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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통상과 원조의 핑크빛 만남
현미주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1등서기관 2014년 10월호

[EU 이슈] EU의 무역과 개발정책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종종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성공사례로 언급된다. 무역이 유일한 경제발전의 원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강력한 수출지향정책 및 시장개방정책으로 인한 무역 확대가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수준에서 현재 3만달러로 향해가는 소위 ‘한강의 기적’ 달성에 크게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1990년대 이후 빈곤인구가 감소하고 고도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중국, 인도의 사례 등이 경제성장 원동력으로서 무역의 의미를 언급할 때 많이 인용된다. 이러한 까닭에 개발협력 분야에서 무역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 중 하나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고 개도국이 무역을 통해 스스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굴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UN무역개발회의(UNCTAD) 등 여러 다자기구뿐만 아니라 G20, G8 등 국가 간 협의체 그리고 개별 공여국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돼 왔다.

 

 

 

EU의 무역과 개발 관련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려는 것은 굳이 EU(EU 회원국 및 EU기구)가 무역을 위한 원조(AfT; Aid for Trade, 개도국들이 무역 자유화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개도국의 무역역량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제반 원조 활동)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지원하고 있으며(2011년 기준, 전체 무역을 위한 원조 규모의 38%인 95억유로), 전 세계 무역원활화(Trade Facilitation) 관련 원조의 가장 큰 부분(59%)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EU의 무역과 개발정책이 무역을 위한 원조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도국에 보다 더 개방된 시장 및 무역역량 증진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통상정책과 개발정책의 긴밀한 협조 아래 추진되고 있으며, 개도국을 둘러싼 무역환경 변화를 고려해 무역이 실제적으로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U, 무역정책 입안 시부터 개도국 발전 고려


무역과 개발 분야 관련 노력으로는 대개 개도국에 보다 유리한 무역환경을 제공, 시장접근성을 높이는 특혜관세 또는 무관세무쿼터(DFQF; Duty Free Quota Free)와 개도국의 무역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원조 활동, 즉 무역을 위한 원조(AfT)로 나뉜다. 이와 관련 EU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EU는 1971년 선진국 가운데 최초로 일반특혜관세(GSP; 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를 도입해 개도국 수입품에 대해 일방적인 특혜관세를 제공해 왔다. 이는 현재 선진국들이 운영하고 있는 일반특혜관세제도 중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U의 일반특혜관세제도는 표준 일반특혜관세제도, 최빈개도국으로부터 수입되는 품목으로서 무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해서는 무관세무쿼터로 EU 시장의 접근을 허용하는 제도(EBA; Everything But Arms) 그리고 인권, 환경, 노동 관련 국제협약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에 대해선 일반 GSP 혜택보다 더욱 우호적인 관세혜택을 부여하는 GSP Plus 제도로 구성돼 있다.


또한 FTA 협상에서도 개도국의 발전이 고려돼 왔는데, ACP 지역(Africa, Caribbean and Pacific regions) 국가들과의 경제협력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이 그것이다. EU는 2002년부터 ACP 국가들과 경제협력협정을 체결, 이들 국가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감안한 개발에 중점을 두고 협정을 이행하는 협력과 다양한 지원수단을 제공해 해당 국가들의 EU 시장 접근성 개선, 무역자유화와 무역역량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EU는 여타 공여국과 비교할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역을 위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은 EU 내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통상총국과 원조정책을 담당하는 개발총국 간의 협조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즉 통상총국이 EU 무역정책이 개도국의 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무역정책을 입안·시행할 때 개도국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역 분야의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7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4차 무역을 위한 원조 글로벌 리뷰회의’에 카렐 드 휴흐트(Karel De Gucht) EU 집행위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안드리스 피발스(Andris Piebalgs) EU 집행위 개발담당 집행위원이 함께 참여한 것도 EU 내 통상정책과 개발정책 간의 긴밀한 협조관계 및 EU의 통상정책에서 개도국에 대한 고려가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보여준다.

 


EU의 무역과 개발정책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것은 2012년 1월에 채택된 ‘무역, 성장 및 개발(Trade, growth and development-Tailoring trade and investment policy for those countries most in need)’이라는 정책문서다. 이 문서는 향후 10년간의 무역과 개발에 관한 EU의 정책목표와 중점을 담은 것으로 2002년 정책문서(Trade and Development: Assisting Developing Countries to Benefit from Trade)를 발전시킨 것이다.


EU는 2012년 정책문서에서 그간 변화된 무역환경을 반영하고, 2010년 도입된 ‘변화를 위한 어젠다(Agenda for change)’라는 EU 개발정책에서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수원국의 상황에 따른 차별화된 지원방식을 도입해 무역과 개발정책의 시너지를 증진시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2년 정책문서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개도국들이 무역자유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자유무역이 경제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것이 아닌 여타 노력, 즉 개도국 정부의 자체적인 구조개혁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과 신흥경제국·개도국의 각기 다른 상황을 고려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가치창출 기회 제공으로 ‘시너지’


2012년 정책문서에 기반해 EU는 도움이 꼭 필요한 개발도상국들을 구별, 지원의 선택과 집중 정도를 높이고, 지속가능 개발, 선정 및 법적 확실성과 안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일반특혜관세제도의 전면 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2014년 1월 1일부터 일반특혜관세제도의 대상국은 176개 개도국과 속령에서 89개 개도국 및 속령으로 대폭 줄어들었으며, 수혜품목 대상 역시 감소했고 졸업제도가 강화됐다. 무역을 위한 원조 활동 역시 2012년 정책문서를 반영해 지원이 꼭 필요한 국가에 집중하고 무역역량 증진을 넘어 개도국의 국내제도 개선 및 기업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최근 EU는 글로벌 생산체계가 분업화, 특화됨에 따라 개도국, 특히 최빈개도국의 가치창출 기회가 점점 감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개도국이 글로벌가치망(global value chain)에 편입돼 무역의 혜택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세계 무역의 80%가 다국적 무역의 국제적 생산 네트워크에서 이뤄지고 세계무역의 50%를 중간재가 차지하는 국제무역 패턴의 변화 추세 속에서 1차 산품의 무역에 의존하고 부가가치 생산능력이 부족한 최빈국의 경우 시장접근성이나 국내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무역을 통한 개발의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 이를 고려해 EU는 개도국의 부가가치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을 지원하고, 개도국의 글로벌가치망 통합을 지원하는 노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와 같은 EU의 무역과 개발정책의 지속적 발전은 기존 무역과 개발정책에 대한 평가 및 교훈 도출, 개도국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대한 검토 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통상정책과 개발정책 담당자들이 어떻게 해야 무역과 개발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만 정책의 발전, 정책수단의 다변화, 효과적인 정책이행이 이뤄진다.

 

우리 개발경험 앞세우기보다 무역ㆍ개발 전략부터 세워야


그간 우리 정부는 공여국으로서 우리나라의 강점으로 개발경험을 강조해오긴 했으나, 충분히 한국의 개발경험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무역 및 개발과 관련해서는 전략이나 지침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무역을 위한 원조 규모는 양자 ODA의 35% 수준으로 EU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역시 EU가 특혜관세, 무관세무쿼터를 하는 것처럼 최빈개도국에 대한 무관세무쿼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도국들과 체결하는 FTA 역시 개도국에 대한 지원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을 위한 원조 비중은 다수의 원조사업이 경제인프라 구축사업과 관련돼 사후적으로 OECD 통계분류상 AfT로 계상되는 것이지 AfT와 관련된 전략이 마련돼 실행된 결과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최빈개도국에 대한 무관세무쿼터도 우리 개발협력정책과의 조율이라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논의를 수용한 측면이 크다. 우리의 FTA 협정상 개도국에 대한 지원은 개발정책과 연계가 없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다. 또한 우리의 무역을 통한 성장경험 역시 GATT체제의 관세감축 혜택, 즉 시장접근성 개선의 혜택을 크게 누릴 수 있었던 과거 우리의 환경과 현재 개도국들이 직면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개발경험만을 가지고 무역과 개발정책을 추진하기는 적절치 않다.


우리나라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개도국들에 효과적인 원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검토를 거친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무역과 개발 분야에서 우리의 개발경험을 언급하기에 앞서, 무역과 개발에 대한 우리의 정책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EU의 무역과 개발정책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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