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성장잠재력 하락, 소득불평등 심화, 재정건전성 우려, 공공 부문에 대한 신뢰 약화, 기후변화 등 다양한 정책적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국내 제도를 개선하고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다기한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바람직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정책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국가 간 서로 권고를 해 줌으로써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에서 필자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OECD 경제검토위원회(EDRC; Economic and Development Review Committee)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위원회는 회원국과 일부 주요국을 대상으로 특정 국가의 경제ㆍ사회 상황과 정책에 대해 포괄적으로 토의하는 경제검토회의(EDRC 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토대로 그 국가의 경제ㆍ사회정책에 대한 평가와 정책권고를 담은 경제보고서(Economic Surveys)를 발간하는 일을 한다.
EDRC 회의는 OECD 34개 회원국, 8개 비회원국(Key Par-tners 국가인 BRIICS 국가, 가입협상 중인 콜롬비아 및 라트비아), EU, 유로지역 등 총 44개 국가(또는 지역)를 대상으로 개최되고 있다. 한 국가는 약 2년을 주기로 평가받으므로 1년에 평균 약 20~25번의 EDRC 회의가 개최된다.
EDRC 회의는 총 4개의 라운드로 구성된다. 통상 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피검토국의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 토의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라운드는 각각 2개의 구조적 주제를 다룬다. 예컨대 지난해 3월 한국 EDRC의 구조적 주제는 ‘창조경제 촉진’과 ‘사회통합 제고’였다. 네 번째 라운드에서는 의장이 회의결과를 요약하고 그 요약내용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다.
회의는 사전에 배포된 100~150페이지에 이르는 피검토국 경제보고서 초안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라운드별로 피검토국 대표의 발표, 주 검토국(2개 국가)의 발제, 각 회원국 대표들 간의 자유토론, 사무국 집필진의 토론내용에 대한 의견 제시 등으로 이뤄진다. 이후 보고서 수정과정을 거쳐 「OECD oo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rys: oo2015)」라는 책자로 발표된다. 여기서는 올해 들어 발간된 경제보고서 중 중국과 프랑스의 보고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中, 포용적 도시화와 서비스산업 확대가 새로운 성장엔진
중국은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주요 파트너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EDRC 대상이 되고 있다. OECD는 지난 3월 20일 발표된 「중국경제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 30년간 강도 높은 구조개혁에 힘입어 유례없는 성장으로 OECD 국가들을 추격해 온 점을 평가하면서, 중국 1인당 GDP가 1995년 OECD 평균의 10%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현재 30%를 상회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40% 수준까지 추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더해 최근 중국의 성장세가 여전히 높지만 과거보다 낮은 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경로로 변화(New Normal)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이 지난해 목표(7.5% 내외)에 가까운 7.4% 성장을 했으나 투자증가세 둔화 등으로 올해에는 7.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중국 정부의 부양조치가 자산시장 정상화 등에 따른 투자축소 효과를 상쇄하지 못하는 경우 예상보다 투자증가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 등을 전망에 대한 하방요인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내수와 양호한 수출 전망에 따라 2016년까지 GDP의 3% 내외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OECD는 중국에 대해 여러 부문에서 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기업 부문의 경우 공기업이 암묵적인 정부보증에 따라 저리 대출에 쉽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초과 설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초과 설비를 도입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 부문의 경우 공식적으로 보고된 중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약 20% 수준이지만 여기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의 채무가 GDP의 30%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관련, OECD는 중국에 대해 공기업에 대한 암묵적인 정부보증을 축소함으로써 모든 기업이 금융·규제·조세·정부조달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재정적 투명성을 높이면서 지방정부 투자기구가 신규 부채를 부담하는 것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등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 OECD는 크게 진전되고 있는 중국의 도시화 및 서비스화에 주목했다. 이미 약 1억명이 도시로 이주했고 2020년까지 약 1억명의 농촌 주민들이 추가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공공서비스와 사회보장 확대, 도시의 판자촌 개량사업 등을 통해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중국의 부가가치 창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을 추월한 가운데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도시화가 진전됨에 따라 앞으로도 서비스산업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생산성의 경우 공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등 모든 기업을 위한 공정경쟁의 장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OECD는 중국에 대해 모든 도시이주 근로자에게 공공서비스 공급과 사회보장을 확대하고 사회보장 혜택이 전국에 걸쳐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한편 소매점·호텔·식당·건설 등 상업적인 서비스산업에서 정부소유를 축소하고 더 많은 서비스 부문을 민간투자에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OECD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교육과 직업훈련 문제를 중요한 구조적 도전과제로 다뤘다.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 시스템이 매우 부족한 가운데 중국 경제구조가 빠르게 변모함에 따라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과 기술이 노동시장 수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초·중등학교 교사의 보수가 다른 대부분의 직업군보다 낮아 유능한 교사를 충분히 유인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이러한 평가를 토대로 OECD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사의 보수를 높이는 등 교육에 대한 공공지출을 확대하고, 이주민 자녀 등 불우한 아이들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전국적인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시스템을 신설하고 경력 지도와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佛 구조적 과제,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환경 개선
OECD는 4월 2일 발표한 「프랑스경제보고서」에서 프랑스가 그동안 양호한 교육을 받은 노동력 등에 힘입어 성장하면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불평등도가 크지 않고 과도한 경제적 고통 없이 위기를 탈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제의 공급 측면이 약화되면서 성장이 약 한 세대 동안이나 둔화돼 오는 등 저성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노동시장·조세시스템·규제 등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고 더 많은 개혁조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성장과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정책 간 상충관계를 해결하면서 지속적으로 정책이 연계돼야 하는 장기적인 프로세스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이러한 장기 프로세스에서는 정부의 의지와 향후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주는 도전적인 개혁과 신중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며, 성공의 핵심은 투자자와 소비자가 관망 자세를 버리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OECD는 프랑스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범위한 단순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효율과 성장 정체의 근본적인 원인을 복잡한 경제·사회구조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가 복잡한 노동법, 기업규제, 지방정부 구조, 조세 및 연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단순화하고 경쟁과 형평성 제고를 위해 경제적 지대와 특권 철폐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핵심 권고사항으로 담았다.
프랑스의 거시경제에 대한 평가를 보면, 성장률의 경우 2012~2014년 중 지속적으로 연간 0.4%에 그쳤고 약한 성장세, 노동시장 부진,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하락(2014년 소비자물가 0.6% 상승)했으며, 실업률은 10% 내외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2015년에는 세계경제의 점진적 회복, 유로화 가치 하락, 저유가, 재정건전화 기조 완화 등으로 약하나마 단기적으로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OECD는 노동시장 개혁을 첫 번째 구조적 주제로 삼으면서 노동시장 개혁이 프랑스 구조개혁의 가장 큰 우선순위로 남아 있다고 전제했다. 그동안 개혁이 진전됐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제한 없는 노동계약에 의한 강한 고용보호, 길고 복잡한 노동법과 관련 규정, 비효율적인 노동법원 등이 고용의 이동성과 유연성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 부담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청년세대에게 전가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창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OECD는 프랑스에 대해 노동법원 개혁 등을 통해 해고절차를 단축·단순화하고, 공공지출 감소세를 봐가면서 근로에 대한 과세를 더욱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편 OECD는 프랑스 성장의 구조적 하락세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활동에 대한 제약을 축소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프랑스가 경쟁법과 그 집행을 강화하는 등 경쟁 촉진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정부가 2013년부터 기업환경 단순화를 시작해 현재 100여개의 단순화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기업환경이 복잡하고 소매업·교통 등 서비스 부문과 에너지 부문 등에서 경쟁을 촉진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비스 부문의 경우 일부 전문직이 라이선스 요구, 자본참여 제한, 요금규제 등 진입장벽을 통해 경쟁에서 특별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전문직에 대한 규제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 이상으로 부여돼 있어 지대(rent)를 유발하고 고용과 소비자의 구매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OECD는 프랑스에 대해 모든 기존 규제와 계획된 규제를 철저히 검토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활용하고, 새로운 대규모 점포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지속적으로 단순화하는 한편 특가품 판매, 세일기간, 영업시간에 대한 제한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한 전문직의 진입제약과 배타적 권리 축소, 잠재적인 경쟁행위에서의 요금규제 철폐, 점진적인 쿼터제 축소 등을 통해 전문직 규제 자유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필자가 EDRC 회의에 참여하면서 느끼고 있는 점은 회의 시 대부분 회원국 대표들이 피검토국 경제와 사회 이슈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발언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국의 이해관계도 감안하고 있겠지만 다른 국가의 정책에 대해 열심히 조언해 주는 것은 분명 고마운 일이다. OECD 국가들은 어느 정도 성장단계에 도달해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라 공통적인 문제가 많은 만큼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욱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차원에서 EDRC는 보다 나은 경제정책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OECD 국가 간의 협업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앞으로도 EDRC가 동료압력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권고를 생산해내는 노력을 계속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