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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올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빅딜 이뤄질까?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책임연구원 2026년 02월호

 
지난해 4월 본격화된 미국발 관세전쟁의 여파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026년을 맞이했다. 전 세계는 연초부터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이란 반정부 시위, 미국·EU 간 그린란드 이슈 등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사안들을 마주했다. 각 사안이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글로벌 경제·금융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도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4월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 예정돼

올해는 4월 미중 정상회담, 5월 미국 연준 의장 교체, 6월 G7 정상회의, 11월 미국 중간선거, 12월 G20 정상회의 등 국제사회에 굵직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특히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빅딜이 나올 수 있을지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및 주요 거시지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개최된 4중전회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제15차 5개년 규획(15.5 규획)’의 권고안을 확정 짓고 2026~2030년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성에 관해 활발히 논의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중국경제를 평가하고, 2026년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성 및 시사점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지난 1월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5년 중국경제가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초 설정한 ‘5% 안팎’의 GDP 성장률 목표치에 정확히 부합하는 수치이며, 2023년 5.2%, 2024년 5.0%에 이어 3년 연속 5.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명과 암이 뚜렷이 나뉘며 중국경제가 현재 ‘K자형’이라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음을 보였다. 2025년 각 분기별 GDP 성장률은 5.4%, 5.2%, 4.8%, 4.5%로 점진적인 성장세 둔화가 관찰됐다. 특히 4분기 성장률(4.5%)은 최근 3년간 분기별 실적 중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하는 등 연말로 갈수록 경기 둔화 압력이 심화되는 상고하저의 흐름이 나타났다.

세계 2위 규모의 중국경제가 최근 3년 연속 5%대의 성장을 했다는 것은 2023~2024년 모두 2.9% 성장한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비교할 때 대단한 실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두 자릿수 성장 속도를 자랑했던 2007년(14.1%)을 떠올려 보면 중국경제에도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는 산업구조 고도화, 미중 갈등 등 대내외 요인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지난해 주요 거시경제 지표의 실적을 보면 명확해진다.

당초 대외 여건 변화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됐던 중국의 수출은 연간 5.5% 증가하며 잘 버텨줬고, 생산도 전기차 등 친환경 부문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연평균 5.9% 성장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지난해 1월 말 딥시크 공개 이후 AI, 휴머노이드 등 하이테크 분야로 대내외 자본·인력·정책 등이 집중되며 신경제(new economy) 관련 기업 단위에서 대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것이 다시 금융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실물경제 전반에 활력을 주입하는 등 견조한 성장을 이끈 배경이 됐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GDP 5% 성장 달성한 중국…
수출·생산 부문은 양호했으나 부동산·내수는 부진

반면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책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노후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구환신 정책 등 소비 진작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세 부진 등이 나타나며 근본적인 해법은 찾지 못한 모습이다. 한때 중국경제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였던 투자도 지난해 9월 –0.5%, 10월 –1.7%, 11월 –2.6%, 12월 –3.8%로 9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중국경제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중국경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외 부문이다. 수출은 미국발 관세전쟁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됐으나, 실제 결과는 연간 수출액 3조7,718억 달러, 수입액 2조5,829억 달러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 무역지표가 호실적을 거둔 데는 수출시장의 다변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대 수출시장이자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20% 감소했으나, 아세안 13.4%(베트남 22.4%, 태국 20.3% 등)를 비롯해 아프리카 25.8%, 홍콩 15.5%, 인도 12.8%, EU 8.4% 등으로의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며 미국시장에서의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모습이었다. 또한 중앙아시아 등 일대일로 연선국가로의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10.6% 증가한 것 역시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관련 교역 확대를 주요 대외정책 삼아 정책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지난해 중국의 금융 부문 역시 호황이었다. 연초 딥시크 공개로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대되고 투자심리가 회복되며, 중국 본토(상하이, 선전)는 물론이고 중국의 대외 금융 창구 역할을 하는 홍콩의 증시 실적도 양호했다. 중국 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구경제(old economy) 관련 종목 비중이 높은 상하이 증시는 연간 18.4% 상승한 데 비해, 기술주 비중이 높은 선전은 연간 29.9% 상승했고 중국 테크·바이오 기업 비중이 높은 홍콩 항셍지수도 연간 27.8% 상승하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75.7% 상승한 코스피 지수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다우존스(13%), 나스닥(20.4%), S&P 500(16.4%)과 일본 닛케이225(26.2%), 대만 가권(25.7%) 등 주요국 증권 지수를 웃도는 수치다.

 

고품질 발전 전략으로 저가 상품 양산·수출국에서 탈피…
대규모 경기 부양책보다 공급 최적화와 구조개혁 달성

그렇다면 2026년 중국경제 전망은 어떨까. 특히 올해는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을 이행하는 첫 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이 현재 마주한 여건을 보면, 투자·소비 등의 내수 부진에 대응하고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 분위기를 전환해야 하며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성장 속도를 고려해 일자리 공급 정책을 펼쳐 높은 청년 실업률 문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우스 등으로의 수출 활로를 확보해 미국의 대체시장 진출 및 국내 과잉생산 문제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복잡다단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중국의 핵심 대응 전략은 고품질 발전 추구다. 더 이상 낮은 노동임금에 기반한 저가 상품의 대량 생산·수출국이 아니라 휴머노이드 등 하이테크 제품을 개발해 AI 시대를 선도하는 한편, 전기차 등 친환경 제품 개발로 기후위기 시대에 발맞춰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 주체로 국제사회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제기구 및 다수 글로벌 투자은행은 2025년이 중국경제가 5% 이상 성장하는 마지막 시기가 될 것이고 이후에는 4%대 또는 그 이하로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단순히 중국경제가 예전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넘어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미래의 중국경제는 GDP, 무역 규모 등 양적 지표로만 평가되던 시대에서, 첨단 AI 로봇(휴머노이드 등)을 도심 매장에서 쉽게 구매하고 수많은 자율주행 전기차가 도로 위에서 운행되며 저공경제의 핵심 축인 드론이 전자상거래 배송을 담당하는 등 질적 성장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할 것임을 의미한다. 

물론 중국경제가 장밋빛 전망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수년째 적당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이와 상관관계가 높은 소비 부진, 지방정부 부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더구나 전통적인 경기부양 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진 상황에도 직면하고 있다. 동일한 규모의 재정 지출이 과거에는 큰 경제효과를 거뒀지만 이제는 제한적 범위의 효과만 낳고 있다. 일종의 재정정책의 피로(fiscal fatigue)라고도 볼 수 있는데, 정부가 지출하는 재정의 크기에 비례해 경기가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통화정책도 운용의 폭이 크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정책 당국이 기준금리를 과감히 인하하고 싶어도 위안화 약세 등의 우려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보다는 ‘공급 최적화’와 ‘구조개혁’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투자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투자의 질과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보다는 기술혁신 투자로, 과잉생산 산업보다는 신산업으로 자원을 재배분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비단 양국 경제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파급력이 큰 상징적 이벤트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경제와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지 1년 만이다. 양국 정상이 만나 빅딜을 주고받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빅딜이 성사되면 2026년 글로벌경제와 금융시장은 지난해 시작된 관세전쟁의 여파와 충격을 일단락 짓고,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인 AI를 비롯한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와 생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경제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아이러니처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노선을, 중국이 다자무역주의를 주창하는 가운데 AI가 우리의 삶에 스며드는 대변혁의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오랜 이웃이자 산업구조적으로 협력과 경쟁 대상인 우리에게는 중국의 신시대 산업 발전 속도와 그 내용에 대해 다양한 차원의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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