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그간 환경부하를 증가시키지 않는 경제성장, 즉 환경오염과 경제성장의 비동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인으로 환경혁신(Environmentally-friendly innovation, eco - innov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OECD의 환경혁신 관련 연구는 환경혁신ㆍ기술혁신을 촉진하는 환경정책의 설계 특성, 정책적 고려사항 등을 제시하면서 민간 부문에서의 환경혁신은 이를 촉진하는 정부의 역할과 조화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OECD는 「2050 환경전망(OECD Environmental Outlook 2050)」에서 환경문제 대응을 위한 각종 대책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75% 증가하고 대기 질, 물의 가용성, 독성물질 및 생물다양성 관리 분야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OECD는 현행 방식으로는 이러한 환경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으며 새로운 제품, 공정, 기술과 그 전파 및 적용이 병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 현행 방식을 변화시키는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혁신은 점진적(incremental), 와해적(disrup-tive), 급진적/시스템(radical/system) 혁신 등 다양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지난 수십년간 민간의 환경혁신은 점진적 혁신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는 실질적 환경개선에 기여했으나 그 성과가 소비 증가에 의해 상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급진적/시스템 혁신은 주로 소규모 회사 또는 시장 신규진입자에 의해 개척되는 경향이 있다. 급진적/시스템 혁신은 난이도가 높고 장기간이 소요되며 높은 위험성을 가지며, 보완적 기술개발과 인프라 변화 및 사회적 학습을 수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용ㆍ불확실성 등 환경문제 특성상 정책개입 불가피
환경문제 해결과 환경혁신 촉진을 위해서는 환경문제의 음의 외부효과, 혁신과 관련한 양의 외부효과, 환경혁신 고유의 시장실패와 진입장벽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책을 통한 시장개입이 불가피하다. 먼저 환경문제와 관련, 오염물질·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기업·가계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정책이 없는 경우 이들이 환경혁신 성과를 구매할 경제적 이유가 없어 환경혁신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지 않는다.
혁신활동과 관련해서는 연구개발이 갖는 특성이 시장개입을 불가피하게 한다. 1)가분성(indivisibility), 즉 연구개발 활동은 높은 고정비용과 규모의 경제를 유발하고 2)불확실성(uncertainty), 즉 연구개발투자는 본질적으로 위험하고 지식·기술시장에 정보 비대칭 문제가 만연하며 3)혁신이 갖는 양의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 즉 혁신이 갖는 지식파급효과(knowledge spillover)로 인해 연구개발자가 불완전한 보상을 받게 되며, 시장에 맡겨둘 경우 저투자돼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환경혁신 고유의 시장실패 및 진입장벽도 시장개입을 필요하게 한다. 환경정책 등 주요 정책개입이 환경혁신을 촉진하는 인자라는 점은 실증적으로도 확인된다. 국내외 환경정책에 의해 특정 분야의 환경혁신활동이 가속화되며, 특히 기술혁신(특허 출원 등)은 정책 강화 직후 급증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1997년 교토 프로토콜 서명 이후 온실가스 저감기술 특허의 급증, 각종 환경규제 강화 이후 생화학 연료전지, 친환경플라스틱 특허출원 급증 등이 대표적 사례다.
가격책정, R&D 지원, 진입장벽 해소 등 정책조합 필요
환경혁신정책은 공급과 수요 부문으로 구분된다. 공급 측면 대책은 민간에서 환경혁신이 원활히 이뤄져 개발된 새로운 기술·시스템 등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며, 수요 측면 대책은 환경규제와 표준설정, 공공구매나 기술이전 등을 통해 신기술이나 시스템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가격책정정책은 탄소가격 등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해 환경문제의 외부효과를 해소함으로써 기업 및 가계가 환경혁신을 채택·발전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으로서 환경혁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안정적인 가격시그널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지원정책은 공공재 성격이 강해 민간에서의 투자가 어려운 기초 분야의 장기 연구에 공공지원하는 정책수단이다. OECD는 특정 기술에 대한 선택적 지원보다는 에너지 저장·공급망 관리기술 등 시스템 탄력성에 대한 지원이 더 큰 편익을 창출하며, 이는 향후 개발될 기술의 진입장벽을 제거함과 동시에 앞으로 어떠한 상위 기술이 개발돼도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입장벽 등 제거대책은 환경혁신 분야에 고유한 시장실패, 특히 기존 기술·시스템·기업의 우세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연구개발 및 환경혁신 성과의 상업화를 지원하는 민간지원, 특정 분야에 집중된 연구개발 지원보다 타 기술의 기반이 되는 기술중립적 범용기술 지원, 급진적 환경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신규 기업가적 회사 육성, 혁신역량이 낮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개발로의 이행 원활화 등이 이에 포함된다. 환경혁신 전파·적용을 확대하는 정책으로는 지적재산권(IPR) 보호시스템 아래 개도국으로의 기술 이전(예: 자발적 특허 풀 등) 등 확산 촉진, 표준· 잘 설계된 규제·혁신적 공공구매 등 환경혁신 시장 강화, 단기 비용에 집중하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환경표지·인증·교육 등 소비자 행동변화 대책이 포함된다.
규제 등 정책수단보다 엄격성 등 정책설계가 관건
환경정책은 일차적으로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하나 탄소가격 책정, 부담금, 조세, 환경규제 등은 환경혁신 수요를 직접적으로 창출하므로 환경혁신 촉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OECD는 환경정책이 기술혁신을 촉진함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면서 정책수단의 유형(예: 규제, R&D, 조세, 부과금 등)보다는 환경정책의 설계 특성이 환경혁신을 유도하는 핵심 인자로 파악했다.
OECD는 재생가능에너지 및 대체연료수송 분야 관련 각 정책수단의 엄격성, 예측성, 탄력성, 깊이, 영향 등 정책설계 특성으로 구분해 각 특성과 환경혁신 유도 정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엄격성이 환경혁신 유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장기적으로 예측성과 신뢰성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성은 환경영향 저감을 위한 혁신적 수단의 개발(대기 및 수질오염, 폐기물 관리 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특성으로 확인됐으며, 더 엄격한 정책은 혁신적 기술 개발에 더 큰 유인책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도 장기적으로 중요한 정책 특성인데,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구체적인 정책을 기다리게 되기 때문에 혁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탄력성(기술중립성)이 높은 경우 더 많은 혁신이 유도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래의 기술경로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폭넓은 분야에서 혁신을 유도한 후 최선의 수단을 탐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설계 특성을 조합한 분석결과, 환경정책의 엄격성만 강조하는 경우보다 정책의 예측성(또는 안전성) 및 탄력성을 함께 확보하는 경우 환경혁신에 더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환경문제의 해결과 정책을 통한 환경혁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책개입이 불가피하다. OECD의 분석결과는 정책개입을 통한 환경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환경정책의 엄격성은 환경혁신을 추진할 인센티브로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증대시키면서 적정한 엄격성을 유지하는 정책설계가 필요하며, 아울러 정책의 예측성을 확보하고 해당 기술의 성숙도를 고려한 적정 수준의 탄력성 확보도 중요한 요소로 판단된다.
일반적인 상업적·기술적 불확실성 외에도 환경혁신 분야의 투자는 환경정책의 엄격성, 시점, 성격과 이행 기간 등이 투자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등 추가적인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시그널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환경문제의 진화와 함께 환경혁신정책도 진화된 우선순위와 수요를 반영해야 하고, 정책수단도 개정·적응돼야 하며, 정책결정자는 이러한 변화가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이뤄지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환경혁신과 산업·경쟁 이슈를 고려한 정책배합도 필요하다. 가능한 기술발전경로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지원이 특정 기술발전경로에 집중해야 하는지 아니면 대안적 경로를 동시 지원하면서 다양한 해법을 촉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최근의 OECD 분석결과 획기적 기술의 도입이 필요한 분야의 경우 가격시그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어 정책배합의 선정 시 필요한 혁신의 유형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의 성숙도를 고려하면서 관련 기술을 시장 친화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환경기술로부터 환경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과 지원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수준의 정책공조 및 협업시스템의 구축이 긴요하다. 다른 정부기관 및 지역 정부도 환경혁신의 주요 주체로 환경문제 대응역량을 개발하고 환경제품과 서비스를 성장엔진으로 보고 있으므로 각각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신규기술 전파를 위해서는 연구와 산업 간 조정도 필수적인데, 정부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연구와 산업 간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식이전 네트워크, 인큐베이터 및 다른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와 산업 간의 정보순환을 촉진하는 등 민관 파트너십이 환경혁신을 위한 효과적 거버넌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