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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APEC 계기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챕터로 이어지길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책임연구원 2025년 12월호
3분기까지의 중국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실적을 보인 가운데
부동산 부문은 단기간 내 극적인경기 개선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중국 혁신 테크 기업들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이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고용 확대,
경제성장 기여 등의 긍정적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경주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의 경제적 협력 측면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 특별한 이벤트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양국뿐 아니라 해외 매체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글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의 경제적 성과를 재조명하고 올해 중국의 거시경제 동향과 최근 홍콩 금융시장의 활황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중 정상회담, 원화·위안화 통화스와프 계약 5년 연장 등 
여러 분야에서 7건의 MOU 체결하며 구체적 성과 거둬


시 주석의 방한은 그 계획이 공개된 이후부터 한중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특히 양국 경제협력 강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제32차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한중 정상 간 만남은 양국 경제 관계의 발전을 희망하는 한중 기업인들과 양측 교민들의 기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APEC이라고 하는 다자외교의 장에서 시 주석의 방문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국빈’ 자격으로 이뤄진 점은 한중 간 관계 복원 및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경제·금융·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7건의 MOU를 체결하는 구체적 성과를 거뒀다. 세부적으로는 70조 원(4천억 위안) 규모의 원화·위안화 통화스와프 계약 5년 연장,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6~2030년) 추진,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 가속화, 실버경제 분야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 추진, 대중국 수출 식물검역 요건 완화, 보이스피싱 및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등이 주요 합의 내용이다.

이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과는 원화·위안화 통화스와프 계약 갱신이다. 이번 조치는 한중 양국이 2002년 20억 달러 규모로 처음 체결한 이후 지속 확대해 온 통화협력을 유지·강화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양국 외환시장의 안정성 강화 조치를 통해 대외환경 변동성에 민감한 금융시장의 안정화 역시 추구했다는 점이다. 둘째, 무역 결제 시 원화·위안화의 직거래 확대를 유도해 환전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도록 하는 만큼 교역 증진 효과가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에 원화·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래 한중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지속 증가 추세에 있는데,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위안화 결제 비중은 한중 무역의 약 11%로 적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위안화 조달 금리가 낮게 형성돼 위안화를 무역금융 등에 활용할 여지가 커진 측면이 있다. 반면 달러화의 경우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주기에 진입했다고는 하지만 국채 금리를 중심으로 금리 인하의 속도는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즉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거래 관계가 있는 우리 기업들의 위안화 조달 및 지급결제 활용은 당분간 계속 유효할 것이다. 셋째, 한중 중앙은행 간 신뢰를 강화하고 향후 금융 부문의 협력을 확대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양국은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6~2030년)’ 추진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연례적 경제협력을 넘어 향후 5년간 양국 경제협력의 방향성과 구체적 목표를 함께 설정하는 전략적 문서로서 몇 가지 시사점을 갖는다. 첫째, 5년이라는 중기적 관점에서 양국 경제협력의 방향성과 목표를 체계적으로 설정하고 단계적 추진 방안을 담은 중장기 공동 비전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둘째, 기존의 노동집약적이고 기술이전 중심의 협력에서 벗어나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양국 경제협력 구조의 전환을 시사한다. 과거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 협력 구조로의 변화를 반영해 상호 이익에 기반한 동등한 협력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외에도 실버산업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강화, 농산물 교역 환경 개선, 보이스피싱 및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등에 협력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는 것은 양국의 협력 범위를 경제·금융뿐 아니라 민생과 사회 분야로까지 확대하고자 함을 시사한다.



대체시장 발굴해 미국발 관세전쟁 극복한 중국,
올해 GDP 5.0% 성장 목표치 무난히 달성할 전망


올해 중국의 거시경제 동향은 당초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 등 대외 부문을 중심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수출 실적에서 크게 선방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까지의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에 부합하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생산, 투자, 소비 등 분야별로 상이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부문은 단기간 내 극적인 경기 개선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다만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전기차, AI, 반도체 등 중국의 테크 기업들은 연초 딥시크 공개 이후 다시 한번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연이은 기술개발 성공 및 상용화 단계 진척 소식이 수시로 전해지며 혁신 기업들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이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고용 확대, 경제성장 기여 등의 긍정적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분기까지의 GDP 성장률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1분기), 5.2%(2분기), 4.8%(3분기)로 누적 기준 5.1%를 기록했다. 연초 중국 정부가 목표치로 내세운 5.0% 내외 성장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문별로 경기 회복의 정도나 처한 상황이 다르다. 생산은 매월 안정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증가율을 보이는 등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반면, 투자는 2분기 이후 모멘텀을 잃어가는 모습이고, 소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 회복 정도가 불균형적인 모습이다.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당초 크게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 수출은 미국 외 대체 시장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지난 9월까지 매우 양호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1~10월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으나, 베트남(22.3%), 태국(21.6%), 인도네시아(13.9%), 인도(12.3%) 등 국가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지역 기준으로는 아프리카(26.1%), 동남아시아(14.3%), 중앙아시아 등 일대일로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연선국가(10.5%), EU(7.5%) 등으로의 수출이 전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한편 홍콩은 1970년대 후반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행된 후 오랜 기간 중국 본토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금융투자 자본의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50여 년간 자본 유출입 통로 역할을 한 홍콩 증시,
올 10월까지 32% 상승하고 IPO 실적도 세계 1위


홍콩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로 유입된 FDI 자금 규모는 1조6,815억 달러로 전체의 59.2%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 본토에서 해외로 나가는 해외직접투자(ODI) 중 홍콩을 목적지로 하는 자금 규모는 1조7,525억 달러로 전체 대비 59.3%다. 즉 홍콩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는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중국 본토 인바운드 외자 유치와 아웃바운드 해외 투자의 약 60% 정도를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대외 자금 통로다.

2010년대 들어서는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다양한 교차거래 제도가 도입·시행되며 글로벌 금융자본의 중국 본토 유입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 2014년 11월 시행된 후강통(홍콩-상하이 주식시장 연계)과 2016년 12월 시행된 선강통(홍콩-선전 주식시장 연계)은 중국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망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해외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북향거래) 수요를 지원하고 있고, 동시에 홍콩에 상장된 유수 기업들에 대한 중국 본토 내 투자(남향거래) 수요를 담아내는 채널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홍콩 금융시장은 2020년 이후 수년간 팬데믹발 경기 수축, 중국 부동산 침체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침체기를 겪었으나, 지난해 홍콩 증시 부양 정책 등을 계기로 반등을 시작해 올해 들어 오래간만에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10월 말까지 연초 대비 32%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코스피(71.2%)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 전환의 결정적 계기는 올 1월 말 공개된 중국판 생성형 AI 모델인 딥시크가 제공했고, 이후 시장에서는 중국 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해외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에 집중되며 항셍지수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중국 정부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해 중국 본토 기업들의 홍콩 증시 상장을 장려하는 정책 메시지를 몇 차례 시장에 전달했다. 그 결과 홍콩 기업공개(IPO) 실적은 지난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20% 증가해 올해 항셍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올해 홍콩의 IPO 실적은 6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월에 이미 66개사가 홍콩 주식시장에 IPO 하며 232억7천만 달러(약 3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뉴욕거래소(165억3천만 달러)와 나스닥(153억2천만 달러)에 상장한 IPO 실적을 크게 상회한다. 연말까지 홍콩 증시로의 IPO 대기 물량도 충분한 것으로 전해지며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1위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사람들의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자산시장인 주식시장의 활황은 홍콩의 실물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민간소비 실적이 지난 5월부터 큰 폭의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 GDP 성장률의 경우 1~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3%를 기록하며 연초 홍콩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 2.0~3.0%의 상단을 상당폭 웃돌고 있다. 홍콩의 금융시장은 대내적으로는 홍콩 실물경제의 소비 수요 진작을 위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중국 본토 기업들을 위한 자금 연결자로서 고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한중 양국 간 쌓였던 숱한 경제적 난제와 협의 대상들이 일거에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자 인접한 세계 2대 경제 대국이며 최대 소비시장 타이틀을 보유한 중국과의 경제적 협업 및 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의 호혜적 관계를 재구축하기에 좋은 계기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당시에도 여러 정치적·사회적 이론(異論)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경제적으로 호혜적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결단으로 인해 국교 수립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탄생했다. 33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제로섬 관계가 아닌 양국 모두 큰 수혜자가 됐음을 역사와 관련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경주 APEC을 계기로 어렵게 마련된 이번 호기를 잘 활용해 한중 경제협력이 양적 발전의 단계에서 경제협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질적 발전 단계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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