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지표에서 한국은 SDG 목표치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성평등 및 생태계 분야 지표 이행도는 목표점에서 여전히 멀거나 역방향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내년이면 유엔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발전 의제로 채택한 지 10년이 된다. 우리가 지나온 궤적을 되짚어 보고, 2030년을 기한으로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SDG는 ‘사람’과 ‘지구’의 공동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개 분야 정책목표다. 빈곤 종식과 불평등 감소, 양질의 교육과 성평등 증진, 경제성장과 혁신, 기후변화 대응, 육상 및 해양 생태계 보호 등 사회·경제·환경 분야를 통합적으로 담고 있으며, 발전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한다(Leave No One Behind)’는 포용성을 핵심 원칙으로 한다.
지속가능발전 경로 심각하게 벗어났다는
암울한 전망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역사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속가능발전이 대중적으로 확산한 결정적 계기가 201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세계의 변혁: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의제(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채택한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여정, 과연 우리는 어디쯤 자리 잡고 있을까?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에서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 경로를 ‘심각하게 벗어났다(severely off track)’는 암울한 전망이 제시됐다. SDG는 169개 세부목표와 이 세부목표를 모니터링하는 231개 지표로 구성된다. 세부목표 중 17% 정도만이 당초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48%는 미미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고, 정체 혹은 퇴보한다고 예측되는 경우도 35%나 됐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행 현황은 어떨까?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에서 발간한 2024년 「아시아·태평양 SDG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SDG의 완전한 달성은 2062년에야 가능하다(<그림> 참고).
2062년은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오염 이슈를 처음으로 설파한 1962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시점이다. 또 인류 위기의 예언서라 불리는 로마클럽 『성장의 한계』 출간과 유엔 인간환경회의 개최 100주년을 10년 앞둔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2062년은 현재와 같은 속도의 발전을 상정해 계산된 값이다. 예견되지 않은 위기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불과 몇 해 전 목격한 바 있는 우리 세대에게 이러한 예측값이 그리 안심되는 수치는 아니다. ‘하루 평균 2.15달러 미만으로 사는 인구 비율’로 측정하는 절대적 빈곤율 추세가 이를 드러낸다. 절대적 빈곤율은 1990년 37.9%에서 2015년 10.5% 그리고 2019년 8.9%로 감소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증가세(2020년 9.7%)로 돌아섰고, 2022년 기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세계은행이 개발한 국제빈곤율 기준은 1.01달러(1990년)→1.08달러(2001년)→1.25달러(2009년)→1.90달러(2015년)→2.15달러(2022년)로 개편돼 왔다]. 절대적 빈곤율의 방법론적인 논쟁은 차치하고, 미증유의 코로나19가 빈곤 종식을 위한 경로를 얼마나 지체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SDG 달성 시점을 늦추는 숨겨진 요인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 2062년 달성 시나리오는 가용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다. 개도국 및 취약국은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할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며, 자원이 충분한 국가에서조차 취약집단은 통계자료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의 상황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전체 평균은 취약한 국가 혹은 집단들의 필요를 간과하고 현실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SDG 발전 경로에 대한 정확한 추적을 위해서는 데이터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 역할 기대
SDG가 발효된 이래로 글로벌 수준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한 데이터는 2016년 36%에서 2024년 68%로 높아졌으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표는 여전히 모니터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17개 목표별로도 차이가 있다. 목표5(성평등, 57%), 목표13(기후변화, 63%), 목표16(평화·정의, 63%)의 데이터 가용률은 다른 목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성불평등, 기후위기, 전쟁 및 내전 등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되는 목표라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데이터 가용률은 2024년 기준 83%다. 통계청은 SDG 한국 데이터 임기관(data focal point)으로, 28개 관계부처를 포괄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해 SDG 데이터 수집 및 제공,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보고서인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도 매년 발간 중이다.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지표에서 한국은 SDG 목표치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성평등 및 생태계 분야 지표 이행도는 목표점에서 여전히 멀거나 역방향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31.2%(2022년)로 회원국 평균(12.1%)의 약 2.5배다.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적색목록지수(Red List)는 2000년 0.76에서 2023년 0.69로 다양성이 소실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38개 회원국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유엔 독립과학자 그룹에서 작성한 「2023년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보고서」에 의하면, 17개 목표 간 상승 혹은 상쇄 효과가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목표2(기아·농업)와 목표8(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통상적인 전략은 다른 SDG 목표의 진전과 상충될 수 있다는 점, 목표14(해양생태계)와 목표15(육상생태계)는 대부분 목표 추진 과정에서 상쇄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는 ‘선진국’으로 분류된 한국에서 성평등과 생물다양성 지표 이행도가 낮게 나온 데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강둑은 작은 바늘구멍에 의해 무너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물길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2030년까지 불과 5년 남짓의 시간을 남겨둔 가운데 지구 한계에 대한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지 않기 위해서는 전환적인 사고와 행동력이 필요하다. 17개 목표의 조화롭고 가속화된 달성을 위해 이행의 핵심 단위로서 ‘국가’의 적극적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2022년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을 제정한 한국은 SDG 총괄 조정기능을 환경부에서 국무조정실로 이관해 강화했으며, 올 10월 마침내 지속가능발전 정책 심의기구인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가 발족,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지자체, 학계 및 연구기관, 기업, 시민사회 등 모든 주체들과 협력하고 연대해 발전의 경로를 슬기롭게 다져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