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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번의 공(功)과 한 번의 과(過)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2026년 08월호
“열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받지 않는 것이 낫다(It is better that ten guilty persons escape than that one innocent suffer)”. 18세기 영국의 판사 윌리엄 블랙스톤(William Blackstone)이 한 말이다.

범죄를 저지른 죄인을 놓친다면 사회에 실로 중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죄를 짓고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모든 국가에서 블랙스톤 판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죄인을 놓치는 것보다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소비자의 신뢰를 조금만 잃어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듯이 인간은 과도한 공포심에 의해 패닉에 빠지곤 한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10명 중 한 명은 억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범죄자로 오인받을 행동은 조금도 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내지도 않은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범죄자가 되는 것을 우려해 운전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고, 정당하게 상품을 판매하다가 사기꾼으로 몰릴 가능성이 우려돼 상업 분야에 종사하기를 꺼릴 것이다. 결국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릴 조그만 가능성으로 인해 국가 전체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 모든 국가에서 블랙스톤 판사의 원칙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블랙스톤 판사가 우려하던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우리 사회 전체가 잘못한 사람을 철저하게 잡아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기조에 동의하는 듯하다. 민사에서 배상금이라는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문제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어떤 경제활동을 하다가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 그에 대해 보상하는 것까지는 감수할 수 있겠지만 형사처벌을 받고 교도소에 간다고 하면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둘째, 뚜렷한 증거 없이 정황 증거만으로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경우들이 많다. 물론 이런 보도가 열 번 있다면 아홉 번은 사실일 수 있지만 한 번의 보도로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면 블랙스톤 판사가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잘못된 보도나 게시물에  반론을 표명하더라도 한번 퍼진 거짓된 정보는 기정사실이 되기 쉽다. 아무리 정당한 경제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이나 SNS에 악의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당사자로서는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고, 이는 또다시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셋째, 각종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만인에게 공개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린 작은 의견이 10년 후에 엉뚱한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사방에 존재하는 동영상 장비들에 의해 모든 행동이 노출돼 하나하나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에 대해서는 벌이 주어져야 하지만 훌륭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는 상이 주어져야 한다. 경제활동을 많이 하면 훌륭한 업적을 이룰 기회가 많아지지만 동시에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도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10번의 훌륭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고 해도 단 한 번의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이전의 업적은 모두 사라지고 그 한 번의 잘못만으로 큰 처벌을 받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상은 대단하지 않은데 벌은 치명적인 상황이다.

물론 잘못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다. 하지만 처벌만 중시한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인재들이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미래의 한국경제에 매우 어두운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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