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은 나이를 세는 기준이 생일이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해를 맞을 때마다 한 살 더 먹는 일에 익숙하다. 나이를 먹는 만큼 우리의 나잇값도 늘어간다.
일견 ‘나잇값’이란 특정 연령에 대한 사회적·관습적 규범과 기대를 충족하는 일로 보인다. ‘이제 나잇값을 해야지’, ‘저 사람은 나잇값을 못해’라는 표현이 그렇다. 굳이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더라도 나이를 먹을수록 나 자신을 다스리는 법,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 세상사에 대처하는 법에 능숙해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은 마찬가지다.
만일 나잇값이 그런 것이라면 나이를 먹는 일은 참으로 부담스럽고 부자유한 일이며, 나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자유롭지 않고 점차 무거워지기만 하는 것, 내 뜻대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을 반길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것은 대개 그리 반갑지 않은 일이 되고, 나잇값을 하는 것은 어려운 임무가 된다. 요구는 많아지는데 정작 나는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하거나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