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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소기업 경쟁력의 세 가지 키, 디지털·친환경 전환과 에너지 효율화
문종숙 주OECD대표부 참사관 2025년 07월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세·비관세 무역장벽 강화, 지정학적 긴장 고조, 에너지 가격 급등, 고물가·고금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생존 환경은 나빠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OECD 국가에서 창업은 줄고 폐업과 도산은 늘고 있다. 「OECD 중소기업과 기업가정신 전망 2023」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기준 창업(entry)이 전년 동기 대비 15%나 줄었으며, 2021년 2분기에는 폐업(exit)이 무려 70% 늘었다.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 기반 중소기업처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기업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OECD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화,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전환을 핵심 정책으로 설정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생존에 필수인 디지털화,
자금 확보 및 기술·정보·보안 역량 강화 위한 유기적 정책 필요


디지털화는 중소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디지털 기술은 자원이 제한된 중소기업의 대규모 초기 투자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을 줄여주고, 수작업과 반복작업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이며 비즈니스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에 많은 중소기업이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OECD는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현황 및 해결과제를 파악하기 위한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중소기업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26%로, 맞춤형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 및 도입률은 6%에서 9%로 증가했다. 그러나 응답 기업은 디지털 전환의 장애요인으로 유지보수 비용(40%), 교육 시간 부족(39%), 하드웨어 비용(32%)을 꼽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73%는 여전히 디지털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OECD 각국은 이러한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례로 프랑스는 디지털 바우처로 소규모 기업의 디지털 투자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독일은 외부 자문 서비스를 통해 중소기업의 온라인 마케팅 및 IT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했음에도 중소기업의 디지털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OECD의 정책 권고와 주요국 사례를 폭넓게 참고할 때 중소기업의 디지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 전문성 강화, 관련 정보 제공, 보안의 네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네 가지 정책 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디지털 도구나 플랫폼을 도입하고 활용할 때 초기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OECD 회원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보조금 지원, 바우처 지급, 세제 혜택 등 자국 기업에 다양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예컨대 브라질, 프랑스, 헝가리, 스페인, 튀르키예 등은 기술에 특화된 재정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며, 호주,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영국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 나섰다. 

둘째, 디지털 전문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격차가 큰 상황에서 이를 줄이기 위한 상생형 디지털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 선도 대기업과 협력해 중소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디지털 도구 및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거나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중소기업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전문기술의 활용도와 효과성을 평가하고 중소기업 업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캐나다, 독일, 스페인 등은 클러스터 정책을 통해 기업 간 협업을 촉진하고 있으며, 호주, 오스트리아, 브라질, 포르투갈, 스페인은 액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셋째,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많은 중소기업이 디지털 기술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디지털 도구의 활용법, 관련 워크숍, 정부 지원 프로그램, 성공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보를 일원화된 포털에서 제공하는 등 정보 접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화가 심화할수록 데이터 보호 및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중소기업은 보안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으므로 디지털화 과정에서 보안 대응 역량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 펌웨어 방지 소프트웨어 설치, 운영체제의 정기적인 업데이트, VPN 및 방화벽 설치, 사이버 보안 평가와 전문가 컨설팅 그리고 직원 대상 보안 교육·훈련 등이 병행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보안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디지털화의 성과도 지속 가능하다.

러·우 전쟁으로 커진 에너지 비용 부담···가격보단 소득 지원,
궁극적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으로 전환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 내 주요국은 최대 140%까지 비용이 상승했고, 독일은 중소기업의 62%가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OECD 회원국들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했다. 

첫째는 가격 지원이다. 전기·가스 요금 상한제, 세금 환급, 부가세 인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세액공제, 대출 보증, 이전소득 지급 등과 같은 소득 지원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했고,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는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이전소득을 제공했다. 셋째는 에너지 효율 향상 등 구조적 개선을 촉진하는 보다 근원적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원화 약세로 인한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이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단기적 유동성 공급을 위한 가격 지원 방식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지원하더라도 가능하면 조속히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시 소득 지원 방식으로의 한시적 대체를 검토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구조적인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후설비 교체, 장기·저리 융자를 통한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 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 지원 그리고 전문가 컨설팅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친환경 전환···기술개발에서 상업화까지의
자금 공백 해결 위해 다양한 금융수단 논의 진행 중


기후위기에 대응한 친환경 전환 역시 중소기업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중소기업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3%, EU 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63.3%를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서 그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받으면서 같은 공급망에 속한 중소기업에도 탈탄소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인력, 자본, 정보 등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OECD는 중소기업의 실질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우수사례와 정책적 지원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중소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탈탄소 어드바이저 제도’를 도입하고 기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기업 내부체제 정비, 자금 조달, 원자재 확보 등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역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정분석·시장조사 등 친환경 컨설팅부터 탄소저감 설비 도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탄소중립전환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녹색전환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초기 기술개발에서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긴 시간 동안 발생하는 자금 공백 문제다. 이와 관련해 OECD는 한국 IBK기업은행, 영국 중소기업은행(BBB), 캐나다 기업개발은행(BDC), 프랑스 공공투자은행(Bpifrance) 등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소기업 자금 조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녹색전환에 필요한 다양한 금융수단, 예를 들어 녹색대출, 녹색채권, 전환대출 등 녹색금융 상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OECD 내 친환경 전환에 대한 모멘텀은 다소 약화됐으나,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무역장벽이 현실화되면서 저탄소 공급망 구축은 국제무역 참여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 됐다. 친환경 전환에 대한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중소기업 역시 능동적 대응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과 글로벌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OECD 회원국의 다양한 사례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디지털 전환,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전환이라는 세 가지 축은 각각의 과제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과제다. 우리나라 역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 민간 파트너십, 지역 기반 정책 연계 등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국가경쟁력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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