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콤비네이터는 미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국제적 명성을 가진 스타트업(startup) 전문투자 인큐베이터다. 2005년 3월 설립돼 내년 초 설립 10주년을 맞게 되는 이들이 이룬 투자실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설립 후 2013년 5월까지 30여개국 500여개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했고, 그중 37개 기업은 시장가치만으로 약 4천만달러(400억원)를 초과하는 성공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숙소공유 앱프로그램인 에어비앤비(Airbnb),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한 파일호스팅 서비스회사인 드롭박스(Dropbox), SNS 및 뉴스웹사이트인 레딧(Reddit)이 있다. 이러한 공로로 Y- 콤비네이터는 2012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최고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Y- 콤비네이터는 1년에 두 번 3개월간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그 마지막 날에 데모데이(Demo Day)라는 대외 투자자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해 투자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도 예외 없이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지원했고, 1차 스크린을 통과한 총 75개 스타트업이 Y- 콤비네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번 호에서는 올 상반기 데모데이를 통해 공개된 스타트업 중 특히 눈에 띄는 5개 기업을 소개한다.
비제라(Vizera): 소매업의 미래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비제라랩(vizeralabs.com)은 전자빔을 통해 어느 사물에든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질감을 구현하는 프로젝션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들은 비제라 프로젝트를 소매가구점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즉 좁은 공간에 놓인 하나의 가구에 갖가지 색상, 질감, 패턴의 조합을 사실감 있게 구현해냄으로써 소비자가 손쉽게 최상의 가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술은 소비자에게 선택폭을 넓혀 최상의 선택을 도와준다는 이점을 넘어서서 대규모 전시공간을 임대해야 하고 사전에 여러 가구를 구입해야 하는 가구 소매상의 자금과 노력까지 절감해 주는 이중효과를 가져왔다.
비제라의 상품화는 이제 그 시작에 불과하다. 그들의 슬로건대로 ‘공간은 더 이상 이슈가 아니며, 고객들은 모든 상품의 옵션을 생동감 있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들의 계획은 야심차다. 우선은 가구를 시작으로 해서 홈 데코레이션의 영역까지 확장해 별도의 샘플을 전시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작은 쇼룸을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벽지, 커튼, 카펫, 마루 등의 전 제품을 구미에 맞는 최적의 제품으로 구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거금을 들여 구입하는 자동차에도 이 기술이 적용돼 가만히 앉아서 자동차의 안팎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색상과 스타일로 구현함으로써 개인별 최적의 자동차를 구입하게끔 도울 수도 있다. 그들의 말처럼 리테일 분야의 미래에는 비제라로 인해 소매패턴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베이즈 임팩트: 데이터사이언스를 활용해 사회 문제 해결
베이즈 임팩트(www.bayesimpact.org)는 데이터사이언63스(data science)를 활용해 공공 부문이나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는 비영리조직이다. 창업자들은 여러 분야의 통찰력을 집행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잘 조합할 때 비로소 사회발전이 가능하다고 믿고, 6∼12개월의 풀타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IT기업이나 대학에서 근무하는 최고급의 숙련된 데이터 과학자들이 참석하는데, 사회 및 인류이익에 공헌할 몇 가지 프로젝트를 선정해 해법의 분석부터 최종 집행까지 전체 과정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데이터 전문가들은 해법 발굴에 전념하는 대신, 베이스 임팩트사는 그 나머지 모든 일, 예를 들면 연구기간 동안의 생활비, 출장, 연구 설비·공간 확보와 같은 행정적인 일 전체를 도맡아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의 스타트업과는 달리 야망 있고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깊이 생각(think big)’ 한다. 대표적인 연구주제로는 효율적인 소방대응 알고리즘을 제공함으로써 소방서의 응급출동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범죄리스크평가 모델을 근거로 가석방 관련 결정을 개선함으로써 상습적인 범죄를 예방하고 나아가 교도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 글로벌 마이크로파이낸싱 사업에서의 사기행위를 예방하고 크레딧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방안 등 주로 공공적 목적이 주류를 이룬다.
U파워: 환경오염 없는 나노핵발전 배터리
U파워(www.upowertech.com)는 향후의 기후변화에 대비하면서 전력부족을 해결하는 나노핵발전 배터리사업이다. 발전시설이 부족한 저개발국의 낙후지역에 손쉽게 활용 가능한 것으로, 해상컨테이너 크기의 핵발전기 2개로 키트가 이뤄져 있다. 하나는 토륨으로 가동되는 소규모의 원자로로 이는 땅속에 묻히게 된다. 나머지 컨테이너는 지상에 설치되는데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각종 설비가 장착돼 있다. 이 키트를 활용할 경우 2천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2㎿급의 전기가 아무런 환경오염 없이 자가생성될 수 있다. 디젤엔진을 이용한 발전장치보다 10배 이상 저렴하며, 환경적 측면에서도 한 유닛당 20만톤의 CO 2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사고발생 시 원자로가 자동정지돼 진공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방사능 유출 위험도 배제한 안전한 발전장치라고 한다.
픽스트(Fixed): 주차범칙금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
주차위반 티켓은 누구에게나 가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픽스트(www.getfixed.me)는 이러한 통념에 근거해 주차위반 티켓에 이견이 있을 경우 소비자를 대신해 주차범칙금을 깎아주는 일을 대행한다. 소비자가 할 일은 티켓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픽스트가 대행해 준다. 만약 약식소송에서 승소해 범칙금이 낮춰질 경우 당초 부과된 범칙금의 25%를 픽스트가 가져가는 것으로, 소비자로서는 전혀 행정적·경제적 부담이 없다. 픽스트는 현재로서는 주차위반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미래에는 속도위반범칙금, 케이블회사의 과부과금 등 소비자의 권리를 지켜줄 일상생활의 법률적 사례로 그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시프트(Shift): 체크카드 받는 곳이면 어디서나 비트코인 사용
2014년 한 해를 강타한 신조어 중에 ‘비트코인’(전자화폐의 일종)이 있다. 세계 곳곳에 비트코인 거래소가 설립되고 법적으로 화폐로 통용되는 국가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엔 어려운 단점이 있다. 시프트(shiftpayments.com)는 비트코인을 체크카드에 연계시켜 체크카드가 사용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나 이 전자화폐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비트코인이 세계적으로 통용될 경우 이 카드를 통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항공사 마일리지 리워드나 다른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서비스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비트코인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도 같다.
미국에는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 것
미국에는 있고 우리 한국에는 없는 것 중 하나가 Y-콤비네이터와 같은 유명한 인큐베이터다. 당연히 Y-콤비네이터가 연중 2회 개최하는 데모데이도 없고, 아울러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기업도 미국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번 호 원고를 정리하면서 사람의 아이디어는 끝도 한도 없는 무한한 영역임을 새삼 실감했다. 비제라랩이 발명한 빔프로젝트가 실용화된다면, 더 이상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필요할까? 비제라 프로젝트로 내가 원하는 여러 소비재를 실감나게 구현하고 최적의 상품을 찾을 수 있을 테니 하드웨어로서의 모델하우스는 무용지물이 될 듯하다. 컨테이너 2개 크기의 U파워로 2천가구가 사용할 전력이 생성된다면, 낙후된 고립지역이나 태평양 곳곳의 섬나라들도 더 이상 전력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더구나 CO 2 배출도 없는 친환경 발전이라니…. 이런 총명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보다 살기 좋아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온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 아이디어, 혁신 스타트업이 생겨날 그때를 갈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