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재정위원회(CFA)는 2012년 6월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종합행동계획을 마련하는 프로젝트(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추진을 결정했다. 이는 주요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인상 등 증세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스타벅스 등 다국적기업의 낮은 실효세율 문제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전 세계적 관심사로 부각됐다. 2012년 10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OECD에 논의의 조속한 진행과 진행상황 보고를 요청했다. OECD는 BEPS 실태분석 및 향후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 보고서를 마련하고 2013년 2월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했으며 이를 기초로 2013년 7월 종합적 행동계획(BEPS ACTION PLAN)을 확정ㆍ발표했다. 이후 G20 회원국들의 승인을 얻어 같은 해 9월 OECD/G20 BEPS 프로젝트가 공식 출범했다. BEPS 액션플랜은 2015년 12월을 최종 추진시한으로 정하고, 2013년 9월부터 OECD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다음에서는 2014년 9월이 1차 추진시한인 BEPS 액션플랜의 주요 결과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BEPS 프로젝트의 첫 번째 액션은 ‘디지털 경제화로 인한 조세상 도전에의 대응’이다. 2014년 9월까지 그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보고서 수립을 목적으로 OECD 재정위원회 산하에 디지털 경제 태스크포스가 수립됐다. 태스크포스팀은 디지털 경제에서의 사업모델 실행에 이용할 수 있는 수많은 조세구조를 논의했다. 이 같은 구조는 기존에 원천지국과 거주지국 모두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에 걸쳐 있는 국가에서 감세 또는 면세를 통한 BEPS 기회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몇 가지 주요 특징은 간접세 측면, 특히 VAT 면제활동(면제사업)을 하는 기업과 관련해서도 BEPS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BEPS 위험을 현재 BEPS 프로젝트에서 진행 중인 작업을 통해 해결하는 업무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새로운 서비스, VAT 징수 문제 야기해
아울러 보고서는 디지털 경제가 야기하는 포괄적 조세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 같은 문제는 특히 직접세 부과목적상 거점(nexus), 데이터, 소득의 성격 규명과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즉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이 커지고 한 국가에 방대한 물리적 사업장을 두고 운영할 필요성이 줄어들며 고객 상호작용으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물리적 사업장 위주의 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질문이 제기된다. 또한 정보기술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디지털 경제하의 기업은 유례없는 수준의 정보 수집 및 이용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디지털 재화 및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생성 결과 창출된 가치의 귀속 문제, 원거리 데이터 수집이 조세 측면의 거점을 형성하는지 여부 등을 규정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간접세 측면에서도 국가 간 재화, 서비스 및 무형자산의 거래가 VAT 징수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태스크포스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국 대표단,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제안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향후 작업반에서는 거점, 데이터, 성격 규정 문제가 서로 겹쳐 각각의 해결방안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중립성, 효율성, 유연성, 현재 국제조세체계 내에서 해결돼야 할 조세 문제와의 비례성 등 조세의 기본원리에 따라 잠재적 방안들을 모색하고 평가할 것이다.
두 번째로 액션 2 ‘혼성불일치효과(hybrid mismatch)의 중화(neutralizing) 작업’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혼성불일치 계약은 장기간 과세이연을 포함한 이중 비과세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개별국가 단위에서의 조세를 모두 축소시키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혼성불일치 계약을 통해 전 세계 국가에서의 총과세소득을 축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혼성 상품과 기업 실체의 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위 산하 공격적조세회피작업반에서는 국내법 및 모델조세조약의 개정안을 보고서를 통해 권고했다. 보고서는 과세권을 행사하는 국가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혼성불일치 계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규칙이 국가의 과세권행사에 문제가 되는 혼성불일치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증거가 나타날 경우에는 현행 규칙의 개정을 권고한다. 일단 권고안이 국내법과 조세조약에 반영되면 혼성불일치를 해결하고 이중비용공제, 비용공제·익금불산입 문제, 외국납부세액의 이중공제 문제를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작업반에서는 기술사항을 다루는 주석서와 혼성자본규제 및 CFC(Controlled Foreign Company) 규정 등 두 가지 이슈와 관련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구할 것이며, 이를 통해 납세자와 과세당국 모두에게 규칙이 명확하고 잘 적용되며 납세협력비용과 혼성불일치효과의 해소에 따른 조세수입 간의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부적절한 조세혜택 방지 위해 국내법 권고안 마련
세 번째는 액션 6 ‘조세조약의 남용방지’다. BEPS 액션플랜은 조약남용, 특히 조세조약의 변칙이용(treaty shopping)을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문제를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천 가운데 하나로 파악하고, 여섯 번째 액션플랜에서는 다음을 위해 작업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 부적절한 상황에서 조약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모델조약규정 및 국내법 권고안 개발하기 B. 조세조약이 이중 비과세를 발생시키기 위해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C. 국가가 다른 국가와 조세조약의 체결을 결정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조세정책사항을 파악하기
조세조약작업반이 마련한 보고서는 위 세 분야의 작업을 다루는 OECD 모델조세협약의 변경사항을 포함한다. 부적절한 상황에서 조약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모델조약규정 및 국내법 권고안과 관련, 보고서는 각국의 상황별 목적에 알맞은 수단을 포함시키기 위해 유연성이 각 정부에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따라서 다른 수단들이 함께 또는 대체돼 사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러한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네 번째는 BEPS 실행계획 액션 8인 ‘무형자산 관련 이전가격세제의 강화’다. 이전가격작업반이 마련한 보고서에는 OECD 이전가격지침 제1, 2, 6장의 최종 개정사항이 담겨 있다. 이 변경사항은 무형자산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무형자산 거래 규명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는 한편 무형자산 거래의 정상가격 조건을 결정하는 보완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현지 시장 특성과 기업 시너지효과에 대한 이전가격취급 지침도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명시된 최종 지침은 BEPS 실행계획 이전가격작업의 1차분이다. 무형자산 이전가격사안 중 일부는 BEPS 프로젝트하에서 2015년에 논의할 사안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특히 염두에 둘 점은 액션 8의 무형자산 소유권 관련 작업과 리스크, 재구성, 가치평가가 어려운 무형자산 관련 작업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이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분야와 상관없이 한 분야의 지침만 완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보고서는 다른 관련 BEPS 작업과 연계해 2015년 완성된다. OECD는 BEPS 프로젝트에 요구된 이전가격작업의 완료 차원에서 정상가격 원칙 및 특별대책 적용을 모두 검토해 BEPS 실행계획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전가격대책 작업은 그 외 이자 손금 가능성, 고정사업장 정의, CFC 규정, 디지털 경제 문제, 분쟁해결 관련 작업과 조율하면서 진행될 예정이다.
국제조세의 원칙과 규범으로 영향력 커질 BEPS 프로젝트
끝으로, 액션 13 ‘이전가격 관련 문서의 제출강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BEPS 실행계획 액션 13은 이전가격 리스크 평가 및 조사를 위해 세정당국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BEPS 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이전가격 자료기준 수정사항과 국가별 소득, 수익, 납세액, 특정 경제활동 측정치 보고 양식이 포함돼 있다. 국가별 보고 요건은 다국적기업으로 하여금 사업을 하는 국가별로 매년 수익, 세전 이익, 납부세액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은 자사의 글로벌 사업체와 이전가격정책에 관한 고급 글로벌 정보를 ‘마스터 파일’로 만들어 해당 세정당국에 제공하고 모든 관련국 세정당국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국가별로 관련 특수관계자 거래, 거래액, 거래에 대한 해당 국가의 이전가격결정 분석을 담은 보다 자세한 거래 관련 이전가격자료를 로컬 파일로 만들어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 3개 문서(국가별 보고서, 마스터 파일, 로컬 파일)를 통틀어 이전가격에 대한 납세자의 일관된 입장 표명을 의무화하고, 세정당국에 이전가격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가장 효과적인 감사 자원 배정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감사 요청이 이뤄지면 감사 개시 및 감사 질의의 목표 설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이 정보를 통해 세정당국은 기업이 이전가격 등 기타 조세혜택 국가로의 인위적인 소득이전 결과를 가져오는 제도를 적용했는지 여부를 규명하기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BEPS 프로젝트 참여국은 이 신규 보고 규정과 그로 인한 투명성 제고가 BEPS 행위의 파악, 통제, 해결이라는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BEPS 프로젝트 참여국은 신규 기준의 이행을 신중히 평가하고, 보고서의 내용을 변경해 추가 자료 등의 보고를 의무화해야 할지 여부를 2020년 말까지 재평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향후 몇 개월간 추가 작업을 실시해 세정당국에 요구된 정보를 제출, 배포하는 최적의 수단을 규명할 것이다. 이 작업에서는 보고기준에 요구된 정보의 비밀보장, 모든 관련국에 대한 적시 정보 제공의 필요성 등 기타 관련 요소에 관한 내용도 검토될 예정이다.
OECD와 G20의 공동프로젝트인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프로젝트는 현재 기술적인 작업을 마친 금융정보의 자동정보교환기준(AEOI; Automatic Exchange of Information)과 함께 향후 수년간 국제조세의 원칙과 규범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OECD 회원국은 물론 중국·인도·브라질 등 G20의 비OECD 경제대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향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이자 G20의 일원으로서 BEPS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프로젝트 이행에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로젝트 결과물은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우리나라의 조세제도 및 세무행정 개선과 궁극적으로는 조세정의의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