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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스시 데일리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윤동진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2015년 05월호

 

[WTO 이슈] 우리 농식품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네 가지 전략

스시와 소비자가 만나는 방식이 달라졌다. 서양인들에게 일본의 대표적인 요리로 인식되는 스시가 프랑스의 외식업에서 붐을 일으킨 후 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영국·독일·네덜란드 등으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오픈형 초밥매장 ‘스시 데일리’는 김, 생선 등을 말아 모양을 내고 도시락에 담아내는 모습을 신기해하는 고객을 위해 눈앞에서 직접 ‘스시바 셰프가 해주는 쇼비즈니스’를 통해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매우 신선한 스시’란 점을 각인시키며 위생 문제도 해결했다.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물리적 거리를 한없이 좁혀 놓았다. 문화엔 우열이 없다고 하지만 가격으로 혹은 선호로 표현되는 국가 브랜드 가치엔 차이가 있다. 이는 음식과 언어를 통해 일상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사실이다.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고객 앞에서 직접 만들어 팔기


지난해 유럽에 와 느낀 부러움 중 하나는 스시의 대중화였다. 스시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이 달라졌다. 아시아와 북미의 대형 유통업체와 달리 유럽에선 최근까지도 위생상 또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매장 내 식품제조판매 점포(shop in shop) 개설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일부 유통업체에서 새로운 영업모델을 시도했고 스시는 그 흐름을 탔다. 점심시간에 가까운 까르푸 매장 스시코너를 찾아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까지도 유럽인들은 쌀을 가지고 밥을 짓고 그리고 그것과 김, 생선 등을 말아 모양을 내고 도시락에 담아내는 모습을 신기해한다. 게다가 스시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시아인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 음식을 매개로 아시아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50년 가까이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시장에서 차원을 달리해 빠르게 성장한 구체적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 사례는 스시 데일리(Sushi Daily)다. 이 업체는 까르푸(Carrefour)를 중심으로 지난 3년간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영국·독일·네덜란드 등 7개국에 300개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12개국 500개 매장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공동 창업자가 한국인이다. 올해 45세인 켈리 최는 10년간의 일본 생활을 바탕으로 명문 그랑제꼴(Grandes ecoles; 높은 경쟁률의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소수 정예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각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통해 프랑스 사회 엘리트를 양성하는 프랑스에만 존재하는 특유의 전통적인 엘리트 고등교육연구기관) 출신의 제롬을 만나 창업을 구상했다. 당시 파리에선 공장에서 대량 포장·공급한 스시를 전화 주문으로 배달하거나 아시아계 국적 없는 식당에서 쉽게 찾는 곁가지 메뉴에 불과했다. 더구나 TV 방송에서 위생상 문제를 취재·방영해 수요 확대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켈리 최는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스시 맛을 제대로 경험한 프랑스인들이 적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만들어 팔기로 했다. 사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니 대형 유통매장에 주목했고, 2007년 까르푸 회장 앞으로 세 장짜리 편지를 써 보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수산물 파트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까르푸 역시 유통시장에서 타 업체와 경쟁이 심해져 어떻게 손님을 더 매장에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였다. 우선 파리 교외에 시범매장을 내 보기로 했다. 위생과 품질이 최대 문제였기에 실제 개점은 2010년 8월에야 가능했다. 냉동이 아닌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직접 만들고, 사방이 트인 공간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시범운영 결과, 스시 매출은 물론 수산물 코너의 매상도 동반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스시 데일리 매장은 약 18㎡ 공간에 다섯명 정도가 유니폼을 입고 일하며, 가격은 10유로 내외로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까르푸에서 매출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뗀 후 스시 데일리측에 정산하는 구조라 한다. 실제 영업은 지역 매니저의 책임 아래 독립 경영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본사가 지분에 참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자회사의 중간 형태라 할 것이다. 본사는 매장 인력의 교육과 파견을 담당하며 스시 전문가(artisans du sushi)라는 호칭으로 지난해 말 기준 약 900명을 배출했다. 매출은 1억5천만유로로 2013년 1억유로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스시 데일리의 성공으로 스시 구르메(Sushi Gourmet) 등 유사 브랜드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아홀드(Ahold), 스위스 마노르(Manor) 등 타 대형 유통업체로까지 스시 숍인숍 매장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문화와 결합될 때 지속 가능한 농식품 수출 가능해


위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네 가지로 요약해 살펴봤다. 첫째, 종래 유럽시장에서 아시아 식재료의 유통구조가 중국계 마트를 거점으로 한 아시아 출신 교민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유럽 현지인들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까르푸 등 일반 대형 유통업체의 역할이 높아질 전망이다. 테스코(Tesco;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로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 독일의 메트로와 함께 세계적인 유통업체로 불림.) 등에서도 국가별(ethnic) 매대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매장을 지향해 가고 있다. 스시 데일리 매장 역시 사방 벽면 공간에 스시 관련 식재료(쌀, 김, 간장, 주류, 과자, 식기 등)를 진열해 동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둘째, 농산물은 이제 식문화와 결합해야 지속 가능한 수출이 가능하다. 궁금하게 만들어 보여 주며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맛으로 승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격식과 매너라는 이미지와 우리 상품만이 가진 철학과 이야기가 함께 가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올해 5월에 ‘지구에 식량을, 생명에 에너지를(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이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엑스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연 관람객 2천만명을 예상하는 행사에 우리나라는 우리 식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맛과 멋, 격식을 체험하는 행사로 준비해야 한다.


셋째, 문화적 접근은 경쟁이 아니라 협업과 협력 중심이어야 한다. 우리 문화만을 고집하기보다 아시아 문화로 틀을 키우되 우리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 참고로, 스시 데일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김은 한국산이다. 최근 술과 가공식품 수출과 관련해 유럽시장에서 겪는 애로(수입국의 규제, 인지도 미흡 등) 역시 문화상품을 매개로 대형 유통업체의 협력을 확보할 때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일자리 중심의 민간창업 촉진이다. 한식 세계화와 농식품의 유럽진출 확대 역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지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는 한편,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을 창업과 일자리로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4월부터 가동 중인 민관 합동 글로벌 외식기업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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