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SG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기관의 투자결정 및 기업의 경영에서 재무적 수익 외에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수익성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코로나19로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해지고 양극화가 우려됨에 따라 사회적 담론을 넘어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게 됐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ESG 경영에 동참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중소기업은 ESG 경영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체계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ESG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ESG가 중요한 이유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살펴보자.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투자나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ESG 평가가 근거로 활용돼
ESG가 금융기관과 기업으로 확산되고 컨설팅 및 평가기관이 발전하는 등 시장 중심으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ESG 개념이 넓어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성 있는 공시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데이터 공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정부는 ESG 인프라 확충을 위한 6대 부문, 18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ESG 공시 가이드라인 제공 등 인프라는 확충하되 평가 등 민간 영역에의 관여는 최소화하면서 ESG 확산을 뒷받침한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ESG 경영에는 중소기업도 참여해야 한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과 대기업 협력사에 ESG 경영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 금융기관이 ESG 평가에 기반해 투자와 대출을 하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이 ESG 우수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둘째, EU는 탄소국경세를 2023년부터 시범 도입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저조한 수입제품에는 탄소가격이 부과되는데 우리 수출기업도 적용대상이 된다. 또한 EU는 2024년부터 자동차 배터리 원료채취-제품생산-이송-사용-폐기에 이르는 전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 표기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적용대상은 자동차, 전기전자 등 주요 수입품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품의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공급사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향후 이러한 요구가 납품제한 규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애플은 증권거래위원회에 탄소배출량의 의무적 공개를 제안하고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신재생에너지 사용(RE100)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은 환경·인권 등과 관련된 공급망 실사법을 이미 제정했고, EU 집행위원회는 EU 전체로 공급망 실사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지침(안)을 올해 2월에 발표했다. 향후 EU 의회의 승인절차가 끝나면, EU 회원국은 2년 이내에 국내법 제·개정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이 시급한 수출기업과 대기업 협력사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역점을 뒀다.
먼저, 중소기업에 맞는 ESG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기업의 공시 활성화를 위해 공시·환경·사회·지배구조 4개 분야, 총 61개 항목이 담긴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중 중소기업이 우선 적용할 수 있는 27개 문항을 선별했다. 또한 K-ESG 등을 활용해 ESG 데이터를 입력하면 분석 후 ESG 성과, 보완점 등의 종합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자가진단 툴을 마련하고 컨설팅, 공시 지원 등과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둘째, ESG 경영을 위한 교육·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별도의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ESG 경영기획·평가대응 등을 위한 사내전문가 육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온라인 교육도 병행한다.
셋째, 수출기업과 대기업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 협력사에 대한 ESG 경영 지원 실적을 동반성장지수 평가지표에 반영하고,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비용(ESG 교육경비, 수준진단 및 컨설팅 비용)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으로 추가했다. 한편 공급망 실사 사전대응 차원에서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 모의평가·컨설팅 등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탄소감축 등 중소기업에 시급한 과제에 다양한 지원책 확대
넷째, ESG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ESG 관련 정부 포상을 확대하고, 포상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사업 지원 시 우대하고 있으며 공공조달 낙찰자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다섯째, 금융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기존 ESG 채권에 더해 ESG 목표달성과 연계해 우대하는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발행기관이 사전에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달성 상황에 따라 재무적·구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채권)과 지속가능연계대출(SLL, 차입기업과 대출기관의 협의로 선정된 ESG 평가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금리수준이 변동하는 대출상품)을 도입·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중소기업에 시급한 부분은 ESG 가운데서도 E(환경), 특히 탄소감축 분야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탄소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신성장·원천기술(12개 분야)에 탄소중립을 추가해 R&D투자와 시설투자에 우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둘째, 탄소감축 투자에 대한 융자(예: 환경부 친환경설비투자, 산업통상자원부 탄소중립전환 선도프로젝트 융자)와 보증(예: 신용보증기금 기후대응보증), 이차보전(예: 환경부 녹색정책 금융활성화), 펀드 출자(예: 환경부 미래환경산업투자 펀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탄소감축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올해 신설된 탄소대응기금(2조3천억 원)에서 R&D 사업 42개, 비R&D 사업 15개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재정과 금융 지원은 기업의 탄소감축 실적과 연계함으로써 지원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있다.
ESG는 정부와 국제기구가 주도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는 달리 금융기관, 기업 등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ESG 경영에 동참해 우리의 경제구조를 저탄소·포용·공정 경제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