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데이터와 플랫폼이다. 데이터는 신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석유를 넘어 디지털경제의 필수적인 혈액이라 불리고 있다. 플랫폼은 직간접 네트워크 효과와 고정비용은 높지만 가변비용이 낮은 특성을 이용해 전통산업을 정복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은 지배적 지위를 획득·유지함과 동시에 연관된 시장으로의 확장을 통해 생태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플랫폼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판매자, 가격, 이용후기 등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탐색비용과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의 편의와 후생을 높였기 때문이다. 또한 입점 사업자도 플랫폼의 연결성을 통해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과거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시장으로 진출하고, 여러 데이터와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기회와 시장을 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여러 국가가 플랫폼 사업자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행위에 적극 대응하면서 디지털시장에 대한 규율을 새로이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대 패키지 법안이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고, 유럽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투명성을 강화하는 규칙을 제정한 데다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의 입법절차도 마무리됐다.
플랫폼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해외 당국은 왜 입법화 및 제도화를 통해 플랫폼 규율을 추진할까? 첫째,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경제 질서의 근본을 확립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건전한 산업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이 중요한 곳에서 규제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시장참여자들이 지켜야 할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법·제도는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자 간 정보비대칭과 갈등, 정부의 자의적 개입과 공정성 부족으로 불확실성과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둘째, 빅테크 기업의 승자 독식에 의한 경쟁제한 및 불공정 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운영체제(OS) 부문에서 경쟁사업자의 혁신을 방해한 구글, 쇼핑 및 동영상에서 부당하게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한 네이버, 거대 사업자에게도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한 쿠팡을 각각 제재했다. 또한 페이스북 스캔들에서 보듯이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거나, 다크 패턴(사용자들이 자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세심하게 제작된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에 의해 소비자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셋째,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중소사업자의 성장과 혁신을 이끌어 궁극적으로 시장 독점의 폐해를 막고 경쟁 압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BM에 개인컴퓨터용 OS를 납품하면서, 그것을 발전시켜 PC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 둘 간의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의 역할도 있었다. 즉 건전한 계약 환경이 궁극적으로 혁신과 경쟁 친화적 결과로 이어진다.
플랫폼은 국경을 넘어 활동하며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지키려는 대형 플랫폼의 의견에만 정부가 귀 기울이고 중소사업자나 소비자의 권익 그리고 해외 흐름을 무시한다면, 우리 플랫폼은 국제경쟁에서 낙후되고 중소사업자와 소비자는 보호되지 못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번영하는 디지털 시대 공정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들이 상생하고 또 이들이 성장해 경쟁하고 혁신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균형감 있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국제적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디지털경제의 기본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의 법·제도를 최소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