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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33주년, 이제 한중 경제협력의 질적 발전 꾀할 때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책임연구원 2025년 10월호
올해는 한중 수교 33주년을 맞는 해다.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인 수교를 선언한 이래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는 비약적인 수준으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수교 당시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2024년 2,729억 달러로 약 43배 증가했고, 1991년까지 누적 7,1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의 대중 투자는 2024년까지 누적 966억 달러에 달하며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한중 경제협력 발전 과정에서 홍콩은 중개자이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수교 초기부터 최근까지 대중국 무역의 주요한 경유지이자 한국의 4대 수출시장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수교 이후 33년간 한중 경제협력의 성과를 무역, 투자, 금융 등 분야별로 회고하고, 이 과정에서 홍콩이 담당한 중개자 겸 촉진자 역할의 변화상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대중 수출 규모 50배 증가···
최근 리튬·니켈 등 중국 의존도 급증해 무역수지 적자 전환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 무역은 연평균 12%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1992년 64억 달러였던 교역액은 2005년 1천억, 2011년 2천억, 2021년 3천억 달러 시대에 차례로 진입했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은 수교 첫해 27억 달러에서 2024년 1,330억 달러로 약 50배 증가해 같은 기간 38배 커진 대중 수입 증가세를 크게 상회하는 등 양자 교역 확대를 주도했다. 2004년부터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에 달한다. 

수교 당시 한중 무역수지는 10억 달러 이상 적자였으나 1993년부터 2022년까지 약 30년간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했다. 2013년 628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대중 무역흑자는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해 2024년에는 약 69억 달러의 적자로 전환됐다.

이러한 변화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을 비롯한 한국의 주력 산업 부문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전통적 수출 우위가 약화된 반면, 배터리용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소재의 대중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2010년 716억 달러였던 대중 수입액은 2024년에 약 1,400억 달러로 거의 두 배가 되며 한중 무역수지에 영향을 줬다. 

대중 수출품목 구조의 다변화와 고도화도 눈에 띄는 변화다. 수교 초기 한국은 중국에 전자부품, 철강, 합성수지, 섬유 등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고 의류, 광물 등을 수입하는 수평적 무역구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한중 무역구조가 점차 수직적 분업구조로 진화하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품목은 크게 다변화됐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목은 전체 대비 35%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466억 달러), 무선통신기기(80억 달러), 합성수지(67억 달러), 기초유분(56억 달러) 등이 차지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는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196억 달러), 2000년에는 석유제품(17억 달러)이 우리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한중 무역구조에도 시기별로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교 이후 한국의 대중 투자가 본격화됐다. 1992년 누적 기준 투자액이 2억900만 달러에서 2024년 약 996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설립된 신규법인 수 역시 279개에서 2만8,976개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시기별 투자 패턴을 보면 1990년대는 노동집약적 제조업 위주의 임가공 중심 투자였고, 2000년대 들어서는 대기업의 본격적인 생산기지 설립 투자와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이 주요 특징이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과 서비스업 분야로 투자 영역이 확장됐다. 특히 2018~2022년에는 반도체 분야 투자가 124억 달러로 대중 투자의 39.8%를 차지하며 전체 투자 규모의 확대를 주도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전년 대비 89.8% 급감한 18억7천만 달러에 그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의 대한국 투자도 극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92년 6건, 106만 달러에 불과했던 투자 규모는 2023년 기준 734건, 15억8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건수 기준 122배, 금액 기준 약 1,500배 증가했다. 수교 이후 중국의 대한국 투자 누적액은 229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 기업들은 초기 제조업 중심에서 점차 IT, 금융, 서비스업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했으며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대규모 M&A와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한국의 게임,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 투자 지역도 크게 다변화됐다. 수교 초기에는 산둥성과 동북 3성에 대한 투자가 전체 투자의 약 60%를 차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 40% 초·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상하이 등 화동 지역에 투자한 비율은 10% 중반에서 20% 후반대로 크게 확대됐다. 이는 중국경제의 중심축이 동부 연해 지역에 형성되며 한국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시장 접근성이 높은 지역을 투자 거점으로 적극 활용한 결과다.
 

2015년 발효된 한중 FTA, 2단계 협상 재개 합의돼
향후 문화·관광·법률 시장까지 개방이 확대될 전망


한중 간 실물경제 및 산업 협력이 심화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의 역할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양국 간 금융협력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양자 간 통화협력의 발전 추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통화 스와프다. 한중 간 통화 스와프는 2002년 20억 달러 규모로 처음 체결된 이래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스와프 규모를 확대해 왔다. 가장 최근인 2020년 10월 계약을 갱신할 때에는 계약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스와프 규모도 직전의 3,600억 위안(약 560억 달러)에서 4천억 위안(약 59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이 외에 얼마나 다양한 금융기관이 상대 시장에 진출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금융협력 수준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수교 이후 양국 금융기관의 상호 진출은 꾸준히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주요 정책·시중 은행들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이 중국에 진출했으며, 중국에서는 중국교통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이 한국에 진출해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교통은행은 2014년 한국 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돼 원화·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과 위안화 금융서비스 제공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양국 금융기관 간 MOU 체결과 공동 금융상품 개발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2015년 12월 한중 FTA 발효는 양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크게 강화한 계기이자 상징적으로도 큰 함의를 지닌 이벤트다. 협상 체결 당시 상품 분야에서 관세 철폐 비율을 품목 수 기준 90% 이상, 수입액 기준 91%(한국)와 85%(중국)로 합의하는 등 양국의 통상·투자·서비스 분야 협력을 한 걸음 더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현재는 FTA 2단계 협상 재개에 양국이 합의한 상황으로 향후 문화·관광·법률 시장까지 개방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홍콩은 오랜 시간 동서양 무역 활동의 허브이자 대표적인 중개무역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왔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홍콩은 대외무역 초기 중요한 해외 수출 거점이었고, 특히 한중 수교 이전에는 중국과의 교역이 상당 부분 홍콩을 경유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우리 무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홍콩은 1970년부터 미국, 일본에 이은 우리의 3대 수출시장 지위를 갖고 있었고, 54년이 지난 2024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4위 수출시장이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의 대홍콩 수출액은 59억1천만 달러로 대중국 직접 수출(26억5천만 달러) 대비 두 배가 넘었다. 한중 수교 30여 년이 지난 2024년 대홍콩 수출액은 350억 달러로 대중국 수출액(1,330억 달러)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이고 홍콩은 미국(556억 달러)에 이은 두 번째의 무역수지 흑자(328억 달러) 시장이다.

홍콩으로 향하는 주요 수출품목의 시기별 변화는 한국의 대홍콩·대중국 수출 구조 및 환경 변화상을 반영한다. 1992년 대홍콩 최대 수출품은 섬유제품이었고 그 다음이 반도체, 합성수지, 편직물, 철강판 순이었는데, 2024년에는 전체 수출 비중의 75%를 차지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제품, 컴퓨터, 귀금속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20~30년 동안 중국의 산업이 빠르게 고도화됨에 따라 중국 남부 지역에 위치한 생산기지를 포함해 본토 내 반도체 수요가 크게 확대된 결과다. 

중국시장과 연결성 높고 글로벌 금융 활동 유리한 
세계 3대 금융중심지 홍콩의 경쟁 우위적 환경 활용해야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본토와의 직접 교역이 확대되면서 홍콩의 중개무역 기능은 다소 하락했지만 금융중개 기능은 오히려 고도화되고 있다. 홍콩은 정책적으로 달러 그제(1달러=7.75~7.85홍콩달러)를 시행하고 있어 환위험이 적고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롭다. 무엇보다 판례 중시 기반의 보통법(common law) 체계를 보유한 지역으로 시장의 변화를 법체계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국제금융 활동에 최적화된 도시다.

여기에 더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배후시장으로 연결돼 있고, 중국 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관리하는 ‘위안화 국제화’는 철저히 홍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역외 위안화 결제의 75% 이상을 홍콩 금융시장이 처리하는 등 홍콩은 뉴욕, 런던에 이은 명실상부한 세계 3대 금융중심지로서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한중 수교 직후 한국의 많은 제조기업이 중국시장으로 직접 진출해 낮은 인건비와 정책 인센티브 등에 기반한 제조·수출 활동으로 큰 성장을 거둔 바 있다. 최근에는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이 강조돼 다양한 서비스업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개방도가 낮고 태환과 자본 유출입 규제가 강한 중국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기관들이 중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으므로 홍콩이라는 인접 금융허브의 활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실제 홍콩에는 한국의 3대 정책은행,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여타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20곳이 넘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진출해 자금조달, 인수금융, 투자은행(IB) 등 다양한 글로벌 금융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홍콩은 그 자체로 국제적이고 독립적인 금융허브이기도 하지만 후강통·선강통, 채권통 등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금융인프라 연계 제도(connect schemes)를 통해 중국 본토 금융시장과의 연결성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어 중국 기업과 산업 투자에 관심이 있는 세계적 기관투자자들이 중국 관련 금융 비즈니스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홍콩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 부문을 넘어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핀테크 등 새로운 금융 분야에서도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스타트업들도 자금조달 및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 홍콩이 보유한 경쟁 우위적 환경을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중 경제협력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33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무역, 투자, 금융, 관광, 인적 교류 등 사회·경제적 교류 활동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 과정에서 FTA와 같이 양자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중요한 제도적 장치와 플랫폼도 마련했다. 이제 한중 경제협력 관계는 지난 30여 년의 양적 발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질적 발전을 추구할 차례다. 통계 수치 증가로 확인할 수 있는 양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상호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 활동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실물경제와 금융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형적·무형적 이익과 자산을 서로 충분히 인정하는 경험이 축적된다면 한중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이러한 전환적 계기가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회의에서 각급 단위의 양자·다자 소통의 장을 통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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