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지난 1월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위기설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2014년 4월 현재 급격한 외환시장 혼란의 여파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아르헨티나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남아 있다. 과연 아르헨티나 경제는 위험천만하기만 할까?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기회의 땅인 것은 아닐까?
2014년 1월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아르헨티나를 주목했다. 아르헨티나는 1월 23일 하루 동안 페소가치가 약 8.5% 하락하는 등 급격한 평가절하를 경험했다. 또한 아르헨티나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조치(tapering)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거론되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아르헨티나발 금융위기 여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환보유고 300억달러가 마지노선이며, 그 밑으로 내려갈 경우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 외환보유고는 270억달러선이 붕괴됐으나 금융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1월의 급격한 외환시장 혼란의 여파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환공급원인 대두수출이 청신호를 보임에 따라 약 500~600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아르헨티나발 금융위기설 논란은 줄어들었으나,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아르헨티나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남아 있다.
셰일가스 세계 3위, 국토 75%가 미개발 상태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3대 경제대국으로 스페인어권 남미경제의 중심축이다. 국토면적은 총 279만㎢로 세계 8위이며, 이는 남한의 28배에 달한다. 더욱이 이러한 광대한 국토는 세계의 농산물 생산기지인 팜파(pampa) 지역과 금, 구리, 리튬 등 막대한 광물자원 매장지로 구성돼 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자국을 ‘신이 축복한 땅’이라고 부른다. 아르헨티나의 광물자원 잠재보유량은 세계 6위이며, 특히 리튬과 붕소 매장량은 각각 중남미 2위, 3위 수준이다. 최근에는 세계 에너지 자원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킨 셰일가스의 매장량이 세계 3위라 알려지자, 다시 한 번 자원부국으로서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주요 셰일가스 매장지인 ‘바까 무에르따(Vaca Muerta; 죽은 소)’ 지역이 위치한 네우껜(Neuquen) 주는 전 세계 주요 석유기업 관계자들이 북적거린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자본이 부족해 국토의 약 75%가 아직 미개발 상태다. 광활한 면적과 막대한 자원매장량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인구(약 4천만명)로 아르헨티나의 개발 가능성은 무한해 보인다. 이러한 엄청난 잠재 가능성으로 인해 독일, 중국, 일본,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아르헨티나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산따 끄루스(Santa Cruz) 주정부의 수력발전 댐 건설에 47억달러, 벨그라노 화물철도 재정비에 24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출 중이다. 다가오는 7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다면 중국의 아르헨티나 내 활동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경제개입으로 유명…최근엔 국제규범 준수 노력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의적이며 강력한 경제개입으로 유명하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약 25% 상당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을 10% 안팎으로 축소된 수치를 발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일종의 경고(censure)를 받았다. 2012년부터는 모든 수입물품에 대해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전수입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수입대금 결제를 위한 달러 송금을 정부에서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2012년 4월에는 스페인계 석유회사인 렙솔(Repsol)이 보유하고 있던 YPF 지분을 보상 없이 국유화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약 95억달러 상당의 보상금을 주는 방향으로 YPF 국유화 분쟁을 해결했다. 지난 3월에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Cristina Fernandez)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해 파리클럽(채권국 그룹)에 외채상환 협상안을 제시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강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통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IMF 권고에 따라 올 2월과 3월에 각각 새로운 물가지수와 국내총생산지수를 도입했다. 이러한 국제경제규범에 부합하려는 일련의 조치들은 그동안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고, 투자유치를 증대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어떤 관계일까?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은 상호보완적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협력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르헨티나는 셰일가스, 리튬 등 풍부한 에너지·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술 및 자본 부족으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최신기술과 자본을 갖고 에너지·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1월 포스코(POSCO)와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는 리튬 추출 시범설비 사업에 대한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캐나다계 기업인 리튬 아메리카스는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광물매장지인 후후이(Jujuy) 주에서 리튬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회사는 이미 미쓰비시와 사업을 진행 중이었으나, 미쓰비시가 수익성을 이유로 투자를 주저하자 리튬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포스코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성사된 포스코의 사업 참여는 후후이 주정부와 아르헨티나 연방정부의 큰 관심사가 됐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요랄(Jorge Mayoral) 광업차관은 한병길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를 직접 찾아와 포스코의 리튬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마요랄 차관은 광업개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과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길 희망해 왔다. 비록 한·아르헨티나 간 구체적 협력사업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포스코의 사례는 앞으로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ㆍ광물자원 확보 위한 전략적 접근 필요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은 2012년부터 주요 자원 매장 지역을 방문해 주정부와 주요 기업 면담을 통해 우리 기업의 진출,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는 지역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경제협력사업은 자원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 주정부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동시에 주요 기업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 진출을 위한 유용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2013년 6월 지역경제협력사업으로 후후이 주를 방문했을 당시, 이번에 협력약정을 체결한 포스코와 리튬 아메리카스 간 면담이 성사되기도 했다.
올해 지역경제협력사업으로 현지 한국대사관은 민관합동 대표단을 구성해 산 후안(San Juan) 주와 살타(Salta) 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올해 6월에는 전 세계 350여개 광업회사와 광업기기 전문업체가 ‘제5차 국제 광업전시회(6월 4~6일)’에 참가하기 위해 산 후안 주에 집결할 계획이다. 또한 9월에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는 세계적 광업전시회인 ‘Argentine Mining 2014(9월 3~5일)’가 살타 주에서 개최된다. 현지 한국대사관도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해 주정부와의 협력 구축, 주요 기업과의 간담회, 투자 설명회 등을 추진 중이다. 우리 기업들이 지역경제협력사업에 민관합동 대표단으로 참여한다면, 광산 소유주 및 세계적인 광산개발기업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유익한 사업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익 차원에서도 에너지·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민관협력 활동을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의 진출은 투자위험이 높은 만큼 수익도 높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남아 있고 잦은 정책변동과 지나친 규제 등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많으나, 아르헨티나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금융위기가 조기에 발생해 경제구조와 환경이 재정비되기만을 기다리는 기업도 많다. 지금은 위기에 놓인 아르헨티나로부터 눈을 돌릴 시기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높은 수익의 기회를 모색하는 신중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