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기념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녹색주간(Greenweek) 행사가 개최됐다. 올해의 주제는 ‘순환경제, 자원효율성과 폐기물(Circular economy, Resource efficiency and waste)’이었다. 자원이 채굴·생산과 소비를 거쳐 버려지는 단선형 경제(linear economy)에서 벗어나 제품의 높은 내구성ㆍ효율성과 재활용을 통해 자원이 경제시스템 내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순환경제로 전환해 환경에 주는 부담도 덜고 EU의 경쟁력도 강화하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순환경제는, 패스트패션으로 대표되는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어 파는’ 대량 생산·소비시스템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대량 소비 아래서는 2050년까지 96억명의 인구를 지탱하기 위해 현재보다 세 배나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장차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고갈되는 상황을 반영해 2002년을 기점으로 상승 추세로 전환된 자원가격을 생각해보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2050년 96억명의 인구, 순환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불가피
새천년개발목표(MDG)의 UN 사무총장 선임자문관인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연 3.5%로 성장하는 세계경제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 압력으로 인해 지구 물리시스템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으로는 CPU 집적도 향상과 게놈지도 작성, 100분의 1로 하락한 태양광발전 비용 등의 사례를 들면서 기술혁신에 따른 비용하락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녹색기술과 ICT 혁신이 주도하는 ‘제6의 물결(the 6th wave)’이 밀려오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했다.
단선형 경제에서 점진 개선돼 온 자원효율성은 ①석탄을 빛으로 바꾸는 효율성이 3%, 자동차 내연기관의 효율성이 15%에 불과하고 ②우리가 생산하는 것의 80%는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며 ③제품에 사용되는 희귀물질의 1%만이 제품생애 마지막 단계에서 재활용되는 우리 경제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프리 삭스 교수의 믿음처럼 창조와 혁신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유럽 2020’ 전략을 통해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2011년 자원효율적인 유럽 로드맵을 발표한 유럽에서는 이런 주제들이 낯선 얘기가 아니다. 2030 기후에너지정책 프레임워크와 대칭되는 자원효율성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자원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유럽에게는 어떻게 이 목표들을 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화두다. EU집행위 환경총국은 자원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담은 순환경제 정책패키지를 7월 초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패키지의 핵심은 자원순환을 담보하기 위53한 폐기물 재활용 강화와 매립금지 그리고 자원사용의 효율성 향상이다.
폐기물재활용 강화, 매립금지, 자원효율성 향상이 정책핵심
먼저, 경제시스템 안에서 자원순환을 위해 2020년까지 50%로 설정된 EU 차원의 도시생활폐기물 재활용 목표를 2030년까지 70%로 상향하는 한편, 2025년까지 재활용가능 폐기물과 플라스틱의 매립을 금지하고 2030년부터는 에너지회수가 가능한 재활용불가능 폐기물의 매립도 금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평균적으로는 2011년 발생폐기물의 25%가 재활용, 15%는 퇴비화, 23%가 소각, 나머지 37%가 매립됐는데, 회원국별로 차이가 있다. 독일(65%), 네덜란드(52%), 오스트리아(60%), 덴마크(42%), 벨기에(57%) 등 높은 재활용률을 이미 달성한 회원국에서는 폐기물 매립이 사실상 종료돼 가는 반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에서는 아직도 모든 생활폐기물이 거의 매립되고 있다. 체코는 재활용불가능 생활폐기물 매립을 금지하는 법안을 곧 통과시켜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회원국 차원의 정책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다음으로 환경총국은 물질사용량 대비 창출 GDP 규모로 나타나는 자원생산성(resource productivity) 또는 자원효율성을 2030년까지 전망치(BAU) 대비 두 배 높은 30%의 개선목표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집행위 관련 총국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함에 따라 법적 구속력을 가진 자원효율성 목표의 포함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포토치닉(Potocnik)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산정방법론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일부 반대의견에 대해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회원국 정책을 이끌어가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독일이 이미 GDP당 폐기물발생량을 산정하고 있는 것처럼 방법론 개발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통계청에 의하면 EU와 회원국의 자원생산성 개선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에서 EU 회원국은 2011년에 평균적으로 에너지·광물 등의 물질 1kg을 사용해 1.6유로의 GDP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국별 그리고 산업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3차산업이 발달한 영국이 3.22유로의 부가가치로 가장 높고 제조업이 강한 독일도 1.82유로로 평균 이상을 보여줬다.
자원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질·자원사용량을 줄이면서 창출 GDP를 늘려야 하는데, 전자는 자원재활용과 폐기물감소 정책을 통해 후자는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어 에너지와 산업, 연구개발, 환경과 기후변화 등 많은 관련 부서들이 관련 정책들을 조정하고 협력해야 한다. 총비용의 43%가 자원비용에 소요돼 18%에 불과한 노동비용을 한참 초과하고 있는 독일 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원이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단선형 경제로부터 순환형 경제로 바뀔 경우 기업은 생산비용 절약과 경쟁력 강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 순환형 경제로의 전환은 산업정책과도 밀접히 연관돼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적게 쓰고 오래 쓰면서 버리는 양은 최소화한다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은 정책이다. 우리 경제시스템 안에 광물·에너지 등 물질투입을 최소화하고 계속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포장재같이 제품의 불필요한 디자인을 개선하고 오랜 사용을 위한 내구성과 재활용성이 강화돼야 한다. EU의회는 플라스틱 봉투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 개정안을 최근 통과시킨 바 있으며, 앞으로 에코디자인과 연구혁신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다.
사용단계에서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카셰어링처럼 서비스를 판매하고 리스·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더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개인의 소비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인식 증진과 함께 환경오염에 기반해 세금을 부과하는 환경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는 주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4가지 색깔의 종량제봉투로 나눠 버리도록 하는데 처분용 봉투는 재활용 봉투보다 5배가 비싼 약 2유로 수준이며,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해 재활용률을 독일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가격화는 비단 에너지와 광물에만 한정되지 않는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 사례다. 또한 EU는 지난 5월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익공유 법률을 제정하고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했으며, 그동안 거의 무상으로 사용했던 생물자원에 정당한 가격이 매겨진다면 남용을 줄이면서 사용이익의 일부를 원주민과 공유해 지속 가능 발전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 가능한 건물 촉진과 음식물쓰레기 감축도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유도할 수 있으며, 공공조달의 녹색화를 통해 오래 쓰고 재활용성이 좋은 제품의 확산을 지원하는 것도 집행위가 순환경제 패키지에 담고자 하는 대책들이다.
韓자원생산성 유럽 평균 이하, ‘자원순환경제전환촉진법’ 등 뒷받침 시급
우리나라의 폐기물 정책은 EU와 어깨를 견주고 있으며 음식물쓰레기 등에서는 유럽보다 앞선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 전체의 자원생산성은 2011년 기준 약 1.14유로/kg(GDP 단위당 국내물질소비량 0.625㎏/천원)으로 아직은 유럽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는 에너지와 원료 사용에서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는 지난 6월 3일 발표한 「제2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 자원순환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지표로 GDP당 국내물질소비량을 2018년까지 33% 개선하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자원순환경제전환촉진법’을 지난해 9월 입법예고했으며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30%의 자원생산성 개선을 향해 준비 중인 유럽과의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가진 최선의 에너지와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달에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자원생산성 개선은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역량과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그러기에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