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크로아티아의 가입으로 EU 회원국은 28개국이 됐다. 1957년 로마조약 서명 당시 6개국에 불과했던 회원국이 50여년 만에 네 배 이상 증가하는 외연 확대와 더불어 통합의 심화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1968년 완성된 관세동맹은 EU가 단일시장, 경제·통화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EU 관세동맹(Customs Union)은 역내시장에서 회원국 간 수출입 관세 또는 그와 동등한 효과를 가지는 과징금을 폐지하고, 제3국과의 관계에 있어 공동관세율(Common Customs Tariff) 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관세동맹의 요소들은 1992년 만들어진 ‘공동체관세법(Community Customs Code)’과 공동관세율로 실질적 뒷받침을 할 수 있게 됐으며, 그 외에 지식재산권(IPR), 현금통제, 문화재·환경 보호, 시장감시, 마약 전구물질(drug precursors) 등에 관한 규정들이 EU 관세동맹의 법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EU 관세동맹, 세계교역의 약 16% 처리
2008년 발표된 ‘EU 관세동맹의 발전전략(the Strategy for the Evolution of the Customs Union)’은 관세동맹의 전략적 목표가 ①EU의 보호와 ②EU의 경쟁력 지원에 있음을 명확히 하면서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통제와 회원국 관세당국, 타 법집행기관, 업계 및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함을 적시했다. 특히 국제협력이 EU 관세정책의 핵심 전략요소임을 밝히면서 WCO, WTO, 안전, 무역원활화, 세관간소화 등에서 국제기준 설정을 위한 다자적 협력과 함께 주요 교역국과는 무역원활화, 원산지, 지식재산권, 공급망 안전 등에서의 협력에 역점을 둘 것임을 밝혔다.
세관은 국경을 통과하는 물품 전반에 대해 살펴볼 수 있고 통제책임을 가진 독특한 위치에 있으며,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세입징수 이외에 기업과 사회를 위한 광범위한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 수행을 요구받고 있다. EU에서도 세관은 EU와 회원국을 위한 세입징수, 관세·무역 정책과 법규의 이행, 보건·안전 등 비관세 정책과 법규의 이행, 무역통계 등 정책결정을 위한 무역 관련 정보 등의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U 관세동맹은 250여개의 국제공항, 약 1만㎞ 국경선(동부)에 걸쳐 있는 도로와 철도의 133개 통관지점 등을 1천여개의 세관이 담당하며, 세계교역의 약 16%(2013년 기준 3조4천억유로, 2억7,100만건의 수출입신고)를 처리하고 약 200억유로의 관세 등을 징수해(154억유로를 EU예산에 충당) EU 보호와 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역규모와 물류흐름의 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EU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공동체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EU 관세동맹이 그 책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는 지표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새로운 사업모델과 경쟁 심화 등 대내외적 도전 늘어나
지난 40여년의 성공적 역할 수행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세계의 세관이 일반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EU 관세동맹에 대한 대내외적 도전이 점증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2010년 이후 EU집행위와 회원국들은 관세동맹의 기능을 평가·분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세기 동안 대외적 환경변화, 즉 점증하는 무역규모, 새롭고 복잡한 공급망과 e커머스(e-commerce)와 같은 사업모델, 새로운 물류와 경쟁 심화는 관세동맹의 업무수행에 압력을 증가시켜 왔다. 또한 범죄와 테러활동의 글로벌화로 국제 공급망에 수반되는 위험이 증가하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점증하는 요구와 기대로 세관활동의 범위가 확대되고 새로운 기술과 수단, 자원 등이 필요하게 됐다. 더욱이 최근의 재정위기는 예산과 자원 절감아래 중요 IT프로젝트 등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한편 내부적으로도 EU집행위와 회원국들은 오랫동안 관세동맹에 내재한 약점을 인식하고 위험관리, 지식재산권, 현금통제 등 중요 분야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의 평가와 분석을 해왔는데, 2010년 시행된 자기평가를 통해 관세동맹의 기능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①안전·보건·환경 등 분야에서 타 법집행기관과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강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 필요성 ②이니셔티브(initiatives)의 우선순위화와 희소자원의 체계적 이용을 위해 구조와 일하는 방식에서 관세동맹 이행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선 ③효율성·효과성·통일성의 향상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회원국들 간 및 회원국과 EU집행위 간의 능력의 집적과 공유 ④관세동맹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체계 확립의 선결 필요성에 대한 인식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대내외적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향후 2020년까지 지금과 같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 지향적이며 굳건하고 통일된 관세동맹을 만들기 위해서 EU는 몇 가지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세관현대화 완료 및 관세동맹 거버넌스 개혁이 향후 과제
우선, 2003년에 시작된 세관현대화의 완료다. 세관현대화 작업은 2005년 채택된 ‘안전(safety and security)’에 대한 관세법의 개정에 따라 전자적으로 제출된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인 위험분석시스템(systematic automatic risk analysis)이 2011년에 도입됨으로써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으며, 현재 회원국에서 이뤄지는 세관신고의 약 90% 이상이 전자적으로 이뤄지는 등 세관현대화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러한 세관현대화의 포괄적 진전을 위한 핵심 동인은 2008년 채택된 ‘종이 없는 세관과 무역환경을 위한 결정(Decision on a paperless environment for customs and trade)’과 ‘세관현대화법(MCC; Modernized Customs Code)’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세관현대화법’은 회원국의 준비부족 등으로 발효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으며 이를 대체해 2014년 11월 시행돼 2016년 6월 실질적으로 발효될 ‘신관세법(UCC; Union Customs Code)’에 의해 세관현대화를 위한 전반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다양한 분야의 갭 평가(assessing gaps)와 우선순위 설정을 제시한다. 갭 평가와 관련해서는 지식재산권 집행, 보건·안전·환경, 공급망 안전, 위험관리 등에 집중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우선순위와 관련해서는 위험관리와 공급망 안전, 비재정적 법규 집행에서의 회원국과 EU집행위의 공동노력 강화, EU관세법 위반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대한 대응방안, 세관에 의한 위기관리 향상을 위한 행동계획, 관세유예와 쿼터 규정의 검토와 개선, 양자·다자협정 측면에서 무역원활화, 공급망 안전, 지식재산권 집행을 위한 수단과 조건의 우선순위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은 관세동맹 거버넌스의 개혁을 통한 효율성과 효과성 향상이다. 현재 회원국에 분산된 이행·관리시스템이 중복, 비일관성, 상호부작용, 자원의 불균형 등으로 효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여줘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기업 등 경제주체로부터 EU 내에서의 차별적 대우와 회원국별 서비스수준 차이에 따른 불확실성 및 비용 격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서는 EU 전체의 일관되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 보장을 그 목표로 해 구체적으로는 운영목표와 서비스 질의 재정의, 필요 분야에서 운영의 조화와 공동행동 확대, 필요와 우선순위 확인체계의 마련 및 필요 분야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 등을 통해 달성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가까이 EU 관세동맹은 EU 사회와 기업에 분명하고 논란의 여지없는 부가가치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하면서 EU 무역흐름을 원활히 하는 역내시장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상품교역에 따른 EU 기업·사회·환경 등의 다양한 가치를 보호하고 있다.
EU 관세동맹이 지난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법령, 절차, 일하는 방식 등에서의 개혁과 현대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한·EU FTA 체결로 경제 동반자로서 더욱 밀접해진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대목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