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ㆍ수학ㆍ과학을 평가하는 국제비교연구다. 의무교육을 마치는 시점에서 학생들이 ‘시민이 갖춰야 할 중요한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질, 형평성, 효과성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00년 처음 시작해 3년마다 시행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조사는 2012년에 실시됐다.
PISA 조사결과는 각 과목별로 국가의 평균성적과 국가순위가 발표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결과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언론 또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2000년 제1회 PISA에서 OECD국가 평균성적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를 얻은 독일은 이른바 ‘PISA 쇼크’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교육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PISA는 단순히 성적과 순위를 가지고 한 국가의 교육시스템을 규정하기보다는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본래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읽기·수학·과학 평가와 함께 실시되는 교사·학생·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2012년 PISA의 주요 결과 및 변화 추이와 더불어 교육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분석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정보와 정책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OECD국가 학생 5명 중 1명은 학습 기초수준 도달 못 해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12년 PISA 결과를 보면 지역이나 경제규모에 관계없이 많은 국가에서 학생들의 성취도가 향상됐다. 성취도 향상 양상은 전체 학생의 성취도가 높아진 국가, 하위권에 속하는 학생이 줄어든 국가, 상위권 학생의 비율이 높아진 국가 등 개별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특히 국가 전체적으로 성적이 좋은 핀란드·에스토니아의 경우 학생 간 성적편차가 크지 않고 우리나라나 일본·프랑스·폴란드 등의 국가도 최상위권에 드는 학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교육에서 수월성(excellence)과 형평성(equity)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한편 OECD국가 평균적으로 학생 5명 중에 1명꼴로 여전히 기초수준의 능력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학업성취도와 학습태도와의 관계 분석, 학교조직·자원·학습환경에 대한 검토 등을 통해 학습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는 하나, 남녀학생 간 과목별 성취도 차이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 국가에서 수학은 남학생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최상위권에 드는 여학생의 비율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장래 여학생들의 이공계열 직업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학생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읽기에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과목에서 최하위51권에 속하는 학생은 남학생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 이들의 학업성취도를 지원할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교육강국들, 학업성취도 향상과 교육격차 해소 동시에
국가에 따라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는 큰 차이가 나는데, 이는 교육정책을 통해 교육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우리나라나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와 같이 PISA 성적이 OECD국가 평균 이상에 속하는 학업성취도가 높은 국가이면서도 가정의 소득격차에 따른 성적 차이가 크지 않은 국가들이 다수 있어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동시에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에서처럼 학업성취도 향상과 형평성 제고를 동시에 꾀하는 교육정책은 무엇인가? 불우한 가정환경의 학생들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성적에 따라 학생을 다른 학교 또는 학급으로 분리하는 경우 결국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분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의 ‘교육강국’이라 일컬어지는 핀란드는 일단의 그룹으로 구성된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해 학습에 어려움을 가지는 학생들을 조기에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의 학습장애가 고착돼 뒤처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조기관찰기제(Early Detection Mechanisms)’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과 독일은 이민자나 저소득층 학생에게 학교에서 수업을 더 시키거나 소집단 학습 참여를 장려하는 등 학습기회를 더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정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성적이 낮은 학교 또는 학교 내에서 성적이 낮은 학생을 특정해서 특별 교육과정이나 추가 학습기회 제공
- 저소득층 학생을 선별해 추가적 학습자원이나 경제적 지원(예를 들면 브라질과 멕시코에서는 자녀가 학교에 다니면 부모에게 현금 지원, 다른 국가에서는 통학수단 또는 점심 지원) 제공
- 교육과정 또는 교수방법 개선, 입학연령 조정, 수업시간 연장 등 교육정책의 개선을 통해 전체 학생의 학습 개선
- 능력별·인종별·장애유무별 학생 분리가 아니라 전 학생을 골고루 통합해 교육함으로써 학습결과 제고
PISA 결과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나 수업에 적극적이지 않아 자신에게 제공된 학습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또한 학습욕구, 동기, 자신감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필수적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OECD국가 학생 3명 중 1명은 PISA 전 2주 사이에 지각을 한 적이 있고 4명 중 1명 이상은 같은 기간 수업에 빠지거나 결석을 한 적이 있으며 이들의 학업성취도는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로도 차이가 큰데 일본, 한국, 중국 등 학업성취도가 매우 높은 동아시아 지역의 학생들은 이러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학생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 자신이 스스로 성공을 만들 수 있고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경우에만 높은 수준의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학업성취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미루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전혀 아니다.”라고 답을 한 비율이 84%, “문제에 직면하면 쉽게 포기하는가?”에 대해선 “아니다.”, “전혀 아니다.”의 비율이 68%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교활동에 관심이 떨어지는 학생을 구별해 내서 무관심이 고착화되기 전에 이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부모의 관심과 지원 역시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녀에 대한 기대가 큰 부모의 경우 자녀의 학습을 동기화하고 안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성공하는 학교를 만드는가? 자원, 정책 그리고 실행
긍정적인 학습풍토가 좋은 학습성과를 내는 전제조건이라면, 가장 유능한 교사를 가장 어려운 학급에 배치함으로써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좋은 학습풍토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PISA 성적이 향상된 국가에 속하는 이스라엘·일본·폴란드 등은 교사자격 획득 요건 추가, 우수한 학생의 교직입문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교직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도록 높은 보수 제공 등 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실시했다. 보수가 교직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일부분의 요소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PISA 결과는 GDP 2만달러 이상의 국가 중 학업성취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국가에서는 국민소득에 비해 교원보수를 높게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자원의 공평한 분배는 교육의 형평성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학교시스템의 성취도를 높이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PISA 결과는 학업성취도가 높은 국가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지역의 학교 간 자원이 더 평등하게 배분된 곳임을 나타낸다. 핀란드와 우리나라와 같이 PISA 결과가 매우 좋은 국가는 교원부족 문제, 교육자원 및 물리적 인프라의 적정성, 학습시간 등에서 고소득층 및 저소득층 지역 간 편차가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능력이나 행동에 따라서 다른 학교나 학년에 배정하는 선별편성(tracking)을 덜 하는 국가에서 교육기회나 성과의 측면 모두 형평성이 더 제고된 것으로 나타난다. 국제비교에 따르면 학생을 더 많이 유급시키는 경우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학생 선별이 심한 국가의 학교는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별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을 지원하는 데 유인이 적어 기회가 된다면 이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모두가 섞여 있는 학교의 경우 다양한 능력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PISA는 평가의 타당성, 문화적 차이, 국가별 순위에 대한 과도한 관심 등 평가가 가지는 본질적 문제, 국제비교가 갖는 한계로 인해 논쟁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ISA의 진정한 강점은 조사과정에서 학습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학업성취도와 연계해 분석한다는 점이다. 분석결과를 통해 현재보다 나은 교육, 즉 전반적인 학업성취도를 높임과 동시에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2012년 PISA에서는 컴퓨터를 활용한 문제해결력 평가를 최초로 실시했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을 평가했는데, 21세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인 창의력을 개발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3년마다 발표되는 PISA의 단순한 국가별 순위의 등락보다는 이후에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학습정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