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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과 함께 가는 2인3각의 ESG 경영
김재필 KT 수석연구원, 『ESG 혁명이 온다 2-미래 전략과 7가지 트렌드』 저자 2022년 09월호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ESG 강연에서 어느 사장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저는 직원을 5명 둔 작은 규모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ESG가 이슈인데 저희같이 작은 회사도 ESG를 할 수 있을까요?” 

사실 국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ESG 기사의 대부분은 대기업들의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ESG 돌풍에 잘 대비하며 이를 마케팅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ESG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모든 경영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다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들은 ESG까지 신경 쓸 만큼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소·벤처기업들도 ESG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당장 해외시장을 타깃 삼는 기업에 EU와 미국의 ESG 강화 방침은 큰 허들로 작용한다. EU는 기업의 전 공급망에 걸쳐 환경과 인권 관련 침해행위에 대한 자체 실사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ESG 경영을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법률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원청이 하청업체의 환경오염 물질 배출 여부, 노동자 근무환경 등의 사항을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데, 유럽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기업도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바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 실사 대응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300개 중 52.2%가 ESG 미흡으로 향후 고객사(원청기업)로부터의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걱정이다. 시범적용 시기는 내년 1월, 제도 시행은 2025년 1월로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이 유럽 역내에 수출하는 CBAM 대상 품목은 연간 약 55억1천만 달러(6조7천억 원)에 이른다.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 국가에서 ESG라는 허들을 넘지 못하면 산업 전반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야만 대응이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도 대출심사 요건으로 기업의 ESG 수준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본조달 측면에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은 ESG 요소들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출 중개플랫폼 ‘고펀딩’은 지속가능발전소가 만든 ‘중소기업 지속가능신용정보 서비스’를 기반으로 대출신청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보고서를 연계 금융사에 제공하는데, ESG를 대출심사에 반영하면 중소기업들이 ‘지속가능성’만으로도 대출이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업력이 짧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이전과 달리, ESG 경영 활동이 우수한 중소기업들의 대출 문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ESG를 요구하는 시장 환경은 중소·벤처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ESG를 잘 이용하면 오히려 새로운 시장 기회 및 경쟁 우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2인3각’ ESG 경영이 필요하다.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ESG 관련 컨설팅,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 산업별 ESG 우수사례와 대응방안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 등을 제공해 ESG 환경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 ESG 금융상품 활성화, 세제 혜택, 저금리 대출 확대 등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다 같이 지속 가능한 사회의 실현’, 그것이 ESG가 추구하는 지향점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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