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Epik High)를 좋아한다. 원래 좋아했지만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더 좋아졌다. 혹시 에픽하이 공연을 본 적 있나. 만약 없다면 꼭 한번 경험해 보라고 추천한다. 장담할 수 있다. 그들의 라이브는 최고 수준이다. 3인조로 할 때도, 풀 밴드와 할 때도 잊히지 않을 라이브를 들려준다.
바로 위 문장에 주목하기 바란다. 라이브의 핵심은 무엇보다 현장감이다. 그렇다면 이 현장감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인간 육체가 지닌 물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브 공연에 가는 이유가 뭔가. 뮤지션과 연주자의 입과 손길로 빚어낸 소리를 실시간으로 감상하기 위함이다. 그렇다. 그 소리에 매혹돼 신나게 뛰거나 부딪히고, 그도 아니면 깊이 감동받는 순간을 맞기 위해 우리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따라서 특별한 예외가 아닌 이상 풀 밴드 라이브가 3인조 혹은 MR(녹음된 반주) 틀어놓고 하는 라이브보다 강렬할 수밖에 없다. 나는 살아 있는 전설 에미넴(Eminem)의 라이브를 두 번 봤는데 한 번은 MR 라이브, 다른 한 번은 풀 밴드 라이브였다. 이건 뭐, 둘 중 후자 쪽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런 이유로 에픽하이가 멤버 3명으로만 하는 라이브에 처음 갔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적당히 보다가 나와야겠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 공연, 앙코르까지 해서 끝까지 다 봤다. 그들은 말 그대로 선수였다. 단 3명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뽐내면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하긴 그들이 그룹을 결성한 해는 2001년, 저 공연이 있기까지 15년 이상을 지지고 볶고 했을 것이다. 해체 위기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에픽하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완전체가 됐다. 달랑 3명이었음에도 풀 밴드 라이브 못지않은 라이브를 선사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당연히 아니었다.
1집을 발표하기 전에는 사기를 당해 발매가 불발됐고, 뿔뿔이 흩어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들이 처음 주목받은 건 2003년이었다. 마침내 기획사 계약에 성공한 뒤 발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