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지난해 2월 「사회통합보고서」와 올해 6월 「경제 검토보고서」에서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ㆍ고용안정 등에서 매우 격차가 큰 이중구조를 가지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통합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비정규직 고용은 역사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증가하는 추세이고,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위기 이후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 이중성 문제는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분야다. 다음에서는 OECD 국가들의 비정규 고용, 특히 임시직 근로의 성격과 양태를 살펴보고 경험적으로 비정규 고용이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는지와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최근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본다.
OECD는 비정규 고용(non-regular employment)을 ‘고용보호에 있어서 표준법규에 의한 이득을 보지 못하는 모든 형태의 고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임시 고용(파견, 기간제 근로), 하루·시간 단위 일상적 고용, 종속적 자영자’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비정규 고용은 기간제로 대표되는 임시직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이 고용형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폴란드·포르투갈·스페인, 신규 고용의 75%가 기간제
2011~2012년 31개 OECD 국가 중 9개 국가는 전체 근로자 중 기간제 비중이 15% 이상이고, 칠레·폴란드·스페인은 4분의 1 이상이 기간제로 나타났으며, 한국은 22.1%로 4번째로 높은 비중을 보인다. <그림 1>을 보면, 2006~2007년 대비 경제위기 이후인 2011~2012년에 신규 채용자 중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가별로 격차는 있으나 폴란드·포르투갈·슬로베니아·스페인·스웨덴 등은 신규 고용의 75% 이상이 기간제였다.
대부분 국가에서 기간제 근로는 청년, 여성, 저학력일수록 높게 나타난다. OECD 국가에서 평균적으로 2011~2012년 15~24세 청년고용의 4분의 1 이상이 기간제 근로였고, 10개 국가는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예외적으로 장년층의 조기 퇴직과 이후 불안정한 일자리 재취업 관행으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청년보다 장년의 기간제 근로 비율이 더 높았다. 기간제 근로자가 종사하는 업종은 일반적으로 농업, 건설업, 교육·사회서비스업, 공공행정 등에서 높게 나타났고, 단순 기능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에 조사된 OECD 32개 국가별 고용보호법제(EPL) 연구결과 많은 국가에서 같은 사업주일 경우 기간제로 갱신이 가능한 횟수에 제한이 있고, 대부분의 국가가 기간제 사용기간을 2~4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갱신기간 사이에 일종의 냉각기간을 두는 경우도 있는데, 에스토니아·그리스·폴란드는 2개월, 체코·독일은 3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동일 사업주에게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두 번 이상 계약 갱신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간주되는지 여부는 약 3분의 1 이상 국가에서 사례별로 법원의 개별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사업주가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 종료 시 고용을 종료시키는 것은 정규직보다 훨씬 쉽고 별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나, 계약만료 이전에 고용을 종료시키는 경우는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벨기에·핀란드·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노르웨이·스웨덴 등은 사업주가 기간제 근로자를 계약 이전에 해고하기 위해서는 정규직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일환으로 몇몇 국가는 사업주가 기간제를 신규 채용하는 경우 세제나 사회보험료에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이탈리아는 2012년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기간제를 신규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실업급여 보험료를 0.09%p 가산해 부과하고 있으며, 슬로베니아도 2013년 개혁으로 기간제 채용 시 기존 0.06%에서 3%로 보험료를 높이는 반면 사업주가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최대 2년간 보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임시직 근로기간 길어질수록 정규직 전환 가능성 낮아져
최근 OECD 17개 국가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대비 일정 시점에서 1년 이후 실직 또는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2 국가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실업확률이 높게 나타났고 절반 이상의 국가에서 비경제활동의 확률도 정규직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실직확률은 낮으나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경우는 17개 국가 중 3~4번째로 높은 순위로 나타났다.
2010년 조사된 ‘5차 유럽지역 근로조건 서베이’에서는 6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정규직은 19%인 데 비해 기간제는 38%, 파견 근로자는 52%로 비정규직일수록 고용불안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유럽지역 15개 국가에 대한 다른 조사에서는 3분의 2 이상 국가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남녀 모두 정규직에 비해 최대 약 18%에 이르는 임금격차를 보이고 있어 OECD 지역 내에서도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이 고용불안, 저임금 등 취약한 고용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간제 등 임시직 근로가 다양한 일 경험을 통해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지, 반대로 계속 비정규직 일자리에 머무르게 되는 ‘덫’으로 기능하는지에 대해 그간 많은 논의와 경험적 연구가 진행됐다. 일부 연구결과에서는 임시직 근로가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국가에서 청년의 임시직 비중이 높지만 중장년층은 정규직 고용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는 직업 경로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안정적 일자리로 전환되는 반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1개 EU 국가 대부분에서 임시직 근로자의 50% 이하만이 3년 이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근로가 반드시 정규직의 징검다리 역할로 기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많은 경험적 연구들은 임시직 일자리 경험은 향후 정규직 고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임시직 근로기간이 길어지고 반복될수록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성 심화는 경기회복에도 악영향
노동시장 이중성의 심화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동기·의욕을 약화시켜 인적 자원의 손실을 발생시키는 한편, 특히 경제위기 등 외부 충격으로 이들의 상당수가 실직에 처하게 될 경우 실업급여·생계지원 등 사회적 지출을 증가시키고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와 제도·관행의 개선이 필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OECD는 최근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에 소요되는 비용 격차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두 고용형태를 융합한 모형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논의의 공통점은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로 지적되는 해고를 비교적 손쉽게 하는 한편 해고 시 발생하는 비용을 단일화한다는 데 있다.
이 모델의 하나인 ‘단일 고용 계약(single employment contract)’은 신규 채용은 모두 무기계약으로 하고 근속기간이 늘어날수록 퇴직비용을 높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기업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가해질 수 있고 임시직 고용이 필요한 업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며, 오히려 사내 하청·외주화·독립계약 등 다른 형태의 열악한 일자리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모델인 ‘통합 계약(unified contract)’은 현행 정규 -비정규 형태는 유지하되 부당해고는 고용차별 또는 명시적 금지규정 위반 등으로 제한하면서 해고(또는 계약종료) 시 정부에 일종의 조세를 납부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 조세는 전직 근로자의 생계 및 재고용 지원 등에 활용되도록 고안됐다.
최근 OECD의 논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시 통합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가정 또는 해고 시 유연성만을 강조한다는 한계가 있으나, 다수의 선진국과 OECD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우리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불안정, 저임금, 낮은 고용보호,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 OECD가 몇 차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성 해소방안으로 제시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확대, 직업훈련 강화 외에도 향후 OECD의 논의를 참고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들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