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의 대표 시사프로그램 중 하나인 CBS의 ‘60분(60 Minutes)’은 저소득층 청년들의 일자리를 도와주는 비영리단체 ‘이어업(Year Up)’의 활동과 성과를 자세히 보도했다. 이어업은 일자리(job)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년뿐 아니라 미국의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CEO 켄 체놀트(Ken Chenault)는 인터뷰에서 “이어업의 활동은 도시빈민사회에 승리감을 안겨줬고, 저소득층 학생에게도 승리가 됐으며, 나아가 우리 회사에도 도움이 됐다(It’s a win for the urban communities, it’s a win for the students and it’s a win for our company).”고 강조했다. 도대체 이어업의 무엇이 청년 당사자들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이어업(Year Up)은 미국 보스톤에 근거지를 둔 비영리단체로, 2000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졸업자인 제럴드 셔타비언(Gerald Chertavian)에 의해 설립됐다. 조직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공사다리에 이르는 ‘기회의 불균형(Opportunity Divide)’을 해소하는 데 있다. 즉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도시빈민 청년들에게 기술, 경험 및 성공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전문경력직 또는 대학교육의 기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수혜자인 도시빈민 청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같은 기업들이 적격자를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설립 당시 보스톤 한 곳에 불과했던 조직은 현재 뉴욕,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프로비던스, 시애틀, 워싱턴 등 총 8개 도시로 거점이 확장 추세에 있다.
도시빈민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어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회의 불균형 퇴치를 위해 대상자를 도시빈민지역의 저소득층 청년으로 국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도시빈민지역에 거주하는 18~24세 사이의 고등학교 졸업자 또는 이에 준하는 학력 인정자들에 대해 1년간의 집중교육 및 실제 인턴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일자리 취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이들 대상자들이 정상적인 교육이나 조언을 거의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불우한 청년들이라는 점이다. 이어업은 이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①기업이 원하는 시장성 있는 직업기술교육 ②장학금 ③파트너 기업에서의 유급 인턴직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④지역소재 대학등록 시 최대 18학점에 해당하는 대학학점 취득도 가능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어업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육성을 위해 1년의 집중적인 선교육 -후인턴 교육프로그램(일명 ‘High Expectation High Support’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은 초반 6개월(21주간) 동안에는 이어업이 제공하는 수업을 들으면서 성공적 직장생활을 위한 전문적 기술 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 후반 6개월(26주간)에는 이어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 내 기업 및 정부기관에서 현지 유급 인턴과정을 밟으면서 실제 기업실무를 익힌다. 현재 250여개에 달하는 공기업, 주요 금융회사 및 IT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청년들은 이들 파트너 기업에서 주당 36시간 인턴으로 근무하고, 매주 수요일 오후 이어업 교실에 모여 3학점에 해당하는 전문훈련과정을 계속 이수하게 된다. 이런 1년의 교육프로그램은 파트너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인턴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연 2회, 즉 1차는 매년 8월 1일에, 2차는 매년 2월 2일에 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ㆍ구글ㆍMS 등 美 대표기업들 파트너로 참여
이어업의 두 번째 특징은 불우 청년들에 대한 단순한 기능교육을 넘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감성적·인격적 조언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①매주 정기적으로 전문 기술 및 개인 진로상담을 해주는 스태프 멤버인 어드바이저 ②청년 각자에게 한 명씩 배정돼 시장이 요구하는 실제 역량개발을 도와주는 사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멘토그룹 ③청년들이 원할 경우 1대1 튜터링을 도와주는 튜터그룹까지 총 3단계의 지원그룹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장학금, 교통비용, 대학학점 이수비용, 기타 행정비용을 감안해 1인당 약 2만4천달러가량의 비용을 파트너 기업들이 기부금 형식으로 지급하게 된다. 파트너 회사의 대표적 예로는 금융사로 USB, 골드만삭스, JP 모건체이스를, IT관련 회사론 이베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를, 언론계에서는 블룸버그, 타임워너를 들 수 있다.
1년간의 집중적인 선교육 -후인턴 과정은 2000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약 8천명 이상의 이수자를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파트너 기업에서 6개월간의 유급 인턴십을 경험했으며, 그중 85%는 취업에 성공했거나 4년제 풀타임 대학에 진학했다. 취업한 이들은 시간당 평균 15달러, 연평균 3만달러 이상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언뜻 만족스럽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도시빈민가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꿈도 없이 하루하루 먹고살 방안에만 골몰하던 불우 청년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어업 프로그램이 가져온 놀라운 효과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부적응 세력으로 치부되고 말았을 소중한 청춘들이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CBS 방송은 몇몇 청년들의 사례를 보여줌과 동시에 이들을 고용한 기업주들의 인터뷰도 함께 담았다. JP 모건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도 그중 한 사람으로, 그는 이어업 프로그램이 단순한 자선사업에 그쳤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라며, 이어업이 올바른 일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극찬했다(“I think it’s important that programs like Year Up have an end goal that’s enlightened, it’s not just philanthropy. If it’s just philanthropy, they tend to fall apart over time”).
기회의 불균형을 넘어 ‘Life Up’으로
우리나라도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기회 불균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처음부터 교육이나 자기계발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기회 불균등을 넘어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조화롭고 발전적인 사회모습임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들에게 성장사다리를 오르게 하는 한 방편으로 이어업의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퍼주기식 자선사업이 아니라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지속 가능하고 올바른 지원방법의 한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IT회사인 링크드인(Linked-In) CEO 제프 웨이너(Jeff Weiner)도 이러한 점에서 이어업의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잊어버리기 쉬운 강력한 수단(a powerful and often overlooked tool)”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실무 인턴경험을 조합한 새로운 방안을 통해 미래의 꿈을 포기해버린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이는 분명 그들 인생을 한두 해 높이는 것(Year up)이 아니라 그들을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Life Up)임에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