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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달라진 정부조달협정, 더 넓어진 글로벌 조달시장
최성우 주제네바대표부 1등서기관 2014년 05월호

[WTO 이슈] WTO 개정 정부조달협정(GPA)의 발효 의의

정부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를 조달하는 정부조달(Government Pro-curement) 시장의 규모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인 2002년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GDP 대비 정부조달 비중이 OECD 회원국의 경우 평균 19.96%, 비회원국의 경우 평균 14.48%이며, 국제적으로 교역이 가능한 정부조달 비중은 GDP 대비 OECD 회원국의 경우 평균 7.57%, 비회원국의 경우 평균 5.1%로 추정됐다. 이처럼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조달시장을 규율하는 국제통상규범에 관해 최근 새로운 전기(轉機)가 마련됐다. 지난 4월 6일부터 WTO 개정 정부조달협정이 발효된 것이다.

 


개정 정부조달협정(이하 ‘개정 GPA’)에는 ‘개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것은 이 협정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결과로서 1994년 채택된 WTO 정부조달협정(Agreement on Government Procurement, 이하 ‘1994년 GPA’)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호베르토 아제베도(Roberto Azevedo) WTO 사무총장은 개정 GPA 발효에 앞서 개정 GPA는 참여 당사국 간 새로운 조달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를 확대하는 경제적 혜택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조달절차의 투명성 증진을 통해 ‘공공 거버넌스’를 개선할 것으로 평가하면서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개정 GPA로 연간 800억~1천억달러 정부조달시장 추가 형성


GPA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및 WTO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상의 최혜국대우(MFN) 의무와 내국민대우(NT) 의무적용 대상의 예외 분야로서 무역자유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정부조달 분야에 비차별원칙을 도입한 협정이다. 도쿄라운드(1979년)에서 정부조달의 국제무역규범에 관한 논의가 전개돼 정부조달협정이 체결됐으며, 이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 1994년 WTO GPA가 채택됐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1997년부터 발효했다.


1994년 GPA는 협정의 적용대상에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공공기관의 정부조달 및 건설서비스까지 포함시켜 정부조달시장에 국제적 경쟁의 기회를 확대시켰다. 다만 GPA는 회원국 간에만 적용되는 ‘복수국 간 협정(plurilateral agreement)’이므로, 중국과 같은 GPA 비회원국에 대해서는 WTO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GPA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1994년 GPA는 협정 발효일로부터 3년 이내에 협정을 개선하고 협정 적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후속협상을 추진하도록 한 규정에 근거해 1997년부터 GPA 개정협상이 시작돼 2011년 12월 제8차 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각국의 양허안에 대한 기술적 검증 및 협정문 문안 정리작업을 완료한 후 2012년 3월 WTO 정부조달위원회에서 1994년 GPA를 개정하는 의정서를 채택하게 됐다.


개정 GPA는 전자조달 등 조달 관련 기술의 발전상 반영, 조달절차와 양허변경절차 및 개도국 우대조항 명확화, 각국 양허기관 추가, 양허 하한선 인하 등 양허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바, 이는 협상 출범부터 타결까지 무려 15년 만에 도출된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회원국들은 2012년 3월 개정 GPA를 채택한 이후 WTO 정부조달위원회를 통해 개정 GPA 발효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했다. 개정 GPA의 발효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에 회원국들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각국의 국내비준 절차를 원만히 마무리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는 2013년 12월 WTO 제9차 각료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정부조달 각료급 회의’에서 개정 GPA 발효를 위한 회원국들의 의지가 결집돼 2014년 3월 말까지 개정 GPA를 발효시키기 위해 노력하자는 각료선언이 도출되기에 이르렀다.

 


개정 GPA는 1994년 GPA 당사국의 3분의 2가 개정 의정서에 대한 비준수락서를 기탁한 날로부터 30일째에 발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4년 4월을 기준으로 GPA 당사국은 43개국이나 EU 및 EU 28개 회원국은 1개국으로 간주하므로, 10개국의 비준수락서가 기탁될 경우 협정 발효에 필요한 당사국의 3분의 2선을 충족하게 된다.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캐나다, 대만, 미국, EU, 홍콩, 아이슬란드 및 싱가포르에 이어 이스라엘이 지난 3월 7일 10번째로 비준수락서를 기탁함으로써 당사국의 3분의 2선을 충족하게 됐으며, 4월 6일부터 동 회원국들에 대해 개정 GPA가 발효됐다. 열한 번째로 지난 3월 17일 비준수락서를 기탁한 일본은 4월 16일부터 개정 GPA가 발효됐다. 여전히 개정 GPA를 기탁하지 않은 1994년 GPA 당사국과 개정 GPA 적용 당사국 간의 정부조달에는 1994년 GPA가 적용된다.


43개 회원국 중 39개국은 이미 발효…우리도 참여 서둘러야


지난 4월을 기준으로 개정 GPA에 대해 비준수락서를 기탁하지 않은 GPA 회원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스위스, 아르메니아, 네덜란드령 아루바다. 스위스의 경우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조달제도를 조화시키기 위한 제도 변경이 필요해 개정 GPA의 비준에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WTO로 대표되는 다자통상체제(Multilateral Trading System)의 대표적 수혜국가로 자타가 인정해 온 우리나라가 아직 개정 GPA에 대한 비준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것은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안타까운 현실이다. OECD 및 G20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경제규모, 세계 7대 수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론은 차치하더라도 개정 GPA가 가져올 가시적 혜택을 냉철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WTO 사무국은 개정 GPA 발효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800억~1천억달러 규모의 정부조달시장이 추가로 형성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중국, 뉴질랜드, 몬테네그로, 몰도바 등 신규 WTO GPA 가입협상이 개정 GPA에 기초해 진행되고 있다. 개도국의 GPA 참여가 배제되는 것보다는 적절한 우대조항을 도입해 향후 점진적으로 GPA상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 아래 개정 GPA에는 개도국을 우대할 수 있는 조항이 도입돼 있는바, 개도국의 GPA 가입을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WTO 사무국이 추산한 개정 GPA의 경제적 효과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개정 GPA로 인해 확대된 해외조달시장에 대한 접근기회는 2008년 이후 지속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개정 GPA상 급식프로그램에 대해 정부조달에 대한 예외를 신규로 도입했다. 학교 급식을 포함한 모든 급식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조달에 GPA 적용 예외가 인정되어, 우리 농산물 우선구매 등의 WTO 규범 위반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키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아울러 개정 GPA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공기업의 조달 시 중소기업 우대조치에 대한 GPA 적용을 배제하는 주석이 현행대로 유지돼 있다.


셋째, 개정 GPA는 회원국 조달시스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했고, 과거 수주실적을 입찰 참가 조건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추세를 반영한 전자조달제도에 관한 규범을 신설하는 등 조달절차의 간소화 및 효율성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WTO GPA는 양자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상의 정부조달 분야 협상 시 중요한 준거 기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GPA 회원국이 아닌 비회원국 간 체결되는 FTA에서도 WTO GPA를 기준으로 협정이 체결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개정 GPA를 비준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FTA 협상 상대국에 대해 개정 GPA상의 규범을 토대로 한 정부조달 협상을 추진할 경우 상대국이 이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EU 및 EU 28개 회원국을 개별 회원국으로 고려할 경우 GPA 43개 회원국 중 39개국은 개정 GPA를 이미 발효시켜 새롭게 창출되는 연간 800억~1천억달러 규모의 정부조달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서 나가고 있다. 개정 GPA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가 지연될수록 협정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개정 GPA 발효로 확대된 정부조달시장의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한 도전과 과제는 우리 모두의 선택과 노력 여하에 달려 있음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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