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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사고의 현실화, 1인분 해내다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장, 『트렌드노트』 시리즈 공저자 2023년 01월호


1인분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1인분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각자 다를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1인분은 메뉴판에서 ‘1인분 주세요’가 아닌, 팀플레이에서 ‘1인분의 몫을 해내는가’의 1인분이다. 소셜빅데이터에서 지난 3년간 ‘1인분+해내다’ 언급량이 3.65배 증가했다(<그림> 참고).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1인분은 하자’, ‘1인분을 하고 싶다’, ‘1인분을 해내는 법’ 등의 말을 점점 더 많이 한다는 의미다.

‘1인분을 해낸다’는 담론은 게임에서 출발했다. 여럿이 팀플레이를 하는 경우 게임 전적 검색 사이트에 가보면 나와 우리 팀원들이 각각 몇 인분씩을 했는지 볼 수가 있다. ID:OOO 1.8인분, ID:XXX 0.8인분…, 이런 식으로 게임에서 각자가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숫자로 명확히 표시된다. 팀의 승패와 무관하게 팀원 각각의 플레이 기여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게임 전적 검색 사이트의 1인분이 스포츠, 과제, 회사, 인생으로 확장된다.

사용 상황을 보면 이런 식이다. 처음엔 게임 팀플레이에서 1인분을 제대로 해내자는 의미로 쓰였다. “롤은 저한테 잘해야 본전인 눈치 보이는 게임입니다. 친구들과 롤 하는 게 긴장되지 않고 미안하지 않게 최소한 1인분을 하는 법이 뭐가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쓰였던 게, 스포츠로 확장돼서 “손흥민 선수 참 대단하다. 유럽에서 1인분 이상 하는 사람이 한국에 언제쯤 다시 나올까?”라고 쓰였고, 학교 과제를 할 때도 “팀플 때 제발 1인분은 하자. 과 특성상 팀플 진짜 많은데 1인분 하는 게 사람과 사람 간의 최소한의 예의지”라고 쓴다. 현실 삶에서도 1인분을 계산하고 1인분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회사에서 아직 1인분도 못 하고 있는 친구가 대학원 다닌다고 하니….” 회사에서도 1인분을 생각하고, 인생에서도 1인분을 생각한다. “34살에 9급 일행 합격하면 늦은 건가요? 뭐 1인분 한다는 거고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고….”

‘1인분’과 함께 언급되는 단어를 살펴보면 선수, 손흥민, 박지성, 멤버, 직원, 팀원 등 팀 활동에 연관된 인물 키워드가 주를 이룬다. 1인분은 혼자 모든 것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협업하는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게임의 사고방식이 사회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경우가 있다. 게임을 몰라도, 게임은 안 해도 게임적 사고방식은 시대를 이해하는 주요한 요소다.

게임에서 시작한 1인분 사고방식은 팀이 잘한 것과 내가 잘한 것은 구분된다는 사고이고, ‘나는 내 역할을 다하겠다, 너도 네 역할을 다해라’라는 사고다. 1인분은 덜 해도 안 되지만 더 해도 억울한 것이다. 더 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또 1인분 이상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 된다. 좋은 팀원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있다. 1인분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 그 안에서 자기 몫을 정확히 해내는 것. 1인분은 그러한 사고의 대표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1인분은 1인가구 증가와 관련이 있지만 반드시 가구 구성원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혼자 살아도, 같이 살아도 온전한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은 중요하다. 4인가구 대척점으로서의 1인가구가 아니라 1인분의 몫을 해내는 독립된, 온전한 정체성을 가진 개인을 바라보자. 그 개인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그 개인의 선택이 모여 트렌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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