 지난 5월 12일 스위스에서 발표된 미중 1차 무역합의, 즉 90일간 양측 모두 관세율을 115%p 인하하기로 결정한 내용이 실제 수출산업 현장과 향후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다. 1차 무역합의 직후 수출업계 분위기를 보면 일선 기업들은 90일 유예기간 이후의 상황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다수의 미국 수입업체들은 추후 관세율이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90일 기간 내 최대한 수입량을 확대해 미국 내 저장시설에 재고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 수출 물량이 과도하게 집중되며 해운·항공 운수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지고 운수비용은 기존 대비 30~50%씩 급등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일선 수출입 기업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중국과 홍콩의 제조 기업들 입장에서는 5월 12일 발표된 합의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기보다 경우의 수가 더 늘어난 측면이 있다. 결국 개별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현재 상황에 대응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대비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것이 필연적으로 생산-제조-수출-수입-유통-소비로 이어지는 국제경제 활동의 중요한 한 축을 일시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1차 무역협상 결과는 근본적 해결이 아닌 일시적 봉합 정도로 다소 야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중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트럼프 1기 때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미리 전략을 준비한 모습이다. 중개항으로서 중국 대외무역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홍콩과 중국 본토의 미국 수출 비중은 무역전쟁 1기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상대적으로 급속한 하락세를 보인다. 필자가 중국 해관총서 및 홍콩정부 통계청 통계를 기반으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과 중국 본토의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2017년 8.5%, 19.0%에서 2024년 6.5%, 14.7%로 줄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2.0 시기를 언젠가는 중국경제가 마주하고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인 수출 다변화(미국 의존도 축소)와 내수시장 확대를 속도감 있게 이뤄가는 계기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현 상황을 자신의 속도에 맞게 조절하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미국과 디커플링하겠다는 의도 역시 읽히는 대목이다.

미 국채 보유 전략적으로 줄여가는 중국, 
2위에서 3위 보유국으로 순위 하락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5월 16일 기사에서 주요국의 미국 국채 보유 순위에서 기존 2위였던 중국이 3위로 한 계단 하락하고, 3위였던 영국이 2위로 올라서며 자리바꿈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지난 3월 기준 주요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1위 일본 1조1,300억 달러, 2위 영국 7,793억 달러, 3위 중국 7,654억 달러가 됐다. 2, 3위 간 격차가 크지 않아 실질적으로 큰 의미 없는 순위 변동이지만, 미중 경쟁의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이 사안이 상징하는 바는 작지 않다. 중국이 경쟁에서 뒤처져 순위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중장기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미중 무역전쟁 1.0 이후 탑재된 중국의 새로운 대미 전략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중국은 2011년 최대 1조3천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등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그 보유량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00년 WTO 가입 이후 대대적인 세계화 물결 속에서 중국은 제조업과 수출의 가파른 성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외환보유고를 늘려나갔고,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만큼 미 국채 보유량도 동일한 속도로 확대돼 갔다. 하지만 2018년 미중 갈등과 경쟁이 심화한 이후 중국은 전략적 판단을 통해 미 국채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여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림>의 시기별 기울기를 보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용 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의 구성은 기존 장기물 채권 위주에서 단기물 채권 위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양자 간 신뢰 관계에 바탕을 둔 장기투자 방식이 아닌 필요할 때 시장에서 매도가 용이한 단기투자 방식으로 구성을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위해 미 국채를 일시에 투매할 수 있다고 하지만 주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급진적으로 상황을 몰고간다고 추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확실한 것은 중국이 대외 부문 중 무역과 투자 영역 모두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언론에서는 “중국은 조용히 미국 국채와 자산 비중을 줄이며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결국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멀어지려는 속도는 향후 진행될 미중 2차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가속화될 수도, 일시 둔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