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의 영향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는 전 세계 대륙 중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음에도 기후변화의 충격에는 가장 취약해 사회·경제 발전과 생존에 위협 을 받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까지 아프리카에서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례로 동아프리카는 지난 5년간 우기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40년 만에 가장 건조한 기후를 기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가뭄, 특정 지역에서의 갑작스런 폭우 등 극단적 이상기후는 식량안보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농업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GDP의 23%를 농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인구의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케냐,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에서 농업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농업생산성이 낮다. 기계화율이 저조하고 인프라가 낙후됐으며 농업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동이나 동물 동력으로 농업이 이뤄지며 기계화 수준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비료 사용량 역시 세계 평균이 146kg/ha인데 반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22kg/ha로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아프리카는 저수지나 지하수 펌프 등
의 관개시설 없이 오로지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작이 대부분이다.
기후변화로 농업생산성 떨어져 기아·빈곤 많아지고
목초지 잃은 유목민 이동 늘면서 지정학적 갈등도 이어져
인프라와 기술력이 취약하다 보니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염이 발생하면 농작물 수확량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 농업생산성 저하는 식량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기아나 빈곤 인구 증가로 이어지면서 분쟁 및 폭동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예측 불가한 기후변화로 목초지가 감소해 축산업이 어려워지고, 경작 가능한 농지도 감소하면서 반강제적으로 고향을 떠나 다른 국가 등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게 됐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0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1981~2002년 사하라 이남 지역 온도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해당 연도에 내전이 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하라사막 지역인 사헬지역에서는 생태 변화로 인한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하라사막은 강수량 부족으로 사막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차드호(Lake Chad)와 같은 주요 수원지가 소멸할 위기에 놓여 있다. 사헬지역의 주민들은 생계 수단을 잃고 기근과 가난에 시달린 나머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이나 범죄조직에 가담해 사헬지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 사헬지역 국가는 2020년 이후 ‘쿠데타 벨트’로 불리고 있는데, 이들이 빈번하게 벌이는 쿠데타는 서구 식민지에 대한 거부감과 경제 악화로 인한 반발심이 주된 동인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어려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존에 대한 투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2023년 9월 아프리카 20개국 대표단이 모여 처음으로 아프리카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입장을 담은 ‘나이로비 선언(Nairobi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이 회담을 주도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가 기후변화의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다른 지역과 기후변화에 함께 대응하는 동반자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아랍에미리트(UAE)가 에너지 전환 관련 프로젝트에 4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녹색기술 개발, 친환경 에너지 확보 등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재정 지원을 약속받았다. 더불어 이들은 국제적 차원에서 ‘글로벌 탄소세’를 도입하도록 촉구했다. 화석 연료의 채굴 단계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쳐 탄소세를 부과하는 한편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아프리카 국가들의 재정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아프리카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만큼 낮은 전력 접근성을 극복하는 데 이를 활용하는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녹색장벽 이니셔티브(Great Green Wall Initiative)는 아프리카 사헬지역에서 사막화를 막고 토지를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하라사막 남쪽 11개국을 가로지르는 8천km 길이의 나무·식물 벨트를 만들어 사막화 방지, 토지 재생, 기후변화 완화, 지역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 이룬 환경 복원, 지속 가능한 개발은 기후변화 대응의 긍정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케냐는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을 활용한 ‘케냐 기후 스마트 농업 프로젝트(Kenya Climate-Smart Agriculture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농부들이 기후변화와 기상 조건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농업 관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언과 함께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 일정을 최적화하고 작물의 생장 및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부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작물의 품질을 향상해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남아공·나미비아의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 수주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기회로 연결
생산 조건이 한정적인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ESS)가 필수적이다. 최근 3년 동안 우리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해 남아공, 나미비아 등으로부터 ESS 수주에 성공했다. 또한 앙골라의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에는 우리 기업의 태양광 패널이 공급되는 등 우리 기술력이 아프리카의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의 한 스타트업은 젖소 모양의 오프그리드(off-grid) 태양광 발전기인 솔라 카우(Solar Cow)를 케냐 학교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비싼 전기료를 벌기 위해 아이들이 노동에 투입되는 지역을 선별해 솔라 카우를 우선 공급했고,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동안 발전기에서 배터리를 충전해 휴대폰 충전, 조명 등에 사용할 전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일터가 아닌 학교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프리카의 기후변화 위기는 아프리카와 우리 기업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는 기후변화로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과 적극적인 기후정책 채택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적응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아프리카를 멀고 어려운 시장으로만 인식해 소극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