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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류를 위협하는 소행성 153개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2년 11월호


지난 9월 27일 있었던 일이다. 지구에서 약 1,120만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지름 160m짜리 소행성(다이모르포스)에 작은 우주선이 충돌했다. 사고는 아니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은 이번 충돌을 일으키고자 약 3억3천만 달러(약 4,600억 원)를 쏟아부었다. 당연히 이 우주선은 지난해 11월 이 소행성을 향해서 발사한 것이다.

시속 2만1,600km의 우주선-소행성 충돌 실험을 수천억 원을 들여 진행한 이유는 인류의 의지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이번 충돌로 해당 소행성의 궤도가 바뀐 사실이 수 주에서 수개월 후 확인된다면 인류는 또 한 번 사상 초유의 일을 해낸 셈이다.

여기까지 읽고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테다. 도대체 왜? 이 대목부터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는 태양 주위를 도는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이렇게 여덟 개의 행성을 안다. 하지만 이들 행성 외에도 태양 주위를 도는 수많은 천체가 있다. 2006년 8월 24일 ‘행성’ 지위를 잃고 ‘왜성’으로 전락한 명왕성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여러분이 잘 아는 - 약 76년 주기로 지구를 찾아오는 - 핼리 혜성도 태양 궤도를 돌고 있고, 앞에서 언급한 소행성을 포함한 여럿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가운데 일부는 공교롭게도 지구 궤도와 겹친다. 인류와 지금 지구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재수가 없으면, 그런 혜성이나 소행성 가운데 어떤 것이 지구와 충돌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6,600만 년 전 지구에서 가장 힘센 동물이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일 때 지금의 중남미 한복판에 지름 약 10km가 조금 넘는 소행성이 떨어졌다. 이 충격의 연쇄 효과로 중생대 공룡시대가 끝장나고 - 당시 생명체 4분의 3이 멸종되고 - 포유류시대가 열렸다.

설마 그런 일이 또 있겠냐고 고개를 젓기에는 걱정되는 숫자도 있다.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프로·아마추어 천문학자가 눈에 불을 켜고 지구 궤도와 유사한 소행성·혜성을 찾고 있다. 2022년 10월 5일 기준, 이렇게 우려되는 소행성·혜성 숫자만 3만159개다. 이 가운데 지구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지름 1km 이상의 소행성만 153개다.

사실 소행성 지름이 수백m만 돼도 심각한 문제다. 한 300m 정도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한반도 정도 나라가 초토화될 수 있다. 1.5km 정도면 유럽이 사라진다. 수km 이상이면 말 그대로 전 지구적인 재앙이다. 공룡시대를 끝장낸 소행성 크기가 고작 약 10km 정도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동안 다수의 과학자는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혜성을 막는 방법을 궁리해 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직 지구와 가까워지기 전에 우주선을 충돌시켜서 궤도를 - 지구를 비켜 가도록 - ‘살짝’ 바꾸는 방법이다. 만약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푼돈’ 4,600억 원으로 인류 문명을 지키는 방법을 확보한 것이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 이번에 우주선이 충돌한 소행성은 처음부터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것이었다. 이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 만약 지구 궤도와 가까운 소행성이 충돌 실험으로 궤도가 바뀌었는데, 예측을 잘못한 탓에 지구로 방향을 바꾸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이번 소행성 충돌 실험의 최종 성공(궤도 변경)을 기원한다. (이 글을 쓴 이후인 10월 11일, NASA는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 결과 소행성 궤도의 변경을 확인했다며 인류가 처음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바꿨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