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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51번째 위대한 발상이 필요한 시점
최상운 주제네바대표부 고용노동관 2014년 09월호

 

[WTO 이슈] 임금주도 성장론(wage-led growth)


현재 세계 상위 1% 부자들이 가진 재산은 하위 35억명의 재산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에 ILO는 고용시장의 악화와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과제로 인식하고 ‘임금주도 성장론(wage - led growth)’을 제시하고 있다. 임금증가로 인한 소비, 투자 등 총수요 진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아베 일본 총리는 사회적 합의로 임금인상을 실현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며, 미국은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10.10달러(약 1만400원)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없는 독일은 2015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시간당 8.5유로(약 1만1,800원)를 도입해 2017년 전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국제노동기구(이하 ILO)의 「2014년 세계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충격이 세계 노동시장에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현재 전 세계 실업률은 6.0%이며 실업자는 2억180만명으로 전년보다 490만명이 증가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8년 실업률은 6.2%, 전 세계 실업자는 2억1,500만명에 이르고, 증가한 실업자의 대부분이 선진국 및 유럽연합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2015년 3.3%, 2016년 3.4% 실업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직 단념하거나 경제활동 포기한 3천만명, 니트족도 증가


2008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근로자는 2013년 총 6,200만명이다. 이 중 3,200만명은 구직자이나 2,300만명은 장기실업과 낮은 취업전망 등으로 구직을 단념한 자(discouraged workers)이고, 700만명은 경제활동을 포기한 자(economically inactive people)이다. 경제위기로 청년층(15~24세) 고용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전 세계 청년층 고용상황이 더 어려워져, 2013년 전 세계 청년실업률은 13.1%로 2012년보다 0.2%p 증가했다. 전 세계 청년실업자는 7,450만명으로 전년보다 70만명이 늘어났다. 특히 취업 또는 학업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비율은 관련 통계자료가 있는 40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30개국에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높은 니트족 비율이 정책 담당자에게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한편 ILO의 「2012/13년 세계 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전 세계 임금상승률은 1.2%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과 비교할 때 3%p, 2011년과 비교할 때는 0.9%p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충격이 임금상승률 하락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한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상승률 분리 현상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국가 전체소득에서 임금소득 비중을 축소시키고 반대로 자본소득 비중을 증가시켜 소득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1980년대부터 이미 임금소득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임금소득 비중 감소가 경제 전체의 총수요 중에서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민간소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두 가지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2008년 경제위기로 전 세계 고용상황이 악화됐고, 국가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임금소득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근로자와 자본가 간의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도산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원감축 등으로 생산성은 증가했으나 임금은 삭감 또는 동결로 이에 상응하는 만큼 오르지 않아 임금상승률과 생산성증가율 격차를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GM이나 현대중공업 같은 전통적 제조업체만큼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현시대 경제성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 2013년 세계경제는 2.9% 성장했으나 전 세계 일자리는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체된 임금과 임금을 받는 일자리에 대한 고용창출이 없는 경제성장은 임금소득 비중을 축소하고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세계 상위 1% 부자들이 가진 재산은 하위 35억명의 재산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미국의 예를 들면 상위 0.1%가 국가 전체소득의 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30년 전에는 상위 1%가 차지하던 양이었다. 혹자는 앞으로 소수의 천재들이 구글 같은 걸 발명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마사지사로 고용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최고 경영자의 임금이 같은 회사 내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12배가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국민발안(Popular Initiative)이 있었다.

 


왜 하필 12배일까? 기업의 최고 임금을 특정 상한액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한 달 월급으로 다른 직원이 12개월 동안 받는 연봉보다 많은 액수를 받으면 안 된다는 윤리적 기준을 제시해 소득불평등을 시정하고 기업 내 구성원 간 연대감 증진을 목적으로 한 국민발안이었다. 자본가와 근로자 간의 소득 분배구조 악화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향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임금소득의 축소는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장기불황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불평등 심화에 직면한 세계경제


ILO는 고용시장의 악화와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과제로 인식하고 ‘임금주도 성장론(wage-led growth)’을 제시하고 있다. 임금소득이 증가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및 소득불평등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임금소득을 늘리는 데는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현재 고용돼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국가 전체소득에서 임금소득을 늘리는 것이 자본소득을 늘리는 것보다 총수요 진작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임금소득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자본소득은 자본가가 그냥 주식시장에서 굴릴 가능성이 높고, 이 돈은 주식을 팔고 사는 와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가 있어서 소비로 연결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이 오르면 생산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기업들은 고용을 축소하고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량이 감소해 경제가 위축되는 영향이 있지만 이보다는 임금증가로 인한 소비, 투자 등 총수요 진작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경제위기는 기존 거시경제정책을 재고(再考)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을 중시하는 흐름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12년에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통해 실업률이 6.5%를 상회하고 1~2년 후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2.5% 이내를 유지하는 한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영국 작가 존 판던은 「지상 최대의 아이디어」라는 책에서 인류를 변화시킨 50가지 위대한 발상으로 인터넷, 피임, 하수도, 커피, 복지국가, 명예, 결혼 등을 꼽았다. 지금 세계는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불평등의 심화라는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51번째의 위대한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의 위대한 경제학자 박제가는 재물을 우물에 비유해 퍼내면 퍼낼수록 가득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말라버리는 것이 재물이라고 했다. 소비를 촉진하면 생산 역시 활기를 띠고 나라와 백성은 풍요로워진다는 얘기다. 임금 몫의 의미 있는 증대를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소득불평등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임금주도 성장론’이 51번째의 위대한 발상이 될 수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그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경제성장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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