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지형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달라졌다. 특히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로 추진된 양적완화 정책은 유례없는 저금리 상태를 만들었다. 그러면 초저금리 상태에서 초과수익률을 만들어야 하는 프라이빗에쿼티(PEF)들은 어떻게 수익을 만들 수 있을까? 하락폭이 클수록 향후에 상승폭이 크다고 하지 않았던가. 글로벌 위기 시 가격하락이 컸던 분야가 멀지 않은 시기에 가격이 회복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PEF 중 일부는 이러한 고민의 해답을 부동산 특히 싱글패밀리용 주거용 하우스 분야에서 찾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부동산투자 규모를 자랑하는 블랙스톤(Blackstone)은 2012년부터 싱글패밀리용 하우스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올 7월 기준 미국 14개 지역에 4만4천채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무려 86억달러의 거금을 쏟아붓고 있다. 그간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대상으로 생각지 않았던 이 분야에 혁신적으로 거대투자를 일으킨 이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품었던 것일까?
미국 뉴욕 소재의 상업부동산 리서치회사 REIS 분석에 따르면, 2009∼2014년 중반까지 미국 대도시 아파트 렌트비는 연평균 13%씩 상승했다. 고수익을 누리며 보다 쾌적한 삶을 원하는 프로그래머, 정유업종의 엔지니어와 같은 고소득 전문직업인들에게 최신식 설비로 업그레이드된 아파트는 높은 렌트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었다. 이런 추세가 싱글패밀리용 주택을 단순한 ‘소유’의 대상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서서히 변모시켰다. 즉 이전의 REO(Real Estate Owned) 모델에서 렌털(Home-Rental)산업으로 중점 이동한 것이다.
월가의 공습 ‘Landlord Craze’
자영업자의 영역(mom and pop business)으로 치부됐던 부동산투자업 불경기 때 대거 발생한 압류주택을 저가에 구입해 리노베이션 후 임대하는 방식의 부동산투자업이 글로벌 위기가 마무리돼 가던 2009년경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월가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모기지 비용과 함께 상당한 비용이 드는 리노베이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런 투자 공백으로 자연스럽게 월가 투자가들의 관심은 2006년 정점 대비 주택가격이 무려 55% 폭락한 피닉스 지역으로 모아졌다.
아메리칸 레지던셜 프로퍼티스(American Residential Properties)사와 웨이포인트 홈즈(Waypoint Homes)사는 2008년부터 가격이 폭락한 주택을 투자를 목적으로 저가에 다량 매입했고, 2010년경부터는 증권(최초의 rental-home-backed security, 렌털홈 증권)을 발행해 외부 기관투자자 자금을 홈렌털 사업에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2012년 중반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프라이빗에쿼티(PEF)인 블랙스톤(Blackstone) 등 다수의 월가 투자가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10∼2012년 기간 동안 주택구입 중 기관투자가의 비중은 15%에서 26%로 급증했고, 2013년 6월 기준 피닉스 지역의 싱글패밀리 가구 중 렌털가구 비중은 2010년 말 대비 8%p 상승한 22%에 이른다. 이들 기관투자가의 투자비용 대비 렌털수익은 대략 5~6%로 추정된다.
월가의 투자가 늘어나고 매물로 나온 저가주택의 양이 줄어들면서 투자대상 지역은 라스베이거스, 남부 캘리포니아, 애틀랜타, 북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주까지 확대됐다. 최근엔 중부지역에까지 관심이 몰리고 있는데,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덴버, 심지어 디트로이트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대규모 투자와 대출이 단기간 내에 이뤄진 것일까? 첫째, 월가 투자가들은 홈렌털 시장의 주 고객인 20∼34세 인구규모에 주목했다. 2012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이 연령대의 인구는 무려 6,400만명으로 전체 미국 인구의 5분의 1에 달한다. 게다가 이들의 수요 및 소비트렌드를 감안할 때 향후 3~5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부동산 렌트 시장은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주거용 부동산시장의 경기 및 수급상황이다.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최근의 주거용 부동산 건축경기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미 통계국 계산에 따르면, 2012∼2013년 기간 동안 아파트 빌딩 완공물량은 연평균 15만5천채 정도인데, 이는 1999∼2007년 연평균 수치인 24만5천채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건축경기로는 장래 주 고객층의 주택수요를 제대로 충당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셋째, 그동안 억눌렸던 가구형성(household formation)이 본격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싱글패밀리용 주택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실제 글로벌 위기 동안 많은 사람들이 룸메이트와 홈셰어링을 하거나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 거주했다. 이러한 가수요가 상당하며 향후 수년 내에 신규 가구형성 규모가 곧 100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소 3년간 싱글패밀리용 아파트나 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안정적으로 초과할 것으로 봤다.
Buy it, Fix it, Sell it
부동산 분야 PEF로서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블랙스톤사는 지난 8월 기준 총운영자금(AUM)만 800억달러에 달하며, 현재 투자 가능한 자금만 해도 156억달러에 달하는 매머드급 기관투자가다. 이들의 전략은 구입-업그레이드-매각의 3각 구도(Buy it, Fix it, Sell it)로 이뤄진다. 이들은 미 전역의 싱글패밀리 주택시장에 진출하면서 로컬 부동산 회사[Riverstone Residential Group(댈러스), Treehouse Group(탬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주요 업무를 위임했다. 2012년에는 14개 지역에서 구입한 총 4만4천채의 싱글패밀리 하우스를 관리·운영하기 위해 인비테이션 홈즈(Invitation Homes)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주택 구입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2013년에는 도이치뱅크 AG와 함께 최초로 4억8천만달러 규모의 렌털홈 증권을 발행한다. 이를 토대로 구입 후 업그레이드된 싱글패밀리용 주택은 실수요자들에게 임대되며, 무디스사의 추정에 따르면 실제 현금수익은 약 2,500만달러, 연 5.1%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빈민가의 악덕 집주인(Slumlord)?
블랙스톤사의 렌털홈 프로젝트는 기존에는 생각지 못한 새로운 투자처인 반면에 주거용 주택투자가 갖는 본연의 기술적 투자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역적으로 분산돼 관리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리파이낸싱에 실패하거나 담보주택을 제때 매각하지 못할 경우의 자금관리상 미스매치, 기타 부동산자산이 갖고 있는 주(州)별 재산세 및 지방정부 규제와 같은 미지의 변수에 따른 취약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점에서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조차 주택투자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블랙스톤식의 “수천 채의 집을 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또한 월가의 거대 자본이 서민용 주거주택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관계로, 블랙스톤사는 시민단체나 서민들로부터 “빈민가의 악덕 집주인(Slumlord Millionaire)”이라는 비난을 듣게 된다. 기관투자가들이 서민임대 주택시장에 참여해 이윤극대화 차원에서 단순한 수선(cosmetic fix)만 하고 임대료를 끌어올려 실수요자들이 적정가격에 집을 렌트하지 못하는 사례를 염두에 둔 비난이었다. 또한 다수의 주택을 저가로 구입하다 보니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개인 구입자들이 제때 제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사례도 생겨 “싱글패밀리 주택시장의 방해꾼(unwelcome inturders)”이라는 오명도 듣게 됐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금융혁신
월가의 투자실험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우스렌털 사업에 대한 위험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투자기회를 찾고자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끝없는 열정과 기업가정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인 개인투자가의 영역이라며 무심코 흘려버리지 않고, 글로벌 위기라는 환경변화에 맞춰 싱글패밀리 하우스렌털 시장을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발전시켜 가는 과정은 혁신적인 투자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주택을 구입(buy)하고 수선(fix)해 매각(sell)하는 과정은 다를 바 없지만, 렌털홈 증권이라는 월가식의 무기로 자금을 조성해가는 것 또한 결코 개인투자가들이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혁신무기인 것이다.
월가의 하우스렌털 투자로 인해 꽁꽁 얼어붙어 있던 미국 주택시장이 되살아나고 주택경기가 부양됐다는 거시적 차원의 이점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블랙스톤사의 경우 지난 6월까지 4만4천채의 싱글패밀리용 주택구입자금으로 총 86억달러를 투입했으며, PEF 산업 전체로는 무려 13만채의 주택구입자금으로 260억달러가 투입됐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투자의 결과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타 등 주택가격이 대폭락한 지역의 경우 이들의 투자가 이뤄진 지 채 2년도 안 된 2012년 말경에 주택가격이 20%가량 상승해 그야말로 주택경기 회복의 신호탄을 올리는 역할을 한 바 있다. 시장의 대규모 유휴자금이 주택시장에 스며들어 꽁꽁 언 동토(凍土)를 녹인 것이야말로 기업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전체 경제에 이득을 주는 긍정적 외부효과라 하겠다. 우리의 경우에도 주택경기 하락에 따라 주인을 찾지 못하는 주택매물이 다수 존재하는 경우에 블랙스톤식의 렌털홈 프로젝트를 통해 주택임대시장도 활성화하고 주택경기도 되살리는 일석이조의 정책대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포브스』(2013.6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투자가인 Rob Bloemker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이 자본을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자본을 공급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주택을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주택을 제공한다(We’re providing capital when people need it, and eventually we will provide inventory when they need it)”. 금융시장에서의 혁신은 이렇게 시장에서 원하는 바를 제때 공급함으로써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