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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대응해 에너지 안보 강화하려면?
이영주 주OECD대표부 참사관 2025년 09월호
청정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는 불가분의 정책목표이며, 이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는국가 에너지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예측못한 에너지시장 불안정에 항시 대비하는 동시에AI 등 산업 육성에 필요한 청정 전력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전력 인프라 혁신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1974년 11월 설립된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OECD 회원국이 에너지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기구다. 지난 7월 기준 32개 정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6년 OECD 가입에 이어 2002년 IEA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에너지시장 안정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정책 추구하는 IEA,
핵심 어젠다는 청정에너지 전환


IEA는 설립 이래 공동 비축유 방출, 에너지 데이터 공유, 에너지 효율 향상, 연구개발(R&D) 협력 등을 핵심 임무로 삼아 국제 에너지시장 안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현안 대응에 크게 기여해 왔다. 2022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석유시장 불안정에 대처하기 위해 1억2천만 배럴 규모의 공동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최근 IEA는 이러한 전통적 의미의 에너지시장 안정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환경 조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 등 모든 청정에너지원과 기술을 아우르는 통합 분석 및 정책 권고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IEA는 분야별 분석과 전망을 종합적으로 집약해 매년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에너지정책 수립에 중요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과제로 다루고 있다. 나아가 책임 있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하는 청정에너지 전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지금부터 설명할 IEA의 논의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탄, 석유, 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전 지구 공동의 지향점이자 IEA의 가장 핵심적인 어젠다 중 하나다. IEA는 매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전 세계 국가의 현재 정책에 기반한 ‘기존 정책 시나리오’, 각국 정부의 에너지·기후 목표 달성을 전제로 한 ‘공약 달성 시나리오’,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해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를 제시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하며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청정에너지 도입 규모를 제시한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정책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전례 없이 확대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2035년까지 이미 제시된 계획보다 태양광 7천TWh, 풍력 5천TWh를 더 생산해야 한다. 더불어 수력, 원자력 등 전력망 운영자가 필요에 따라 발전량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dispatchable) 저배출 전원의 확충도 중요한데, 원자력의 경우 현행 정책 기준 발전 전망치보다 약 1,400TWh 규모의 발전량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IEA는 2025년 전 세계 에너지 투자 규모 3조3천억 달러 중 2조2천억 달러가 재생에너지, 원자력, 전력망, 저탄소 연료 부문에 투입될 것으로 본다. 이는 화석연료 투자의 두 배에 달하며, 태양광에만 약 4,500억 달러가 투입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는 IEA가 최근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로, 에너지 안보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신흥국의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사회 전반에서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가 가속하며 전기 수요가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23년 사이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는 1.5%에 못 미쳤으나 전력 수요는 3%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보였으며, 2035년까지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AI 기술의 확산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를 동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415TWh 규모였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에는 두 배 이상인 945TWh, 2035년에는 최소 1,200TWh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증가 속도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증가 속도보다 4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이러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자로를 포함한 원자력 등 청정 전력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전력망 현대화, 에너지저장장치 확산 등 전력인프라 전반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기술의 원료인 핵심광물 수요 꾸준히 증가···
공급망 다변화, 시장 안정화 정책뿐 아니라 국제협력도 중요


구리,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으로 대표되는 핵심광물은 배터리, 풍력 터빈, 전기차, 전력망 등 청정에너지 기술의 필수 원료다.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과 함께 핵심광물 수요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2024년 리튬 수요가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고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의 수요도 6~8% 증가했다. 2040년까지 리튬 수요가 약 5배, 흑연과 니켈 수요가 약 2배, 코발트와 희토류 수요는 50~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수요 증가와 함께 공급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최근 시장에서 핵심광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핵심광물 공급 규모 확대에도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주요 공급 국가의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주요 에너지광물 정제시장에서 상위 3개국의 평균 시장 점유율이 86%에 달했으며, 공급망 다변화 노력에도 2035년 상위 3개국의 점유율 역시 82% 이상으로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 EU를 비롯한 주요 수요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국가 간 협력 확대의 중요성도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IEA 역시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보고서를 발간하는 한편 공급망 충격에 대비해 안보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넷제로 달성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 효율 개선율 4% 선언했으나 지난해 1%대에 머물러


IEA는 에너지 효율을 ‘첫 번째 연료(first fuel)’이자 넷제로 달성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가장 빠르고 비용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역설한다. IEA의 최근 분석은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가속하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약 10% 절감할 수 있고, 연간 1천MtCO₂ 이상의 온실가스 저감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에너지 효율의 중요성을 반영해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전 세계 에너지 효율 개선율을 연간 약 2%에서 4%로 두 배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IEA에 의하면 2024년 에너지 집약도 개선율(생산 등 일정한 경제활동에 사용된 에너지양을 줄이는 정도로 에너지 효율을 측정하는 지표)은 단지 1% 수준에 머물러 목표 달성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IEA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건물 부문에서 고효율 단열과 히트펌프(열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냉난방 및 온수 공급을 하는 기기), 산업 부문에서 폐열 회수와 기계 효율화, 운송 부문은 전기화 및 연비 강화, AI와 ICT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며 규제와 정보제공, 금융 인센티브 등 3대 정책수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IEA가 주목하는 주요 이슈들은 우리 에너지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청정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는 불가분의 정책목표이며, 이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는 국가 에너지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예측하지 못한 지정학적 긴장에서 촉발되는 에너지시장 불안정에 항시 대비해야 하며, 동시에 AI를 포함한 첨단산업 육성에 필요한 청정 전력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 인프라 혁신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나아가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는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양자, 다자 국제협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혁신 등을 종합적 관점에서 속도감 있게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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