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반 문제점이 노출된 세계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각국의 정책당국, 바젤위원회(BIS), 금융안정위원회(FSB), EU, OECD, G20 등은 수많은 대응방안들을 강구해 왔다. 2013~2014년 미국경제의 견고한 회복세에 기초한 미국 연방준비은행제도(Fed)의 10월 말 양적완화 종료에 이어 내년 중 첫 번째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지만, EUㆍ중국ㆍ일본 등 여타 주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 세계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의 완전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내년도 세계 금융시장을 진단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OECD 금융시장위원회의 지난 10월 회의결과와 시사점을 소개한다.
OECD는 미국의 금리 조기인상 우려,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위험,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의 잠재성장률 저하, 중국의 경착륙 우려 등으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경제회복 지연에 따른 수요 위축, 미국 셰일가스 개발 등에 기인한 유가 하락은 저인플레이션 및 저금리 환경 조성에 일조하고 있으며, 미국·유로지역 등 주요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서 미래 단기금리의 상승 기대도 약화되고 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상승했으나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약화 등으로 10월 중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9월 FOMC 점도표(dot plot)를 보면 내년 중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하는데 FOMC 참석위원 17명 중 14명이 정책금리 최초 인상시기를 2015년 중으로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달러화는 올해 하반기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왔는데 향후에도 주요국 경제성장세 및 통화정책기조 차이로 달러화 강세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해 현재 정책금리는 0.05%, 예금금리는 - 0.2%이며, 유로지역의 기대인플레이션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지역은 역내 국가별로 경제상황에 편차가 커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곤란한데, 경제회복 속도 및 향후 성장전망 차이에 따라 국가별로 주가가 상이한 움직임을 나타내며 그리스 등 일부 국가는 국가위험도가 다시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CB의 유동성 부족 국가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프로그램, 커버드본드 매입 프로그램과 관련해 일각에서 지나치게 위험을 부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ECB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부채규모를 축소해 미국·일본·영국 등 부채규모가 계속 늘어난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다시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엔/달러 환율은 미 금리인상 예상, 일본 정부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 등으로 상승(절하)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에 유동성 공급하는 ‘시장조성시스템’ 중요
이번 회의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되고 은행들이 탈부채화를 지속함에 따라 자본시장이 좀 더 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규제 당국과 업계 고위 인사들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소기업은 주요 시장에서의 높은 진입비용과 상장요건, 기관투자자들의 거부감 및 규제 등으로 시장성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현재 런던 대체투자시장, 캐나다 TSX 등은 중소기업 상장을 위해 보다 유연한 상장기준과 완화된 공시요건,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비용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중소기업 금융의 비중은 여전히 매우 작으며 중소기업은 진입비용, 자문·중개 수수료 부담, 지분가격 변동성 노출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자본시장 참여를 회피하고 있고,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높은 모니터링 비용, 중소기업 관련 시장의 낮은 유동성 등이 중소기업 지분투자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시장조성시스템은 전문·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중요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지분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세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합리적인 기업공개 비용, 지분투자에 대한 상대적인 세제혜택 등 지분형 자금조달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수단들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조성자, 중개업자, 신용평가사 등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은행들로 구성된 생태계가 자리 잡게 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생태계는 사모펀드·크라우드펀딩·상장펀드·벤처투자와 같은 비전통적 중소기업 자금조달 수단을 발전시키기 위한 플랫폼으로도 유용할 수 있다. 한편 중소기업 상장에 적용되는 완화된 규제들이 투자자 보호나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성 훼손, 취약한 지배구조나 불충분한 투명성을 가져오지 않도록 규제 관련 부담과 정확한 기업실사의 필요성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이 달성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이슈인 암묵적 은행채무 보증은 은행이 부실해지더라도 정부가 채권자를 구제할 것이라는 인식을 의미하는데 주로 대마불사(too-big-to-fail)와 관련해 발생하며, 은행에 대한 시장의 위험평가를 왜곡한다. 암묵적 보증에 의해 은행이 얻는 자금조달비용 절감 기대치는 50∼80bp 수준이며, 금융위기 때엔 100bp를 상회해 시장에서의 위험평가 수준을 왜곡하고 있다. 금융은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지만 암묵적 보증을 통해 신용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암묵적 보증은 은행관계자들에게 이득을 주고 유인체계에 영향을 줘 은행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OECD 국가들의 경우 은행 신용공급과 경제성장률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데 이는 은행이 민간에 과잉대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암묵적 보증의 정도가 큰 국가들은 신용공급과 성장 간 음의 상관관계가 더 크게 나타난다.
암묵적 보증은 별다른 이점 없이 비용을 초래하므로 정책당국은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은행규제 개혁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암묵적 보증을 철회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부실 금융기관의 효과적인 정리 및 시장에서의 원활한 퇴출을 촉진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은행 부실 발생 시 채권자들에게 손실을 적절히 분담하도록 부실은행 정리에 공적자금은 최소한 투입하고 부실은행 정리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무보증채권자도 부담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과도한 금융 방지하고 포용적 성장 위한 금융시스템 구축 권고
1970년대 이후 금융 부문이 급격히 확대됐으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의 역할과 성장·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금융 부문이 견고하고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개혁조치들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 부문은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요소이나 금융이 적절히 발달돼 있는 상황에선 금융규모가 더욱 커질 경우 경제성장이 오히려 둔화될 수 있으며 위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은행대출 확대가 직접금융 확대보다 경제성장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가계신용 확대가 기업신용 확대보다 성장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 부문의 팽창 등에 따른 금융권의 높은 보수는 소득불평등 증대와도 연계된다.
과도한 금융 방지를 위해서는 은행이 완충자본을 충분히 갖추도록 하고, 금융감독은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 및 예방조치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보상체계를 개선해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금융권 보수수준이 적정하도록 해야 한다. 금융의 구조개선을 위해 기업의 부채 편향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세를 개편하고 주택대출에 자원이 집중되지 않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금융이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책임성에 기초를 둔 신뢰가 필요한데, 대마불사 관행의 종식은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과도한 금융을 예방할 수 있다.
한편 금융시장의 복잡성과 상호의존성 증가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자산기반 금융(Asset-based finance)은 창업 초기 및 소규모 기업들에 전통적인 대출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한 조건에서 운전자본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된다. 대안 부채형 자금조달(Alternative debt instruments)은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규모가 요구되며, 중소기업은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려우므로 낮은 신용평가와 높은 이자율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복합 자금조달(Hybrid Instruments)은 기업들이 위험과 비즈니스 기회가 증가하고 자본투입이 필요하나 부채나 지분 방식의 자금조달이 어렵고 소유권 분산을 원하지 않은 경우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서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수단 중 증권화 방식은 은행 등 자산보유자, 투자자 및 중소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은행은 자금조달 원천을 다양화하고 보다 유연한 조건과 낮은 비용으로 차환할 수 있다. 투자자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와 노출 위험을 다양화하고 만기, 위험 등의 조건을 맞춤화한 증권을 통해 자산-부채를 매칭할 수 있는 장점과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 수단을 제공하는 한편, 중소기업에는 신용제약을 개선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을 제공한다.
우리 정부도 크라우드펀딩ㆍ코넥스 활성화로 中企 숨통 틔워야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은행 및 정책자금 의존도가 매우 높고 은행 차입 시 과도한 부동산 담보 및 신용보증서 요구 등으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정부는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모험자본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 도입, 코넥스시장 활성화, 성장사다리펀드 본격 운영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중소기업이 담보나 보증 없이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기술신용평가시스템 조기 정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OECD 회원국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유로지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꾸준한 수출 증가세,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 양호한 경제체력 등을 유지하고 있어 이러한 대외 리스크 요인이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글로벌시장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산업별·시장별 잠재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미 달러 강세와 일본 엔화 약세의 파고로 인한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위험요인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