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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ICT 세상의 중심이 되다
이진수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2014년 10월호

[WTO 이슈] 2014 부산 ITU 전권회의(10. 20~11. 7) 개최


예나 지금이나 통신은 인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단축시키는 수단이다. 그러나 통신이 국경을 넘나드는 데 국가 간 표준체계가 달라 소통에 문제가 많았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는 바로 이러한 국제적 공조와 표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국제기구로 세계 193개 회원국, 800여개 민간회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인터넷·정보통신 이슈를 비롯해 사이버 보안, 위성궤도 등록 및 주파수 분배, 개도국 정보통신 기술지원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7일까지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4 부산 ITU 전권회의’의 의미 및 주요 내용과 논의 전망을 살펴본다.

 

 

제네바에는 수많은 국제기구가 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W로 시작하는 국제기구(WTO, WHO, WIPO, WMO 등)와 I로 시작하는 기구(ILO, IPU, ITU, IUCN 등)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World)라는 개념이 비교적 최신 개념이다 보니 W계열 기구는 그 역사가 짧다. 반면 국제(International)를 의미하는 I계열 기구는 제네바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기구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오래된 기구가 ITU(국제전기통신연합)다.


‘사이버세계의 정부’ ITU, 가입 62년 만에 전권회의 개최


ITU는 1865년에 설립된 현존 최고(最古, 最高)의 ICT 분야 국제기구다. 지금은 ITU에서 T가 Telecommunication(통신)을 의미하지만 설립 당시 T는 Telegraph(전신)를 의미했다. 예나 지금이나 통신은 인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단축시키는 수단이다. 국경의 의미가 없어진다.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전신이 국경을 넘나드는 데 국가 간 표준체계가 달라 발생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ITU다. 그러다가 ITU는 UN이 출범한 이후인 1947년 UN 산하의 정보통신 전문기구가 된다. 현재 ITU는 인터넷·정보통신 이슈 등을 다루는 사이버세계의 정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ITU에 가입했으나 가입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3년 전인 1949년 가입신청을 했지만 ‘전체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가입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좌절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엔 우리 국토에 제대로 통신망이 깔려 있지도 않았다. 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낙후된 나라였다. 1960년에 ITU는 우리 정부와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체결해 통신 분야 근대화를 도와준 깊은 인연이 있기도 하다.


일반인들에게 ‘전권회의(全權會議, Plenipotentiary Con-ference)’는 굉장히 낯선 단어다. 각 국가에서 ICT 분야의 전권(全權)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모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라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전 세계 ICT 장관이 참석해 글로벌 ICT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ITU 내 최고위급 총회라고 할 수 있다. ITU 전권회의는 4년마다 개최되며 세계를 5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각 지역별로 전권회의에서 다뤄질 의제들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고 지역 이름으로 의제가 상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로 ITU 전권회의는 ‘ICT 올림픽’이라 일컬어진다. 4년마다 개최되고 지역 예선전을 거친다는 점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속한 APT(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1994년 일본(교토)이 최초 유치국이었으며 우리나라는 20년 만에 아태지역 유치국가가 된 것이다. 1990년대가 소니로 대표되는 ‘전자산업의 일본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삼성, LG로 대표되는 ‘모바일산업의 대한민국 시대’라고 불리는데 공교롭게도 ITU 전권회의가 그때마다 유치되고 있다. 전권회의는 통상 5개 지역별로 순회해 유치되는 경향이 많다. 아태지역에서는 중국, 인도, 호주 등이 유력한 차기 전권회의 유치 희망국들이다. 우리나라가 다시 전권회의를 유치하기 위해선 어쩌면 10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ITU 7선 이사국·표준 총국장 노려


ITU 전권회의는 10월 20일부터 11월 7일까지 총 3주간 개최된다. 회의 첫째 주에 개막식 및 각국 장차관급 수석대표들의 정책연설이 이뤄진다. 그 직후 선거가 있다. ITU는 연혁적인 이유로 다른 국제기구에 비해 선거 관련 자리가 많다. 차기 4년간 ITU를 이끌 이사국(48개국), 고위 선출직(5개), 전파규칙위원회 위원(RRB, 12개) 등 총 65개 자리에 대한 선거가 펼쳐진다.


우리나라는 1989년 프랑스 니스 전권회의에서 이사국에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 내리 6선 이사국으로 이번 전권회의에서는 7선 이사국에 도전한다. 마침 ITU 150주년이 되는 2015년 연례 이사회에서 우리 측 인사가 의장으로 내정돼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7선 이사국 진출은 매우 의미 있는 선거다. 무엇보다 5개 ITU 고위 선출직 선거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무총장, 사무차장, 3개 부문 총국장(전파, 표준, 개발)이 그것이다. 부문 총국장들은 선출직인 만큼 그 권한이 막강하고 업무도 상당부분 독립성을 유지한다. 우리나라는 표준 총국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나라가 1952년 ITU에 가입한 이래 ICT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ITU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위 선출직에 진출한 경험은 없다. ICT 최강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정책·외교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ITU 고위 선출직에의 진출은 필수적이다. ITU 표준 총국장은 ICT 표준정책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며, 실질적인 국제기구 수장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다. 우리나라 ICT 산업이 세계를 주도하고 우리 기업,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표준이 국제적으로 제정되고 인정받을 수 있게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지위다.


ITU 전권회의는 세계 ICT 분야의 현안과 미래 정책방향을 최종 결정하는 장으로서 ITU 운영, ICT 정책, 기술 이슈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한다. 운영의제로는 ITU 중장기 전략계획, 예산, 인사, 관리 시스템 등 ITU 관리와 감독 관련 사항들을 논의한다. 정책의제로는 브로드밴드, 정보격차 등 국제 간 협력이 필요한 글로벌 ICT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 개편 문제, ICT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성장, ICT와 환경, 온라인 아동보호, ICT와 여성, 개도국 ICT 개발지원 및 정보격차 해소 등이 주요한 논의거리다. 마지막으로 기술의제로는 전파 및 표준화 부문의 현안, 신기술·서비스 발전에 따른 이슈들을 다룬다. 전권회의에서는 반드시 최종 의정서(Final Acts)를 채택하게 된다. 최종 의정서에는 ITU 헌장(Constitution) 및 협약(Convention)이 포함되며, 그 개정사항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국회 비준 또는 외무 관련 부서에 승인서와 수락서를 받게 된다. 지난 2010년 멕시코 전권회의에서는 23건의 신규 의제가 결의됐고, 개정 43건, 폐지 15건 등 총 81건이 채택됐다. 이번 전권회의에서는 UN의 ‘포스트 새천년개발목표(Post MDG)’ 설정 관련 ICT 의제 발굴 및 내년 9월로 예정돼 있는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 개편 로드맵에 따른 심도 있는 논의 등 ITU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ICT 인프라 강국에서 ICT 정책·외교 강국으로 도약


ITU 가입 후 62년 만에 의장국의 위치에 선 우리나라는 다각적인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표준 총국장 및 7선 이사국 진출을 통해 기존 ICT 인프라 강국에서 글로벌 ICT 정책·외교 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주도해 신규로 채택된 결의안은 전무했다. 그러나 이번에 ‘ICT와 타 산업 간 융합’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촉진’이라는 신규 의제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아태지역 사전 준비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아태지역 공동 기고문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다양하고 뜻깊은 부대행사도 개최된다. 전권회의 전날인 10월 19일에는 ‘ICT 장관급 포럼’을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개최한다. 국내 최대 ICT 전시회 ‘월드 IT쇼 2014’ 행사가 벡스코에서 열린다. 또한 국내외 석학과 글로벌 리더들을 초청해 ‘글로벌 ICT 프리미어 포럼’을 열어 창조경제의 성과를 공유하고 추진 모델을 논의하는 장을 펼친다. 부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해운대, 자갈치시장, 달맞이고개 등에서 부산 불꽃축제, U-클린 콘서트 등 다채로운 ‘스마트 한류행사’도 마련돼 있다.


전권회의에 참가하는 3천여명의 정부 관계자, 30만명의 내국인 관람객이 개최지 부산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번 전권회의 행사 유치로 7천억원의 직·간접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주관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 한류와 ICT 한국을 전 세계에 홍보함으로써 우리나라와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음은 물론 관광, 전시, 컨벤션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ICT 선도국가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와 ICT를 통한 국민 화합과 축제의 장을 제공하고, 최신 기술과 인력 등 자원의 집중 투입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족상잔이라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가입했던 낯선 국제기구와 대표적인 통신 낙후국가로 개도국 대상 기술지원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았던 나라가 반세기가 흘러 손을 맞잡았다. 이제는 그 사이 명실상부하게 ICT 강국으로 도약한 나라가 세계를 향해 답할 차례다.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놀라운 기적을 이뤄냈는지, 우리의 현재 모습은 어떤지, 우리가 꿈꾸고 준비하며 세계와 함께 나아가려는 새로운 ICT 미래는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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