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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능성이 가득한 새해를 열어젖히고 싶다면
김혼비 에세이스트,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다정소감』 저자 2023년 01월호


“이대로는 새해 기분이 전혀 안 나잖아!” 이대로 가다간 작년과 똑같은 한 해가 될 거라고,
(…)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 재재재작년에 열심히 일한 거 말고 기억나는 게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다. S는 대답이 없었다. -p.14


대답이 없는 S의 마음을 이해한다. 12월의 문턱에 서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는 나의 마음도 비슷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마음은 “열심히 일한 거 말고 기억나는 게” 있는지 없는지와는 사실 크게 상관없다. 분명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틈틈이 좋아하는 공부도 했지만, 막상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보니 지난해에 비해 딱히 다른 것이 없어 보였고 새해도 딱히 새로울 것 없어 보였다. 다소 맥 빠지는 마무리였다.

이럴 때 누가 나에게 올해는 인생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온 것 중 하나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자고, 심지어 같이 개설한 통장에 매달 2만 원씩 입금해서 모인 돈 50만 원을 12월 31일에 목표를 이뤄낸 한 사람에게 상금으로 몰아주자고 내기(?)까지 제안한다면 당장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S가 그런 것처럼. 훗날 ‘할 수 있어 프로젝트’라고 두고두고 불릴 이 제안을 한 사람은 현재 12년 차 광고 카피라이터인 작가 신은혜였고, 『가능한 불가능』은 그가 1년에 하나씩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이 프로젝트를 무려 9년간 해온 과정을 담은 책이다.

책의 목차도 그가 9년간 도전해 왔던 아홉 가지의 일로 이뤄져 있다. 방향치에 교통사고 트라우마도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해 면허증을 따내는 것을 시작으로 계이름도 잘 모를 정도로 악보를 읽을 줄 모르지만 히사이시 조의 ‘Summer’ 한 곡을 연주해 내기 위해 피아노학원 기초반에 등록해 1년간 맹연습을 하고, 다음 해에는 영어학원 초급반에서부터 공부를 하는 식이다.

그가 두려움을 딛고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에 작은 첫발을 내딛는 순간들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감동이지만, 그가 그 무언가에 점점 푹 빠져들어 그것을 중심으로 일상의 풍경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온몸과 온 마음을 쏟아내는 과정을 보는 기쁨이 굉장하다. 무엇보다, 첫 번째 도전인 운전에서 이룬 성취감을 단단한 버팀목 삼아 기초도 없는 피아노에 도전하고, 그 경험이 역시 기초가 부족한 영어에 도전하게 만들었으며, 그 도전에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는 습관을 얻고 외국에서 살아보겠다는 꿈을 얻어 다섯 번째 도전으로 진짜 하와이에 가서 살게 되고, 하와이에서 살겠다는 목표가 수영에 도전하게 만든 것처럼, 도전과 도전이 서로 이어지며 한 사람의 세계가 점점 확장돼 가다가 그가 상상도 못 했던 미래로 가닿는 여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어떤 자기개발서에서도 느끼지 못한,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아주 구체적이고 뜨거운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난 할 수 있다, 아무리 다짐해봐도 그건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 별거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직접 해보며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얻는 게 중요했다. (…) 내가 처음부터 도로를 달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운전면허 문제집을 주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p.256

이왕 올 한 해를 보람차고 재미나게 보내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겠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주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가능성으로 가득한 어떤 세계에 의미심장한 첫발을 뗄 수 있도록 이 책이 등을 힘껏 밀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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