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세계는 지금
EU 조달시장 진출 더 쉬워진다
이동구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2등서기관 2014년 11월호

 

EU 이슈: EU의 신공공조달지침

 

EU의 공공조달(public procurement) 시장 규모는 약 4,250억유로(2011년 기준, EU GDP의 3.4%)로 세계 최대 규모다. 즉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해외 조달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먼저 그 시장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초에 EU가 채택한 신(新)공공조달지침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2014년 4월 17일 공공계약(Public Contracts), 공공시설(Utilities), 공공사업실시협약(Concessions) 등 3가지 형태의 공공조달을 관할하는 EU 지침이 발효됐다. 이 중 앞의 2개 지침은 기존 지침(2004년)의 개정이며, 민관협력사업 관할 지침은 신설 지침이다.

 

EU가 이러한 새 지침을 마련한 데는 경제·사회·정치적 변화와 현재의 예산 제약 등을 고려할 때 공공조달의 구매자 및 공급자 모두에게 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도입할 필요성, 공공조달의 구매자가 최대한의 가치를 확보하고 조달과정에서의 투명성·공정경쟁을 보장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위의 세 지침은 관할하는 계약의 종류에 따라 특별한 규칙을 갖고 있지만 주요한 개선점은 공통적이므로 공공계약에 관한 새 지침을 중심으로 그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6년부터 전자조달 단계적으로 의무화

 

우선, 새 지침은 공공조달 절차가 보다 간편해지고 유연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회원국에서나 동일한 포맷(European Single Procurement Document)을 활용해 조달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각종 필요 자격의 증명 시에도 조달 참여에는 자기선언만으로 충분하고, 낙찰자만 실제 자격증명을 위한 서류제출 작업을 하면 되는 등 입찰 참여의 행정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입찰 기업의 편의와 투명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전자조달(e-procurement) 역시 2016년 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구체적으로 2016년 3월까지 전자공고(e-notification) 및 조달 관련 서류에 대한 전자적 접근 의무화, 2017년 3월까지 중앙조달기관에 대해 전자서류 제출(e-submission) 의무화, 2018년 9월까지 전 조달기관에 대해 전자서류제출 의무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전자조달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이 ‘E-Certis’라는 무료 온라인 정보시스템이다. 이 서비스는 각 조달기관이 요구하는 서류 관련 정보, 자주 요구되는 증명서 및 증명서 간 상호동등성 인정 등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새 지침은 낙찰 기준과 관련해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자(MEAT; Most Economically Advantageous Tender)’라는 단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종래의 최저가 낙찰 기준을 벗어나 가격 외에 비용[특히 비용-효율 접근 및 제품의 생애주기비용(life-cycle cost) 등 고려] 및 생산과정, 사회·환경적 기준, 혁신적 성격 등을 고려한 품질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조달 자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품 조달 시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CO 2 배출량이 더 적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서비스 조달의 경우에도 단가가 높더라도 사회적 약자(장애인 등)를 일정 규모 이상 고용한 기업에 서비스를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 지침은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배려하는 정책도 도입하고 있다. 대규모 계약의 경우 여러 개의 작은 계약으로 분할해서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apply or explain’ 원칙 적용). 또한 조달 참여에 대한 재무상태 증명을 계약금액의 2배 이내로 완화해 중소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넓혔으며, 공정한 조달 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도입했다.

 

이 지침은 회원국에 의한 이행입법이 돼야만 실제 적용이 될 수 있으며, 2년간의 입법기간을 거쳐 2016년 4월 17일부터 이행될 예정이다. 집행위는 회원국들의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3년마다 회원국에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으며, 지침의 위반 및 중소기업의 실제 참여 정도 등을 계속 모니터링해 나갈 예정이다.

 

 

韓, EU 공동조달시장 진출 시 GPA 및 FTA 혜택 동시에


제도가 바뀐다는 것은 설령 개선이라 할지라도 기업에는 일정 정도의 적응 비용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EU의 신공공조달지침 마련 및 이에 따른 회원국의 후속입법 추진은 그 자체로 우리 기업에 도전이 될 수 있다.

 

또한 제품의 생애주기비용, 기업의 고용(장애인 우대 등)과 같은 사회적 책임 등 가격 외의 다양한 요소가 강조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인증서 또는 라벨링의 요구가 예상되는바,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비가격 요소가 역외국가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지 않을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시기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EU 공공조달시장 진출 시 WTO 정부조달협정(GPA; 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 및 한·EU FTA의 혜택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EU 모두 개정 GPA의 당사자다. 개정 GPA 자체는 2014년 4월 6일 발효됐으나 아직 우리나라가 비준서를 WTO 사무국에 기탁하지 않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발효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EU 간에는 현재 개정 GPA가 아닌 기존 GPA가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한·EU FTA 제9장을 통해 개정 GPA 본문을 이미 도입했기 때문에 한·EU FTA를 통해 개정 GPA가 사실상 적용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개정 GPA가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발효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한·EU FTA에도 부속서를 포함한 전체 개정 GPA가 온전하게 도입될 예정이다. 한편 상품·서비스의 경우 GPA 및 한·EU FTA의 양허 하한선이 동일하며 공공사업실시협약, 즉 민자사업의 경우 한·EU FTA를 통해 양측 모두 1,500만SDR(284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내국민대우를 약속해 시장진출 기회가 확대됐다.

 

또한 EU가 EU와 동일한 수준의 공공조달시장 개방을 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regulation) 입법을 추진 중인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 측이 제3국과의 공공조달시장 개방 협상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한 목적인데, 이 규정이 통과되면 우리나라 기업은 EU 조달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즉 EU 시장 진출에서 우리는 EU 기업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이다.

 

또한 신공공조달지침에서 지향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이 아닌 가장 경제적으로 우수한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은 우리나라가 저가 경쟁이 아닌 고품질 경쟁으로 나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26일 서울에서 제1차 한·EU FTA 정부조달작업반 회의가 개최됐다. 2011년 7월 1일 한·EU FTA 발효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작업반 회의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EU 측 신공공조달지침 입법 동향 관련 논의를 비롯해, 실제 양국 기업들이 상대국 조달시장 진출에서 당면하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향후에도 작업반 회의는 우리 기업들이 EU 공공조달시장에 진출할 때 기업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지키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EU FTA 이행기구를 통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우리 기업의 EU 공공조달시장 진출전략 구성에서 위험감소 요인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