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히 뉴욕이 세계금융의 중심지이자 새로운 금융혁신의 총본산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정부나 지방정부가 선진화된 금융기법을 활용해 정책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는 미국 뉴욕주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퇴직연금(Common Retirement Fund)이 사모투자, 즉 프라이빗 에쿼티(PE; Private Equity)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뉴욕주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뉴욕주로만 한정해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무원연금 투자는 그 특성상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해 연금 전체의 수익을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목적임은 자명하다. 이런 당면한 과제를 넘어 최신 금융투자기법을 활용해 지방경제까지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한 이번 사례에서 ‘혁신’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1999년 미국 뉴욕주는 주민들의 일자리 확충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검토를 하게 되고, 그 결과 같은 해 8월 일자리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입법을 하게 된다. 이 법의 정식명칭은 ‘Jobs 2000 for New York State’, 일명 ‘J2K Act’이다. 이 법에 의거해 뉴욕주의 공무원퇴직연금(Common Retirement Fund)은 그해 11월 ‘In-State Private Equity Investment Program’(이하 ‘IS-PE’)을 개시하게 된다.
투자대상 뉴욕주 내 中企로 한정 … 수익률ㆍ일자리 동시 노려
IS-PE 프로그램의 설립 목적은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를 통해 보다 높은 시장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뉴욕주 내 창업기업 및 성장기업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공무원퇴직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기 위함이다. 아울러 그간 간과돼 왔던 뉴욕주 내 소재 중소기업들에 지분투자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도 확충시키고자 함이다.
이러한 PE 투자는 기존의 대출이나 주식투자와는 다르게 지분투자와 함께 재무·경영 전문성을 결합한 다소 장기적인 투자다. 그래서 PE 투자자들은 경영전문지식, 전략적 방향, 다른 부가가치성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피투자회사의 지분소유자가 되며,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투자는 일반적으로 제한된 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형태로 이뤄지므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펀드매니저 겸 투자기구 운영을 총괄하는 기관은 제너럴 파트너(General Partner)가 맡게 된다. 제너럴 파트너와 투자자인 자금제공자(Limited Partner)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의무 및 권리, 투자개요, 투자기간 및 조건에 대해 쌍방이 합의하게 된다. IS-PE의 구조는 (그림)과 같다.
그동안의 투자실적을 살펴보면, IS-PE 설립 이후 2013년 6월 말까지 총 18개 펀드매니저들이 PE 투자를 해 왔으며, 그간의 투자약정(commitment)은 총 35회, 전체 약정규모는 10억8천만달러 수준이었다. 이러한 약정에 의거해 실제로 투자가 이뤄진 것은 총 252회, 투자규모는 6억8천만달러 수준에 달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IS-PE 투자의 실제효과다. 단순히 IS-PE의 실제 투자액만 볼 게 아니라 다른 투자자, 여타 PEF(사모펀드) 및 대출기관의 총투자 규모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안정성을 추구하는 주정부 공무원연금이 선도투자를 함에 따라 여타 추종투자가 함께 이뤄진 것이다. 실제 IS-PE의 실제 투자액은 6억8천만달러지만, 여타 펀드의 투자참여가 4억5천만달러, 기타 은행여신 및 다른 투자참여액이 55억7천만달러로, 뉴욕주 소재 252개 기업체에 대한 총자금지원은 67억달러 규모에 달해 IS-PE의 투자승수 효과가 약 9.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 성장 → 일자리 창출 → 과세기반 확대’ 선순환구조 창출
IS-PE 투자의 특징과 정책성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투자단계별로 모든 단계의 중소기업들에 투자가 진행됨으로써 창업기업뿐 아니라 기성기업에까지 자금공급이 고루 이뤄졌다. 즉 (i)창업기업에 대한 벤처투자 (ii)기성기업에 대한 성장형 지분투자 (iii)소유권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바이-아웃(Buy-Out,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해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 펀딩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성장형 및 바이-아웃 투자는 기존 종업원을 보유한 기업이 성장 가능성을 가진 경우로, 해당 기업의 지명도를 높이고 투자가들이 뉴욕주 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둘째, 퇴직연금을 종잣돈으로 한 투자이므로 무엇보다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일 것인데, 현시점에서 평가한 PE 투자 자체의 수익률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기존 246건 투자 중 투자완료한 71건에서의 투자수익은 5년간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 투자로 지출되는 현금의 현재가치와 그 투자로 유입되는 미래 현금유입액의 현재가치가 동일하게 되는 수익률) 환산 시 약 20%대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6월 말 현재 평균 투자기간은 약 3년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평균적인 PE 투자가 5~6년간 보유하는 것을 감안할 때 3년 내 이뤄진 이 수익률은 기대를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셋째, 이 투자는 부수적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낳았다. 실제 IS-PE 투자가 이뤄진 252개 기업체의 경우, 최초 투자 시 총 1만2,240명의 종업원에서 2013년 3월 현재 1만5,951명으로 고용이 약 30%가량 증대한 것이다(표 참조). 즉 IS-PE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자금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이 성장하면서 보다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정부의 과세기반도 확대되는 긍정적인 경제 선순환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투자로 인해 지역별 균형 잡힌 투자가 이뤄졌다. 전통적으로 뉴욕주 북쪽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PE 투자자본이 부족했던 지역이다. IS-PE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투자기회에 역점을 둔 결과 뉴욕시에 2억8천만달러(41%), 뉴욕시 인근 지역에 9,800만달러(14%) 투자가 이뤄진 반면, 북부 뉴욕에 3억달러(45%)에 해당하는 투자가 진행돼 뉴욕주 내 균형발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도 있었다.
뉴욕의 혁신 노력, 국내 연기금 운용에 시사하는 바 커
뉴욕주의 IS-PE 투자가 의미 있게 조명되는 이유는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공무원퇴직연금이 PE 투자를 시도했다는 점, 나아가 이 투자를 뉴욕주 경제를 위해 뉴욕 내 기업에 대한 투자로 국한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당연 많은 위험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이뤄졌고 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리의 경우 국내의 다수 연기금이 PE 투자를 상당부분 수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익률 제고가 급선무인 관계로 거시적 정책목적을 포함한 PE 투자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금융기법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면서도 정책적 목적도 달성하는 뉴욕주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식’의 혁신 노력을 우리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