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초미의 관심사다.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외정책 방향을 살펴보자. 해리스는 바이든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전제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변곡점에 있으며, 민주주의에 기반해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1세기 미중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발전은 상호 강화되는 것이며, 동맹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민들을 고용하며, 미국의 파트너들은 핵심광물, 기술, 생산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리스는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이익을 강조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2022년 미국이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은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재편성할 의지와 군사적·경제적·외교적·기술적 능력을 지닌 유일한 국가라고 서술하고 있다. 스몰야드, 하이펜스(small yard, high fence; 규제가 필요한 분야를 좁히는 대신 강력한 장벽을 세우는 방식)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태양전지,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targeted tariff)를 전략적으로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AI 반도체 및 생산장비 그리고 반도체·AI·양자컴퓨팅 기술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에 제한을 둘 것이며, 중국이 미국의 고급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다. 경제 부문에서 빅야드, 빅펜스(big yard, big fence) 정책을 추진해 보편적 관세를 도입할 것이다. 프렌드쇼어링이 아닌 인쇼어링 정책을 통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의 회사가 아닌 미국 회사에 호의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반도체법」 전면 수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보조금 축소 방침들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IRA 정책을 역사상 가장 큰 세금인상이라고 비난하며 친환경에너지에 반감을 드러내 왔으며, 전기차보조금을 대폭 삭감할 것을 밝히고 있다. 물론 양당 합의로 만들어진 「반도체법」은 뒤집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국 석유, 천연가스, 석탄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고, 미국 에너지를 독립적으로 만들어서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도 살펴보자.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IRA」와 「반도체법」에 기반한 보조금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별도 허가 절차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는 ‘검증된 최종사용자(VEU)’로 지정했는데, 트럼프 정권으로 바뀌면 이 같은 조치도 번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반도체산업은 고대역폭 초고속 메모리(HBM) 3E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단독 파운드리 역할을 하고 있다. 낸드반도체는 중국 SIMC와 격차가 줄어들었고, D램 반도체는 여전히 한국이 중국에 앞서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TSMC와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삼성은 TSMC와 경쟁관계다. 올해 1분기 시스템반도체 분야 점유율은 TSMC가 62%, 삼성전자가 13%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특히 삼성 반도체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미중 간 브로드 디커플링으로 돌아갈 것이며,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확대할 것이다. 또 프렌드쇼어링 정책을 펼쳐 미국 내 공장을 짓는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외국 기업에 적대적이며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인쇼어링 기업에 재정 및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통해 관세를 면제받거나, 미중 양국 이외의 다른 국가 시장을 노리는 다변화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