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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상력·플랫폼·참여의 3중주, 팝업 스토어
신수정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수석연구원 2023년 06월호

트렌드를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젊은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요즘 친구들은 어디서 만나요?” 돌아오는 대답에 빠지지 않는 장소는 성수동과 여의도다.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팝업 스토어의 성지라는 점이다. 팝업 스토어는 언급량이 2021년 누적 5만1,553건, 2022년 누적 14만1,143건으로 1년 만에 2.7배 넘게 늘어나며 유통가의 핵심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팝업 스토어와 함께 상승하고 있는 3가지 키워드를 통해 팝업 스토어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요소를 살펴보자.

첫 번째 키워드는 ‘공간’이다. 이 키워드는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건축물로도, 그 안을 채우는 전시로도 치환할 수 없다. 팝업 스토어에서의 공간 경험이란 구조, 동선, 인테리어 등 건축물이 주는 하드웨어적 경험과 전시, 식음, 스토어 등의 콘텐츠가 주는 소프트웨어적 경험의 총화다. 우아한 패션 브랜드가 우아함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준비한 디저트를 먹고, 귀여운 식음 브랜드가 귀여움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문구류를 구경하며 우리는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가 스스로를 어디까지 표현해 내는지 경험하면서 당대 최고의 상상력을 만난다. 최근에는 게임, 웹 소설, 아이돌까지 팝업 스토어를 열며 자신의 지식재산권(IP)을 강화하고자 나서고 있으니 지금의 팝업 스토어는 브랜드 실험의 최전선이자 상상력의 각축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터다.



다음으로 팝업 스토어 열풍에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웨이팅’이다. 최근 핫한 팝업 스토어는 웨이팅이 두 자릿수를 훌쩍 넘기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웨이팅에 동반되는 감성이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웨이팅’과 함께 언급되는 감성 변화를 추적해 보면 ‘싫다’와 같은 부정적 감성은 줄어들고 ‘강추’, ‘보람’ 같은 긍정적인 감성의 순위가 상승하는 추세다. 긴 대기 시간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팝업 스토어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다림의 수고를 덜어주는 기술의 도입과 거점 장소의 변화 덕분이기도 하다. 웨이팅 앱은 한곳을 지키고 오래 서 있어야 하는 물리적 수고를 줄여줬고, 팝업 스토어의 주요 거점이 된 성수동과 여의도(더현대 서울)는 다른 즐길 거리가 많기에 입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적 수고를 덜어줬다. 플랫폼의 고도화가 기다림의 내용을 바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굿즈’라는 물성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른 공간인 팝업 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의 차이는 다소 거칠게는 손에 쥐고 돌아갈 굿즈가 있는지의 여부에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가 기획한 공간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라면, 팝업 스토어는 방문자가 굿즈를 사고 포토존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며 그 공간에 참여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렇기에 팝업 스토어의 중요한 감성 중 하나가 함께 ‘즐김’이다. 팝업 스토어는 특정 브랜드를, 콘텐츠를,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사를 계기로 한곳에 모여 즐기는 공동체적 경험을 하게 한다. 이때 굿즈는 모르지만 알고 있는 것만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던 시공간의 경험을 감각적으로 남기는 물성이다. 많은 기록물이 디지털로 옮겨간 지금,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굿즈는 존재 자체로 소중한 무언가가 된다.

경험이 앎을 우선한다. 팝업 스토어에 방문해 시대의 상상력을 만나고 마음을 고양하는 문화를 경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