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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쌀쌀해지면 떠오르는 목소리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3년 12월호
쌀쌀해지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목소리들이 몇 있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가 그중 하나다. 만약 ‘누쌀쌀해지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목소리들이 몇 있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가 그중 하나다. 만약 ‘누구지?’ 싶다면 이 노래를 먼저 찾아서 들어보길 바란다. ‘Eye in the Sky’(1982)라는 곡이다. 나이가 아주 어리지 않다면 당신의 반응, 다음 같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내가 팝에 관심 없긴 했지만 이건 어디서 들어봤지.’ 그만큼 유명한 노래다. 올드 팝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음악에 정작 알란 파슨스의 목소리는 없다는 것이다. 알란 파슨스는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다. 실질적 리더이기도 하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정규 멤버는 총 2명이었다. 알란 파슨스 그리고 에릭 울프슨. 노래는 에릭 울프슨이 몇몇 곡에서 불렀다. ‘Time’(1980), ‘Don’t Answer Me’(1984), 무엇보다 위에 언급한 ‘Eye in the Sky’ 등의 곡에서 에릭 울프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밴드의 또 다른 상징이라 할 ‘Old and Wise’(1982)는 콜린 블런스턴이 노래를 담당한 곡이다. 영화 <비열한 거리>(2006)의 마지막 장면에서 부하를 배신한 배우 천호진이 부르는 바로 그 곡이다. 콜린 블런스턴은 ‘Time of the Season’(1968)이라는 명곡을 남긴 좀비스의 보컬리스트다.

이 외에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가 함께한 보컬은 무려 20명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객원 보컬을 활용하는 시스템은 1990년대 활동한 한국 뮤지션들, 예를 들어 공일오비, 토이 등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알란 파슨스에 따르면 이런 시스템은 영화감독들로부터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자신이 영화감독 역할을 하고, 객원 가수가 배우로 연기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Eye in the Sky’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오해받아 온 노래다. 제목이 ‘창공의 눈’인 까닭에 뭔가 교훈적인 색채를 담아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께서 지켜보고 계시니 똑바로 살아라’쯤 되는 느낌이랄까. 반면 해외에서는 1949년 출간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관련 있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관해 알란 파슨스는 “대중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 브라더에 대한 노래이긴 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계기는 놀랍게도 카지노였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 알란 파슨스와 에릭 울프슨은 갬블러에 관한 대서사시를 기획 중이었다. 이를 위해 에릭 울프슨은 카지노에 가서 갬블러라는 직업을 직접 탐구하기도 했다. 한데 에릭 울프슨을 매혹한 건 갬블러의 삶만이 아니었다. 도박장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 ‘Eye in the Sky’의 정체다.

가사는 이별 노래에 가깝다. 마치 감시 카메라처럼 “당신의 생각을 다 읽을 수 있다”는 거다. 알란 파슨스와 에릭 울프슨은 이 곡에서 거짓을 일삼는 상대에게 감정의 동절기가 왔음을 차분한 어조로 먼저 선포한다. 이후 아득해질 만큼 절정에 올랐다가 썰물처럼 서서히 물러나는 만듦새로 결코 잊히지 않을 멜로디를 길어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곡에서 알란 파슨스는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가사를 쓰고 노래한 건 에릭 울프슨이다.

기실 음반 타이틀이기도 한 이 곡은 1번 트랙인 ‘Sirius’와 함께 듣도록 설계돼 있다. 전형적인 앨범 미학이다. 그러나 <배철수의 음악캠프> 정도를 제외하면 2번 트랙인 ‘Eye in the Sky’만 따로 선곡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Sirius’만 취급하는 곳도 있다. 미국 NBA의 농구 팀 시카고 불스다. 전설 마이클 조던의 신인 시절부터 시카고 불스는 선수 입장 테마로 이 곡을 써왔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꼭 1번과 2번을 연이어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아티스트의 의도가 분명히 있다면 일단 따라준 다음에 판단하는 게 기본적인 예의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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