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수 경제지들은 ‘유연한 사무환경(flexible working arrangement)’과 ‘재택근무(telecommuting)’가 2015년 산업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얼마 전 시스코(Cisco)사는 전 세계 근로자의 89%가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재택근무로 인한 출퇴근시간 절감효과는 연간 약 300만 노동시간, 비용으로는 3억7천만달러에 이르며, 부가적으로 사무공간의 효율적 사용으로 2년 반 동안 부동산비용에서만 10억달러를 절감한다고 한다. 사무환경의 변화흐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3의 사무공간(third space location)’, 즉 사무실과 집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업무를 보는 움직임도 한층 가시화되고 있는 듯하다. 바로 이러한 제3의 사무공간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리저스(Regus)’다. 필자는 맨해튼 거리를 걷다가 문득 눈길을 끄는 잘 꾸며진 임대전용 사무공간인 리저스를 보고, 사무실과 집 아닌 제3의 유연한 사무공간을 우리 경제에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다.
리저스 설립자인 마크 딕슨(Mark Dixon)은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에게 유용한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1989년 벨기에 브뤼셀에 빌트인 사무실 임대회사인 리저스를 설립했다. 현재 100여개 국가 750여개 도시에 총 2천여개의 사무실을 운영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프리랜스 경제와 모바일 근로자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제3의 사무공간 제공 기업을 만들게 했을까? 첫째, 프리랜스 경제(freelance economy)의 도래를 들 수 있다. 세상은 이제 특정 회사나 사무실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스가 활약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엘란소데스크(Elance-oDesk)사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5,400만명의 프리랜스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경제활동인구의 34%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한다. 이들 프리랜스에게 고정비용이 드는 전통적 사무실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둘째, 모바일기기를 활용하는 모바일 근로자의 급속한 증가도 한몫을 하고 있다. 모바일 근로자는 모바일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근로자 계층으로, 언제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유비쿼터스 환경이 강화될수록 활동반경이 넓어질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근로자의 규모는 2010년에 10억명을 초과했고, 2015년경에는 13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근로자들의 국제화도 제3의 사무공간을 더욱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시스코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근로자의 60% 이상이 직업을 선택할 때 고향·고국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도시, 다른 나라라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미국 젊은이의 66%는 직장을 고를 때 보수에 이어 유연한 업무환경을 두 번째로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능력 있는 젊은이들은 매일 9시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하는 틀에 박힌 사무실 모델보다 유연하고 모바일에 근거해 원거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업무모델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리저스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는 업무용 오피스, 버추얼 오피스, 미팅설비, 비즈니스 라운지, 사무실 복구(workplace recovery)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첫째, ‘업무용 오피스’의 경우 각종 기기가 100% 빌트인돼 있는 사무실을 구비해 놓고, 집이나 사무실 혹은 목적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리저스 시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피스 장기임대뿐만 아니라 단기간 사무실 용도로 임대하거나 단순히 방문해 시간 단위로 활용할 수 있다. 모든 IT 사무기기가 구비돼 있어 언제라도 활용 가능하다. 파트타임 오피스도 가능하며, 주중 2~3일 낮시간 동안만 사용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센터뿐 아니라 홈오피스를 대신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데스크를 빌려 필요한 만큼 쓰는 기능(hot desking)도 제공한다.
고정임대료 걱정 없는 ‘나만의 사무실’
둘째, ‘버추얼 오피스’ 기능은 사용자의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비서 기능부터, 필요한 경우 사용자만의 우편서비스(mail handling)를 제공하고 전화번호를 개통·운영관리(telephone answering)해주는 등 사실상 개인사무실과 다름없는 서비스 공간이다. 리저스의 광고문안에 따르면, 버추얼 오피스는 별도의 고정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고 사실상 나만을 위한 전용 사무실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셋째, ‘미팅설비’도 다양해 거래 상대방과의 회의를 위한 미팅룸이나 회사 내부의 보드룸 또는 사원들의 훈련용 세미나장으로 임대 가능하며, 원거리의 상대방과 회의가 가능한 비디오 컨퍼런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넷째, ‘비즈니스 라운지’는 출장 중이거나 이동하는 막간에 휴식과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소로, 커피숍이나 호텔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화된 서비스가 항시 제공되는 곳이다. 잦은 출장 시 사무실 임대와 같은 고정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비즈니스 라운지와 같은 유연한 사무공간이 제격일 수 있다. 특히 개방된 사무실 공간에 있으면서 개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싱크팟(ThinkPod)’은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나만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의 큰 장점은, 리저스와의 계약을 통해 시간·일·월·연간 단위 등 사용자 편의대로 사용기간을 미리 책정할 수 있으며, 사용료도 사전 비용납입 방식이 아닌 사후 실사용액 정산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무실 관련 고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이므로 제조원가 측면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리저스 멤버십 카드를 휴대한 사람은 별도의 예약 없이 카드 스캔 후 입실해 편한 시간대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행정적 지원을 위해 전용 서포트팀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필요한 사무 수요를 제때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거리의 근로자’ 넘치는 한국, 리저스적 발상 절실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이제는 세상 어디나 사무공간이 되는 환경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면접촉 문화가 주류인 만큼 하루에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대면으로 일하는 ‘거리의 근로자’들이 넘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수도 이전, 주요 공기업의 지방재배치와 같은 지역균형발전 사업으로 인해 국내 역, 공항과 고속도로에는 일을 위해 이동하는 인구가 계속적으로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자주 눈에 띈다. 게다가 경기부진으로 주요 도시의 오피스용 건물의 공실률 또한 높아진 실정이다.
이런 환경을 감안해 볼 때 제3의 사무공간을 임대하는 전문기업이 생긴다면 길에서 일하는 무수한 근로자들이 원격근무(remote working)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미국의 애트나(Aetna)사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사는 유연한 사무공간 프로그램을 활용해 비용절감, 우수 근로자 확보, 효율성 증진, 직원의 만족감 확대와 같은 다목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코닝(Corning Inc.)사의 경우도 야머(Yammer)라는 통신프로그램을 활용해 원격지 직원 간 실시간 합동으로 업무를 성공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 독일에서는 주유소에 사무공간을 접목해 운전자들이 이동 중에 주유소에 들러 빌트인 사무실에서 개인 사무업무를 처리하는 다목적 리저스 사무실까지 생겼다고 한다. 만약 우리에게도 임대전용 사무실이 교통요충지마다 생긴다면, 핸즈프리 핸드폰으로 통화하다 중간지점의 주유소에서 만나 주차걱정 없이 회의를 하고 계약을 마치고 악수하는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