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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회의 왕국’ 캄보디아, 친환경·디지털에 주목하라
윤하청 KOTRA 캄보디아 프놈펜무역관장 2024년 11월호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위대한 문화유산, 친절하고 따뜻한 크메르인들의 미소 그리고 킬링필드의 가슴 아픈 현대사. 캄보디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인도차이나 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기회의 왕국’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정치적 안정과 젊은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그간 경제성장을 봉제 중심의 제조업, 농업 그리고 관광업에 주로 의존해 왔으나,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 기회로 캄보디아가 주목받고 있는데,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과 ‘디지털’이다.

38년 만에 새로 들어선 정부,
전기차 등 친환경 분야 투자 적극 유치

지난해 8월 캄보디아에는 38년 만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70세의 훈 센 총리의 권력을 이양받은 그의 아들 훈 마넷이 새 총리로 취임한 것이다. 신정부는 출범 이후 캄보디아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을 친환경·디지털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친환경 부문에서 살펴보면, 캄보디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가 전기차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2년 ‘자동차·전자 부문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고 고부가가치 제조업 투자유치 및 산업 육성을 추진해 왔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자동차산업 중에서도 전기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4~2030년 전기차 개발 국가정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는 2030년까지 80만 대의 전기차(이륜차 포함)를 보급해 경제발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캄보디아 정부의 이러한 의지에 부응하듯 전기차 부문 해외투자 유치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전기트럭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 Z사는 캄보디아 뽀삿주에 캄보디아 최초의 전기트럭 조립공장을 오픈했다. 현재 생산 규모는 3천~4천 대 수준이지만, 1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생산기업 B사는 지난 7월 캄보디아 내 전기차 조립공장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간 2만 대 생산 규모로 주변국 투자와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캄보디아 전기차산업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주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캄보디아의 전기차 등록 규모는 약 3천 대에 불과하지만, 올 상반기에 전기차 보급률이 전년 동기 대비 508% 상승하는 등 향후 전기차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캄보디아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서도 친환경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에너지 자급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에너지 부족 국가로 베트남 등 인근 국가들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훈 마넷 정부는 지난해 말 에너지·환경 관련 중장기 정책인 ‘2023~2028년 환경순환전략’을 발표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녹색기술(Green Technology)’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임으로써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추가 개발해 공급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캄보디아 정부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개선, 청정기술 개발 및 환경보호 등 친환경 분야에 총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훈 마넷 총리는 올해 1월 녹색기술에 특화된 특별경제구역(SEZ)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친환경 관련 투자유치를 위해 SEZ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여러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친환경 이슈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이다. 캄보디아는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99%를 차지하고 있어 온실가스 저배출 국가에 속한다. 그럼에도 캄보디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규범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다. 캄보디아는 1995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했으며, 2021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제출해 2050년까지의 국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아세안 국가 중 첫 번째이자 개도국 중 두 번째 사례다.

올해 1월에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의 지원을 받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력을 촉진하는 파리협정 6조에 대한 운영 매뉴얼을 발표했다. GGGI 회원국 중 처음이며 전 세계 국가 중에서는 세 번째다. 또한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국제감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6월 캄보디아 환경부 장관이 방한해 ‘한-캄보디아 온실가스 국제감축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의 주된 내용은 상대국과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발굴하고 감축실적 이전을 위한 절차 및 기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파리협정 6조 매뉴얼 발표로 국제감축을 위한 자국 절차와 기준을 수립한 데 이어, 우리나라와 MOU를 체결함으로써 양국 간 탄소 감축 및 실적 이전을 위한 협력이 크게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젊은 인구, 정부의 뒷받침, 스타트업 성장세로
디지털경제의 성장 잠재력 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요인으로 친환경 못지않게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디지털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경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도 사회 및 경제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캄보디아의 디지털경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구조가 젊어 디지털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캄보디아 인구의 평균연령은 약 27세로 라오스와 함께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시대적 변화에 민감하고 최신 기술의 수용도 빠른 편이다. 이러한 젊은 인구구조가 인터넷 및 모바일 보급 확대와 맞물려 캄보디아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모바일 보급률은 인구수 대비 이미 130%를 초과했으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인터넷 보급률도 2023년 기준 67.5%에 이르고 있다. 인프라 개선에 따라 2019~2023년 캄보디아의 소매 전자결제액은 연평균 약 82%, 모바일뱅킹 거래액은 연평균 약 50% 증가하는 등 캄보디아 국민의 디지털경제 참여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둘째,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다. 훈 마넷 총리의 신정부는 정부 출범 직후 2028년까지 5년간 국가를 이끌어갈 정책 방향으로 ‘5각 전략’(1단계)을 발표했다. 5각 전략은 기존 4각 전략을 계승한 것으로, 이번에 새롭게 우선순위로 포함된 내용이 바로 ‘디지털 경제·사회의 발전’이다. 즉 디지털 부문이 신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인 셈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1~2035년 디지털경제 및 사회정책 프레임워크’를 통해 캄보디아 국가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데 이어, ‘2022~2035년 캄보디아 디지털 정부 정책’을 통해 캄보디아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러한 계획을 바탕으로 훈 마넷 정부는 디지털 인프라 개발, 신뢰 구축, 인력 양성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을 수행할 민간 분야 주체로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의 스타트업 수는 2013년 50개 미만이었으나, 2015년부터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눈에 띄게 증가해 2023년 기준 800개 이상으로 성장했다.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 가운데,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미디어 및 광고, 개발서비스 등 분야의 스타트업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캄보디아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벤처캐피털 등의 적극적 투자 덕분이다. 캄보디아 왕립대는 우리나라의 지원을 받아 사업공간, 초기 투자금, 기술 지도 등 스타트업 창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국립창업보육센터를 지난 3월 오픈하기도 했다. 

캄보디아는 팬데믹 이전까지 20여 년간 연평균 약 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의 성장은 저임금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온 것이어서, 향후 최빈국 지위 졸업에 따른 관세혜택 감소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경쟁력 저하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캄보디아 정부가 친환경 및 디지털 분야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우리 기업들도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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