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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는 소비자가 주도하는 ESG로
김재필 KT 수석연구원, 『ESG 혁명이 온다』 저자 2022년 12월호

‘ESG의 모든 것’을 연재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를 도입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 협력사 ESG 관리 등에 대한 논의는 올 들어 더욱 가속화됐고, ESG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급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ESG 키워드 트렌드 변화 분석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ESG 관련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2020년 4분기 2,499건에서 2021년 4분기 8,701건으로 증가했다. ESG 최대 관심 이슈를 키워드로 살펴보면 친환경과 탄소중립, 보고서, 평가등급이었다. 특히 ‘E’ 부문에서는 친환경, 탄소중립, 기후변화, ‘S’에서는 사회적 가치, 이해관계자, 협력사(계열사), ‘G’에서는 ESG 위원회, 이사회, 위원장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해관계자’와 ‘협력사(계열사)’로, ESG에 대한 관심이 대기업에서 협력사, 계열사까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분기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두 키워드는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후부터는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훨씬 컸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해진 ESG 경영이 중소·중견 기업으로 파급되고, 이들에 대한 지원 논의 역시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피부로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ESG 강연이나 강의, 컨설팅 요청은 대부분 대기업 중심이었다. 경영 방침이 ESG로 정해지면서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ESG 배우기에 열심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대기업의 ESG 공부가 끝나자, 중소·중견 기업 및 벤처 스타트업들의 ESG 강연 요청이 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CEO나 임원급이 아닌, ESG를 직접 업무에 도입해야 하는 실무급 대상의 강연을 요구했다. 대기업만큼 여유가 없는 중소·중견 및 벤처들은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ESG 배우기에 진심이었다.

투자자들의 비재무적 투자기준에서 비롯된 ESG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부동산·주가 하락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러시아, 중국 등에 의한 전쟁위기까지 세계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하고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 놓여 있다.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이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한다면, ESG를 잘하는 기업이야말로 정말로 위기에 강한 기업임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환경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EU는 내년 1월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탄소국경세가 적용되면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EU, 중국 등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만 약 6,100억 원에서 최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에서는 2023년부터 「공급망 인권경영 실사법(LkSG)」 시행이 예정돼 있어 우리 수출기업들의 ESG 대응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내년부터 배출가스 4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2025년부터 4등급 차량은 서울 사대문 안에서 운행할 수 없고, 2030년에는 서울 전역을 다닐 수 없게 된다. 

투자자와 기업의 영역을 넘어 ESG는 이처럼 사회 전역으로 확대돼 일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ESG는 현재진행형이다. 배우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관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해야 의미가 있다. 다가올 토끼해에는 ‘투자자와 기업’이 중심이 됐던 ESG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ESG가 되기를 기대하며, 한 해 동안 ‘ESG의 모든 것’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