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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유럽의 낭만과 역사를 품은 도시, 프라하
김후영 『언젠가 한 번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저자 2023년 01월호




체코 프라하는 동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동유럽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어느 곳보다도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의 대부분 건축물은 중세 이후 고스란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청사 종탑에 올라 고풍스러운 도시를 조망해 보는 일은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멋진 일이다. 카를교를 거닐면서 평화로운 블타바강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에 도심 중앙에 오래된 구시가 광장이 자리한다. 그러나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은 좀 색다르다. 고색창연한 교회 건축물과 시청사, 궁전이 서로 하나가 돼 리드미컬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구시가의 구심점, 구시가 광장

광장 중앙에는 원형의 아름다운 기념비가 놓여 있다. 체코의 전신인 보헤미아 왕국의 위대한 종교개혁자 얀 후스의 순교 500주년을 맞아 1915년 7월 6일 세워진 기념비다. 얀 후스는 15세기 초 교회의 세속화를 비판하다가 성직을 뺏기고 콘스탄트 종교회의에 회부돼 심문받다가 1415년 화형을 당하고 만다. 그가 죽은 후 그를 신봉하는 세력이 황제에 반항해 전쟁을 일으키는데, 이를 후스 전쟁이라 부른다.

광장 주변에 가득한 고풍스러운 중세 건축물 중에서 가장 주목할 건물은 구시청사다. 구시청사는 1338년에 세워졌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군에 의해 부속 예배당과 북쪽 건물이 파괴됐다. 지금의 구시청사는 그 이후 복구된 모습이다. 구시청사의 종탑에 올라가면 유럽에서 가장 멋진 도시 전경이 펼쳐진다.

구시청사 정면을 장식하고 있는 천문시계 역시 이 도시의 명물이다. 1410년 제작된 프라하 천문시계는 현재 작동하는 천문시계 중 가장 오래됐다.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시 정각에 열리는 천문시계쇼는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그 시작은 이렇다. 앙상한 뼈만 남은 해골 형태의 죽음의 문지기가 한 손에 든 작은 종을 움직이면 ‘딸랑딸랑’ 소리와 함께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 세기의 인형쇼가 시작된다. 이윽고 ‘딩, 딩, 딩’ 아주 천천히 간격을 두고 종소리가 나면 두 개의 창문이 열리면서 예수의 열두 제자인 12사도의 밀랍인형이 십자가, 검, 성경책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시계는 위, 아래 두 개의 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당시의 천동설에 입각한 우주관을 보여준다. 위쪽 원은 칼렌다륨이라 불리며 해와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한 것이다. 바늘이 1년에 한 바퀴를 돌며 연, 월, 일, 시간을 나타낸다. 아래에 있는 원은 플라네타륨인데, 12개의 계절별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상징하는 바츨라프 광장

바츨라프 광장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광화문 광장과 같이 양쪽 대로와 평행한 길쭉한 모양이다. 길이가 750m, 너비가 30m에 달한다. 광장의 이름은 10세기 체코 국왕 바츨라프 1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바츨라프는 경건한 크리스천으로 이 나라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데 큰 공헌을 했던 인물이다. 비록 비극적으로 동생에게 암살당하지만 죽은 후에는 국민들로부터 성인으로 추앙받게 된다.

또한 이 광장은 체코의 근현대사와 인연이 깊다. 1918년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했을 때 이를 기념하는 인파가 광장으로 몰려들었으며, 1948년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공화국이 이 광장에서 선포됐다. 무엇보다 올드무비 팬이라면 체코의 국민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1984년에 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프라하의 봄>(1989)을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났던 ‘프라하의 봄’을 모티브로 해 1968년 8월 이 광장에서 소련군 탱크에 저항했던 대규모 시위대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체코에서 가장 긴 강인 블타바강 위에 놓인 카를루프 다리(줄여서 카를교라고도 한다)는 구시가 광장과 프라하 성을 연결하기에 수많은 여행자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간다. 보행자만 오갈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석교는 621m 길이에 폭은 10m다. 다리 밑에는 16개의 아치가 다리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다리 양 끝에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인 브리지 타워가 세워져 있는데, 남단의 브리지 타워에 올라 강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 다리는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을 설계한 독일 건축가 페터 파를러가 1357년 착공해 15세기 초에 완성했다. 카를루프 4세 통치 기간에 놓여 카를루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다리 위에는 바로크 양식의 성인 동상 30개가 세워져 있는데, 1683년부터 1714년 사이에 만들어진 원본은 지난 1965년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오늘날의 것들은 모두 복제품이다. 얀 네포무츠키 신부를 비롯해 30명의 성인 중 상당수는 14세기 말 성직자로 당시 보헤미아 왕국의 통치자였던 바츨라프 4세 국왕의 명령으로 카를루프 다리 위에서 블타바강으로 던져져 순교했다.

가장 큰 중세 고성, 프라하 성

프라하 성은 그야말로 프라하의 고고한 표상이다. 현존하는 중세양식의 성 중 가장 큰 성이기도 하다. 570m 길이와 130m의 폭, 약 23만㎡ 면적의 프라하 성 안에는 웅장한 성 비투스 대성당을 비롯해 성 조지 교회, 모든 성자 교회, 성십자가 교회 등 화려한 교회 건축물과 구왕궁, 여름 별궁 등 왕궁 건물이 들어서 있다. 황실 마구간은 현재 미술품 전시공간으로 개조돼 루돌프 2세 황제가 소장했던 회화 4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길이 124m, 폭 60m의 성 비투스 대성당은 프라하 성의 랜드마크로 프라하의 대표적인 고딕양식 건축물이다. 교회 건축물 중 체코에서 가장 크다. 메인 타워의 높이가 96m에 달하는 이 건물은 가톨릭 성당 건물로 역대 보헤미아 왕들의 무덤을 안치하고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바츨라프 1세의 명령으로 10세기경 처음 교회가 지어졌고 1344년, 지금의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그 후로 로마네스크양식, 고딕양식이 덧붙여지고 우여곡절 끝에 오랜 세월을 거쳐 1929년 지금의 성당이 완공됐다.
이렇듯 프라하에서는 시가지를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 속을 누비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의미와 역사가 녹아 있는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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