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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리를 읽고 채권에 투자하자
박지수 『경제기사를 읽으면 주식투자가 쉬워집니다』 저자 2021년 08월호


“은행에 넣어봤자 이자가 너무 낮고 주식은 위험한데, 좋은 투자상품 없을까요?”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많다. 이 질문에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어”라며 돈을 맡기라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해야 하고,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어때?”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금융 좀 아는 사람이라 생각해도 된다.
채권(債券)이 뭘까? 채권은 정부와 공공단체, 주식회사 등이 일반인으로부터 비교적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차용증서다. 쉽게 말하면 ‘빚’을 나타내는 증서다. 시중 은행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채권도 종류가 많기 때문에 위험도는 각각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중위험·중수익에 속하는 투자법이다.

나도 모르게 했던 채권투자
누구나 한 번쯤은 투자 상품 가입 전에 투자성향 진단을 해봤을 것이다. 바로 그때가 우리가 채권을 처음 접하는 때다. 예적금 이외에 투자를 해본 경험이 없고 원금 손실을 우려한다면 보통 4~5등급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채권, 그중에서도 안전성이 높은 국고채, 지방채, 통안채, 금융채, 회사채(A- 이상) 등의 채권 상품이 적합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럼에도 솔직히 우리는 채권이 뭔지 잘 모른다. ‘채권’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지만 고수들의 영역인 것만 같다. 게다가 주변에 채권에 투자한다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많은데 왜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까? 그건 바로 투자 규모의 차이 때문이다. 
사실 채권은 국가나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몇 백 억, 몇 천 억 단위의 큰돈이 필요할 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그래서 투자금도 최소 억 단위가 필요하다. 게다가 개인이 채권 발행과 거래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요즘은 MTS(Mobile Trading System)로 채권투자가 예전보다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개인 입장에서 직접 투자하기에는 아직은 거리감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채권투자를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CMA 계좌에 돈을 단기간 맡겨두는 경우가 많은데, CMA 이자는 증권사가 국공채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해 올린 수익을 이자로 지급하는 구조다. 자동차나 주택 구입 시에도 필수적으로 채권을 구입해야 한다. 자동차 공채나 국민주택채권이 뭔지 모른 채로 구입과 동시에 팔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채권이 늘 존재해 왔다.
예금은 정해진 금리 외의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채권은 주식처럼 가격 변동이 있는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할인가로 구입했을 때는 표면금리(채권의 액면가액에 대한 연간 이자 지급률을 채권 표면에 표시한 것)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가격 변동이 있는 것은 주식처럼 채권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아파트 분양권과 비슷하다. 분양권도 당첨자가 입주하기 전에 사고팔 수 있다. 인기가 좋은 아파트는 피(프리미엄)를 붙여 높은 가격에 팔고, 반대일 경우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로 처분하기도 한다. 채권도 인기가 많아 수요가 높으면 비싼 값에 팔 수 있고, 수요가 없으면 할인해서 팔아야 한다. 즉 채권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에 따라 채권 수익률(금리)이 결정된다.

채권이 어렵다면 간접투자로
그럼 채권의 가치는 언제 오르고 언제 떨어질까? 채권값은 다양한 이유로 결정되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준금리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앞으로 발행될 채권의 표면금리가 높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이때 팔려는 사람은 할인을 적용하더라도 빨리 팔고 싶어 더 낮은 값을 부른다. 이에 따라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채권금리가 올라간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앞으로 발행될 채권금리가 낮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채권 가치는 오른다. 그러니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값을 높여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 채권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즉 채권의 가치와 금리는 반비례한다.
그렇다면 실제 채권시장에서 투자는 어떻게 이뤄질까? 채권도 투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측으로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가 앞으로 내릴 것 같으니 채권값이 오르겠다’고 생각한다면 미리 채권을 사두려 할 것이고, 많은 사람이 채권을 사게 되면 기준금리 발표 전에 채권값이 상승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투자자들은 놀라며 채권을 팔기 시작할 것이다.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채권값이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채권투자도 예측 심리에 근거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시점을 전후로 채권금리에 변동이 생기기도 한다.
채권투자는 우리가 자세히 파악하기엔 상당히 복잡하다. 게다가 우리에겐 대규모 자금도 없고 채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그러니 채권 수익률에 맞춰 직접 투자하겠다고 너무 애쓰지 말자. 그렇다고 채권투자를 포기하며 좌절할 필요도 없다. 펀드를 통해 채권에 간접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투자를 하면 매매에 불필요하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투자 기간 동안 투자한 채권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마음 쓸 일도 적다. 펀드를 통해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투자 기간과 만기가 같다면 투자 수익률은 채권금리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 채권투자 수익률은 어차피 금리에 수렴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높은 금리 및 시장 변동성을 상쇄시킬 수 있는 중장기 투자가 좋다.
채권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은 기대할 수 없어도 안정성과 복리의 마법은 챙길 수 있다. 이자가 매년 차곡차곡 쌓여가기 때문에 내 자산 포트폴리오에 든든한 한 기둥을 담당할 수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주식만 담고 매일 스마트폰 화면으로 증시만 보는 건 어리석다. 예금보다 금리는 높고 주식보다 위험도는 낮은 채권의 매력을 이해하고 적은 금액이라도 채권투자에 도전해 보자. 아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이 백배 낫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채권에도 투자해 보는 건 어떨까.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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