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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탈세와의 전쟁’, 승자는 누구?
고광희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재경관 2014년 06월호

 

[EU 이슈] 탈세 방지를 위한 EU의 정책대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EU는 체제 출범 이후 가장 혹독한 경기침체와 사상 유례없는 고실업을 기록하면서 2012년 초에는 ‘EU 체제 붕괴’의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다행히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대응과 재정긴축과 구조개혁 등 위기에 대한 고강도의 처방이 조금씩 결실을 보이면서 이제는 최악의 위기국면에서 벗어나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EU가 당면한 위기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정책으로는 ‘재정건전화’를 꼽을 수 있다. 위기를 초래했던 원인들이야 다양하지만, 직접적으로 위기를 촉발했던 원인이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재정건전화 정책은 세입과 세출 등 국가재정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걸쳐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됐던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부채를 감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세율 인상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재정위기로 인해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각종 개혁조치들에 대한 개혁피로감마저 누적되면서 구제금융국 등을 중심으로 긴축에 초점을 둔 재정건전화 정책에 대한 반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세율 인상이나 정부지출 삭감 등을 통해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재정긴축에서 성장촉진 중심의 정책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재정수입을 확보하고 동시에 사회 전반의 공평성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탈세를 방지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EU 내 탈세로 인한 세입손실액 매년 1조유로


EU집행위는 탈세로 인한 세입손실액이 매년 약 1조유로 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EU 경제규모의 약 20%로 추정되는 지하경제에 따른 세입손실액이 약 8,600억유로, 조세 회피에 따른 세입손실액이 약 1,5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탈세로 인한 세입손실액 규모는 2012년 EU 27개 회원국의 재정적자 규모의 약 2배에 달하고, 2012년 EU 공동체 예산의 약 7배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이다.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탈세와의 전쟁을 위해 현재 EU에서는 직접세와 간접세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회원국 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과 함께 서로 간의 과도한 조세경쟁을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먼저 직접세 분야에서의 탈세 방지 노력을 살펴보면, 회원국 간 조세정보 자동교환(automatic exchange of information)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현재 EU는 「저축이자과세법(Savings Tax Directive)」과 「조세행정협력법(Administrative Cooperation Directive)」 등에 기초해 금융정보 등 조세정보를 교환 중에 있다. 「저축이자과세법」은 EU회원국들 간 이자소득에 대한 금융정보 교환을 규정하고 있는데, EU 26개 회원국(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제외)은 이 법에 따라 비(非)거주자의 저축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해당 개인이 거주하는 거주지 관할 당국에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거주지 관할 당국이 자국민의 EU 내 이자소득에 대해 과세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상품의 다양화 등 경제환경의 변화로 인해 현행 법규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자소득과 유사한 소득(투자펀드, 연금, 신금융상품 등)에까지 법을 적용해 금융정보 자동교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비과세 대상인 신탁 및 재단 등을 이용해 우회하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이자수익의 실제 수익자 확인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법 개정과 관련해 그동안 금융정보 교환에 부정적이었던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회원국 간 합의가 오랫동안 지연돼 왔으나, 지난 3월 EU 정상회의에서 정상 간 합의가 도출되면서 올 상반기 내 법 개정 절차가 완료돼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EU 주변국을 통한 탈세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스위스, 안도라, 산 마리노,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등 EU 주변 5개국과도 「저축이자과세법」에 규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자소득 과세와 관련한 조세협정을 개별적으로 체결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들 국가와 금융정보를 교환 중이다. 현재 EU-스위스 간 조세협정 내용을 보면, 스위스는 EU 시민들에게 발생하는 저축이자 소득에 대해 35%로 원천징수하되, 해당 EU 시민이 자신의 관할 조세당국에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과세차액(35%의 원천과세액과 회원국이 부과하는 세액 간의 차이)을 환급해 준다. 또한 EU회원국은 자국민이 사기 또는 자금세탁 목적으로 스위스 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스위스 당국에 특정 계좌(specific account)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더 나아가 EU가 현재 추진 중인 「저축이자과세법」 개정안에 근거해 이들 5개국과의 저축이자 과세 관련 조세협정 개정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함께 2011년 2월에는 회원국 간 공조 강화를 통해 직접세 분야에서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조세행정협력법」을 개정해 시행 중이다. 이 법안은 기본적으로 국가 간 조세정보 교환에 관한 OECD 기준에 의거해 EU회원국 간 조세정보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는 타 회원국으로부터 「조세행정협력법」에 기초한 정보제공을 요청받은 경우 관련 정보를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라는 이유만으로는 정보제공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해 금융정보 교환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소득과 자본 관련 8개 범주에 대해 자동적인 정보교환을 도입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2015년부터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고용소득·연금소득·부동산소득 등 5개 범주의 소득에 대해 정보교환이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위의 5개 소득 외에 배당금·자본이득·기타 금융소득 등 3개 소득정보에 대해서는 특정 도입시기를 규정하고 있지 않았으나, 2013년 6월 EU집행위는 3개 소득정보에 대해서도 2015년부터 회원국 간 의무적으로 자동교환토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이유는 미국의 ‘해외계좌납세순응법(FATCA)’에 따라 EU회원국들이 미국과 체결 중인 양자 정보교환협정에 이러한 소득정보가 자동교환 대상으로 포함될 예정임을 감안한 것이며, 이렇게 되면 개별 EU회원국이 미국과 양자 간 교환하는 동일한 수준으로 EU회원국 간에도 금융정보 자동교환이 가능하게 된다.


조세정보 자동교환, 부가세 체계 간소화 등 전방위적 노력 강화


한편 디지털 분야에서도 EU 차원의 과세가 검토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대표적인 회사인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기업들이 EU 내 조세회피지역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조세부담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EU 내 중심국가인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디지털 기반 기업의 의도적인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큰 상황이다. 현재 EU집행위는 EU 차원의 디지털 경제에 대한 과세 원칙을 확립할 목적으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이 전문가 그룹이 올해 상반기 중 제출할 검토보고서를 토대로 필요한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간접세 분야에서도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EU집행위는 EU 26개 회원국(키프러스, 크로아티아 제외)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부가가치세 갭(VAT GAP; 모든 부가가치세 대상으로부터 징수했을 경우의 부가가치세 기대 세입과 실제 징수된 부가가치세 세입의 차이)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2011년 기준 부가가치세 갭이 1,930억유로 수준으로 분석됐으며, 이는 GDP의 1.5%, 부가가치세 기대세입의 18% 수준에 상당한다. 이러한 부가가치세 갭은 주로 탈세 등 법규 미준수(non-compliance)에 기인하며, 이외에도 합법적인 회피, 납세 지연, 파산으로 인한 미납 등으로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탈세 등 법규 미준수는 세율 인상, 복잡한 조세체계, 징세 행정이 약한 경우 등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경기침체기에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EU에서는 부가가치세 탈세 방지를 포함한 부가가치세 갭 축소를 위해 전자적 인보이스 활용을 촉진하고, EU회원국 전체에 적용 가능한 표준화된 부가세 신고양식을 마련(2017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는 등 부가가치세 체계 간소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부가가치세 탈세에 회원국들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신속조치 메커니즘(quick reaction mechanism; 예상하지 못한 대량의 부가세 탈세에 회원국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기존에는 EU집행위 제안 및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했음.) 및 대리납부 메커니즘(reverse charge scheme; 공급자 간 수차례 거래를 함으로써 부가세를 탈세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유형의 거래에 대해 부가세 납부 의무를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변경) 등도 도입(2013년 6월부터 2018년까지 한시 도입, 연장 가능)해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EU에서는 탈세 방지를 위해 회원국 간 조세정보 자동교환 범위 확대 등 회원국 간 협조체제를 보다 강화해 나가는 한편, 부가가치세 탈루 방지를 위해서도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G20 등을 통해 탈세 방지 이슈를 글로벌 이슈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입원 확충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만큼 탈세 방지와 관련한 EU 및 국제적인 논의동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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